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28. 23:35

D+110 070703 이집트를 떠나다, 다합-누웨이바-아키바-페트라 이동

이동해아 하는 날은 잠이 일찍 깬다. 6시에 눈이 떠졌다.
4박 5일간 정들었던 방을 이제 떠난다.
마지막으로 바닷가를 산책했다.
언제나 푸른 하늘, 푸른 바다의 다합.
어제 갔던 곳은 저 위의 블루 홀.
호텔에 돌아와 배낭을 챙겼다.
허름했지만 싸고 조용해서 좋았던 오스키 캠프.
첫날 나를 데려온 삐끼 사마. 알렉산드리아 출신으로 거기는 일자리가 없어 여기 왔단다.
그 티셔츠는 도대체 어디서 난 거니? 기억나지 않는단다.
얘는 진짜 추근대지 않는데 그런 면에서 전혀 이집션답지 않다.
알렉산드리아에 여자 친구 있는데 돈이 없어서 결혼 못한다나.

누웨이바 가는 버스를 타러 터미널에 갔더니 삐끼들이 벌써 진을 치고 있다.
농담 따먹기 하면서 나는 누웨이바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이들은 카이로에서 오는 버스를 기다린다.
어느 순간 버스가 도착하자 모두 몰려가버렸다. 삐끼, 택시 운전사 등등.
나도 슬슬 이집트를 떠나야 할 때다.
누웨이바 가는 버스표 사러 줄 서 있으니 누가 급하게 뛰어와 내 뒤에 선다.
룩소르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났던 은주, 카이로에서 요르단으로 가는 중, 버스 놓칠까봐 걱정 많이 했단다.

이집트와 요르단은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는 게 아니다. 그 사이에 이스라엘의 영토가 있다.
그래서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한다.
누웨이바에서 요르단 아키바로 넘어가는 배 표를 샀다. 50불, 택스 50P. 버스표는 싼데 배는 왜 이리 비쌀까?
론니에는 달러로만 지불할 수 있다고 씌여 있었는데 이집션 파운드도 가능하다.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는데 의외로 빨리 통과했다.
이집트라도 국경 관리는 잘하고 있구나, 하고 기다리는데 3시 넘으면 출발한다는 배가 도무지 아무 소식이 없다.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아 무척 후덥지근하다. 담배는 왜 그리 피워대는지 숨막히기 직전.
이럴 줄 알았으면 밖에서 기다릴걸, 한 번 국경을 통과하니 나갈 수도 없고 죽겠다. 무슨 수용소에 갇혀 있는 기분.
이집트는 끝까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카이로에서 10시간 넘게 밤버스를 타고 온 은주양, 뻗었다.
5시반이 지나자 어디선가 환호성이 들리더니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간다.
이제 우리 요르단에 갈 수 있는 거지?

원래 요르단 비자를 받을 때 비자피를 내야 한다고 들었으나 누웨이바-아키바 구간은 무슨 자유지대인가 그래서 무료다.
수속하고 나오니 8시반, 아키바 항에 어둠이 내리고 있다.

어차피 지금 대중교통 수단은 없고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페트라로 바로 가서 거기서 와디럼 투어를 갈까, 와디럼을 보고 페트라에 갈까, 아직까지 결정을 못 내렸다. 
와디럼 사막 투어, 하고 싶기도 하지만 또 그저 그럴 것 같기도 하고.
사람들은 차차 택시를 타고 떠나는데, 택시비를 쉐어하기 위해 우리도 일행을 찾아야 한다.
페트라로 간다는 미국 친구 제릭을 만나 우선 페트라로 가기로 결정.

요르단 디나르는 달러보다 비싼 화폐이다. 30불을 환전했더니 21JD를 준다.
셋이서 25JD를 나눠내기로 하고 택시를 탔다.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고속도로를 한 시간 반이나 달린다.
여기 물가는 이집트보다 훨씬 비싸다고 하니 적정한 가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르단의 첫인상, 이집트보다는 뭔가 더 정돈된 분위기, 길도 깨끗하고 클랙션도 시끄럽게 울리지 않고 신호등도 지킨다!!!

페트라 클레오파트라 호텔에 내리니 한밤중이다.
발렌타인 인(Valentine Inn)이 더 싼데 여자 여행자들에게 이상한 짓을 한다는 소문이 있어서 클레오파트라로 왔다.
방은 좁고 화장실은 더 좁았는데 은주랑 같이 쓸 수 있으니 돈은 아낄 수 있다. 트윈 룸 14JD.
직원들이 친절하고 차도 공짜로 갖다 주고 방값 나중에 내도 된단다.
우리가 이집트라면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하니 여기는 이집트와 다르다고 강조한다.

이동하는 날은 진짜 피곤하다. 국경을 건너는 날은 더 그렇다.
내일 일찍 페트라 보러 가야 하는데 일찍 일어날 수 있으려나?
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