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18. 00:35

D+117 070710 우메이야드 모스크(Umayyad Mosque), 다마스커스-팔미라 이동

다마스커스에서 꼭 보아야 한다는 우메이야드 모스크를 보러 가자.
아, 가기 전에 우체국에 들러야 한다. 배낭이 무거워 짐을 좀 정리했고 버릴 것은 버리고 몇 가지는 스페인으로 보내야 한다.
문 여는 시간인 9시에 도착했는데 외국으로 소포 하나 보내는 데 4명을 거쳐야 하는 복잡한 시스템에 40분이나 걸렸다.
가격도 물가 싼 이 나라에서 2.5Kg보내는데 1200 파운드(24000원)이나 나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요르단에서 보낼 걸 그랬다.
그래도 할 일을 하고 나니 마음은 가볍게 모스크에 도착.
오전 열 시인데 벌써 엄청난 인파가 있다. 오늘이 무슨 중요한 날인지 평소에도 이런지 궁금.
아랍인인 척하고 사람들 사이에 끼여 들어가려고 시도했으나 가이드가 가서 돈내고 옷 제대로 입고 오란다.
역시, 난 아랍인 삘은 아니다.
모스크에 오는 만큼 사람들이 더 경건하게 차려 입은 듯 검은 옷의 여인들이 많다.
나는?
여자들은 특별한 옷을 입어야 들어갈 수 있다는데...
이게 웬 해리 포터 복장인지...? 머리카락도 보이면 안 된대서 모자까지 푹 눌러써야 한다.
입장료는 50파운드, 옷 빌리는 건 무료.
들어서자 마자 눈을 사로잡는 모스크의 광경. 모스크라는데 처음 들어와 보는데 이렇게 생겼다.
신발은 벗고 다니는데 바닥이 매끈매끈해서 시원한 느낌이 좋다.
종교적 공간이라 경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동네 놀이터나 광장 같은 분위기다.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그늘에서 쉬고 있는 사람도 많고.
어, 어제 같이 밥먹었던 펠릭스, 호스텔에서 만난 여자애와 같이 왔다.
남자는 평상복으로 다녀도 되는데 여자는 꼭 외투를 걸쳐야 한다.
이슬람은 여자들에게 무척 불평등한 종교라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나는 오늘도 혼자네.
705년에 지어진 이 모스크는 원래 비잔틴 성당이었는데 모스크로 바뀐 것이란다.
타일이 섬세하고 아름답다.
원래는 이런 돌도 다 아름다운 타일로 장식되어 있었겠지...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기도하는 사람들, 절하는 사람들. 어느 종교나 경건함을 표시하는 방법은 똑같은 것 같다.
이 안에 뭔가 중요한 게 있는지 사람들이 만지고 울고 열광적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이슬람교의 위대한 성인 살라딘의 묘가 있다는데 여긴가?
결국 모스크에서 제일 좋은 건 그늘에 앉아서 쉬기, 모두 신발을 벗고 들어와 발냄새는 좀 나지만.

오후에 팔미라로 가야 하니 이제 나가야겠다.
시장을 통해 나오는 길에 재밌는 것을 보았다.
냉차를 파는 아저씨.
몸을 숙여서 등의 주전자에서 차를 따른다.
어, 지나가는 현대 버스, 반갑네.
다른 아저씨도 있다.
마시고 돌려 주면 다른 주전자에서 깨끗한 물을 따라 컵을 씻는다.
길거리에서 찬 걸 사먹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지만 그냥 지나갈 수가 없어 한 잔 먹어봤는데 시원하고 달고 이 날씨에 딱 어울린다.

배낭을 가지러 호텔로 돌아왔다.
나무그늘이 드리워진 중정, 분위기 좋다.
옥상에서 자는 사람도 있다.  난 그래도 지붕이 있어야 잠이 오는 스타일이라...

미니버스를 타고 하라스타 가라지(터미널을 가라지라 부른다)로 갔다.
도시 외곽을 지나는데 나무도 없는 산에 판잣집이 비좁게 들어차있다.
우리 여행자들이 보는 건 극히 일부분일 것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이 나라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이렇게 스쳐 지나가면서 그들의 삶을, 종교를 판단하는 건 잘못된 일일 것이다.

가라지에 가서 팔미라 가는 버스표를 사는데 줄도 없고 사람들이 다 새치기를 한다.
화가 나서 한국말로 소리를 질렀더니 높은 사람이 나와서 take easy, take easy하면서 내 표를 끊어주었다.
중동에서 제일 짜증나는 일이 줄서기 문화가 제대로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돈을 높이 들고 목소리 큰 사람이 먼저다.
우월감을 갖고 바라보지 않으려 하지만 이런 건 정말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세 시간만에 팔미라에 도착, 내리자마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 한국말을 하며 접근하는 삐끼 아저씨.
자기네 호텔에 한국 사람도 많이 오고 게스트북도 있단다.
시내가 멀어보이고 걷기도 싫어서 아저씨 트럭 타고 숙소에 왔다.
Al-Faris 호텔, 아저씨가 시내에서 좀 멀고 유적에서는 가깝단다.
나중에 론니에 보니 이 호텔에 대한 평이 나쁘게 나와 있었다. 버스가 이 앞에 승객들을 내려 주고 여기 묵을 것을 강요한다고.
음, 나도 거의 끌려온 셈이니 거기 말려든 건가?
호텔에서  보이는 팔미라 유적.
아직 해가 남아 있으니 나가서 좀 돌아봐야겠다.
황량한 풍경, 사람들은 뭐하고 있는 걸까?
축구를 하고 있었다. 축구는 정말 만국 공통의 스포츠다.

거의 1km를 걸어 시내에 도착했다. 헤~멀긴 멀다. 시내에도 호텔이 많은데 역시 여기까지 왔어야 했을까?
알 파라 호텔 아저씨가 친절하고 요금도 싼 것 같으니(화장실 딸린 싱글 200)하루쯤 묵는거는 상관 없겠지.
시내에는 몇 개의 투어리스트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Taditional Palmyra restaurant에서 Kaway 라는 베두인 전통음식을 시켰다.
내가 시킨 게 아니라 한국말로 된 메뉴 설명이 있고 150에서 100으로 깎아 준다고 했기 때문.
딸려나온 수프와 과자. 수프는 카레에 감자를 갈아넣은 것 같은데 맛있다.
토마토 소스에 각종 야채를 넣고 구운 Kawaj, 뜨겁고, 맛있다. 좀 짜긴 했지만.

아직 돌아가긴 이르다. 거리 끝까지 천천히 걸어가보았다.
팔미라 경제는 전적으로 관광에 의존하고 있고 2001년 9월 이후 관광객이 많이 줄어 타격 심하다더니 퇴락한 도시 분위기다.
돌아오는 길에 Harth 라는 젊은 애와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세계에 관심이 많고 지금까지 만난 시리아 사람들 중 영어를 제일 잘하는 소년이다.
-영어는 어떻게 그렇게 잘해요?
- 티비와 책을 보고 배웠죠. 나중에 영어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형제는 7명인데 두 명은 사우디, 한 명은 카타르에서 일하고 있다고.
-대통령을 좋아해요?
-그럼요. 20일전 선거가 있었는데 후보는 하나, 반대한 사람은 없어요. 대통령이 학교도 지어주고 월급도 주는 걸요.
그건 나라가 당연히 해야할 일 아닌가, 대통령이 해 주는 일이 아니라.
내가 남미에 간다고 했더니 자기도 같이 가고 싶은데 돈은 내가 내야 한단다. 돈이 10달러 밖에 없다나?
농담도 하고 말도 잘 통하는 친구인데 이 친구가 웨스턴 문화를 받아들여서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얘기하는 중 전기가 나갔다. 이런 일은 흔히 있단다. 기다려도 불이 들어올 생각을 안 한다.
-깜깜하니 택시 타고 가세요.
-안 위험할까?
-여기 택시는 별로 안 위험한데 걱정되면 같이 가 줄께요.
어쭈, 쪼그만 게 그래도 남자라고...
어쨌든 택시도 잡아주고 기사 아저씨가 50부르는 걸 25로 깎아주기까지 했다.
-하르트, 꼭 영어 선생님이 되길 바랄께.

숙소에 돌아와서도 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대충 씻고 자는데 새벽 세 시에 너무 가려워서 깼다.
어떻게 해야 이 벌레를 물리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