2009. 3. 27. 23:46

D+109 070702 블루홀에서 스노클링하고 남쪽 끝까지 걷기

다합에서 매일 해야 하는 일은,

햇빛을 받으며 아침 먹기.
이건 이집트식이었던가?

고양이랑 놀아주기.
그래고 시간이 남으면 다이빙을 하거나 스노클링하기.
오늘은 블루홀로 스노클링을 갔다.
짚차로 20분쯤 사막을 달려가면 가설 건물 같은 레스토랑이 몇 개 있는데 그 중에 한 곳에 내려준다.
거기서 스노클링 장비도 빌려주고 구명 조끼도 빌려준다.

스노클링은 그저 그랬다.
산호초며 물고기는 어제처럼 아름다웠는데  갑자기 절벽이 나타나며 물이 깊어져 무서웠다.
낭떠러지, 바닥을 알 수 없는 파란 물빛, 그래서 여기가 블루 홀인 것이다.
샤름 엘 세이크에서부터 여기로 스노클링 하러 온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사람은 정말 많았다.
혼자여서 재미도 별로 없는데다 내가 여기 빠져 죽어도 아무도 모르겠지 하는 생각이 드니 더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다.
잠시 피곤해져서 바위에 앉아 쉬었더니 어떤 남자가 "Do you speak English?,"하더니 여기 앉으면 안 된다는 둥 "Watch out"하라고 해서 기분도 완전 잡쳤다.
같이 짚차를 타고 온 덴마크 커플도 재미가 없어졌는지 일찍 돌아가기로 합의를 봐 마을로 돌아왔다.
역시 다이빙 오픈 워터는 안 하는 게 낫겠다고 결정. 한 번 본 걸로 족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instructor 다이빙을 하고 또 기회가 되면 오픈 워터 코스를 할 수도 있겠지.
다이빙도 하고 블루홀 스노클링도 했으니 내일 이집트를 떠야겠다.

이번에는 남쪽으로 산책을 나갔다.
지금 짓고 있는 건물도 꽤 많았다.
남쪽 끝 풍경.
호수가 있고.
왜 이름이 매직 레이크일까?
헤엄치는 동네 아이들도 있고. 어제 북쪽 끝 까페에서 들었듯이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나는 말타는 사람들.
재미있겠는걸.
퀴드바이크도 타는구나. 
두 시간의 긴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다.
우선 배를 좀 채우고 이집트에서 마지막 밤을 어떻게보낼지 생각해봐야겠다.
가장 덜 투어리스틱해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똘똘한 눈빛의 소년 웨이터.
역시 이집트 음식은 이렇게 나와줘야 한다. 다합에서는 계속 국적불명의 음식을 먹었는데 마지막 밤은 이집트 음식으로 마무리.

돌아오다 한국인 여행자를 만났다.
세븐헤븐에는 한국인이 많았는데 다른 곳에서 만난 것은 처음.
중학교 동창 사이인 하나와 초롱양. 만화주인공 같은 이름이다.
그동안 한국인을 많이 못만났다고 무척 반가워한다. 같이 맥주 한 잔 하러 갔다.
여행 8일째로 요르단, 이스라엘, 터어키까지 여행할 계획이라는데 이집트에서 너무 당한 모양.
사기에 치이고 남자들 집적대는데 치이고.
내가 70P 주고 비싸게 했다고 생각한 아부심벨 투어를 400P에 했다니 그건 정말 심했다.
가이드북도 없다길래 내 가이드북 이스라엘편을 찢어주고 그 외 정보도 주었다.
물가에 내놓은 어린이들 같이 걱정이 좀 되는데 부디 조심해서 여행하길 빌어주고 헤어졌다.

내일 이집트를 떠나야 되니 남은 이집션 파운드로 책을 한 권 샀다.
표지 그림이 너무 맘에 든 책, 이집트 작가의 소설로 곧 영화화될 예정이라고 서점 주인이 말해주었다.
(다 읽고 나니 이집트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면 과장일까?)

5일간 다합에서 혼자 있었더니 좀 외롭다. 하나, 초롱이를 만나서 조금 덜 외로웠지만.
어쨌든 이집트에서의 여정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어느 나라에 며칠간 있겠다고 정해놓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가야할 길이 머니 말이다.
이집트, 기분 나쁜 일도 좀 있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나라였다.
내일 넘어가는 요르단은 어떨까,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