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20. 23:20
D+118 070711 끝없는 폐허, 팔미라, 팔미라-하마 이동
2009. 4. 20. 23:20 in 2007세계일주/요르단,시리아
아침에 확인해 보니 엄청난 벌레에 물린 자국이 있다.
아,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배낭 여행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도둑이 아니라 벌레라는 걸 깨달았다.
어쨌든 팔미라는 보러 가야지.
이 기둥을 보는 것은 공짜, 이렇게 넓게 퍼져 있는 유적을 어떻게 담 안에 가두어 돈을 받겠는가?
시간이 이르고 시내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니 사람도 하나도 없다. 바람이 불어 시원하고 조용하고 페허를 혼자 걷는 기분도 좋다.
팔미라는 천년 동안 앗시리아인의 마을이었다가 이후 그리스의 지배를 2백여년간 받으며 번성했고, 제노비아(Zenobia)라는 왕비의 지배를 받던 시기가 전성기였다.
제노비아는 그리스와 아랍인의 혼혈로 스스로 클레오파트라의 후예라고 주장했고, 겁도 없이 로마로 쳐들어갔다가 왕창 깨지고 이후 도시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1089년에 지진이 난 후 이렇게 페허가 되었다.
지진 등으로 몰락한 도시를 보면(팔미라, 페트라, 제라쉬 등등) 과거의 멋진 도시는 유적이 되고 그 후손들은 조그만 마을에서 옹기종기 살고 있는 것 같다.
이 극장은 1950년대까지 모래에 묻혀있다 발굴된 후 손을 많이 봤단다. 입장료 일반 75, 학생 5 시리아 파운드.
Really? 날도 더워지기 시작하는데 공짜라니 탈 수 밖에...
생각보다 훨씬 높고 많이 흔들거려 조금 무섭다. 낙타가 완전히 앉은 다음 내려야 하는데 먼저 내리려다 거의 떨어지기까지 했다.
그래도 중동에서 낙타 한 번쯤은 타줘야한다.
입장료 일반 150/학생 10, 대학원 학생증을 여기와서 잘 쓰고 있다.
벨 신전에서 일본인 단체 관광객을 만났다. 아저씨 , 아주머니들, 아직 우리나라는 여기까지는 안 오는 듯 싶다.
한 아주머니가 내가 혼자 왔다니 대단하다고 하신다. 그건 그렇고 어르신들을 보니 부모님 생각이 나네.
오후에 하마로 가야하니 이쯤에서 나왔다.
하지만 세월에 따라 조금씩 허물어지고 사라져가는게 진짜 유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호텔까지 걸어오는데 온통 가렵고 난리다. 새로운 물린 자국이 자꾸 생겨난다.
이 옷에 벌레가 사는 걸까? 알렉산드리아에서 8천원 주고 산 웃옷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호텔을 나섰다.
숙소 주인이 버스가 호텔 앞에 서게 해 주었는데 중간에서 타면 언제나 그렇듯 자리가 없어 뒷자리에 끼여탔다.
길한가운데 내려 주는데 하마 가려면 가라지 하마로 가야 한단다.
택시 합승해 가라지 하마(하마가는 버스터미널이라는 뜻)로 와서 미니버스를 타고 하마까지 가고 또 택시 타고 하마에서 평판 좋은 리야드 호텔에 도착했다.
요르단에서도 그랬듯이 사람들이 친절해 물어보면 잘 가르쳐 주기에 대충 모르고 다녀도 목적지에 갈 수 있다.
이 상태로 도미토리에서 잘 수 없어 욕실 딸린 싱글룸 350파운드에 잡았다.
깨끗한데 싼 호텔 싱글룸이 다 그렇듯이 좁고 캄캄하다.
너무 목이 말라 콜라 한 잔 사먹으러 나왔는데 한국인 커플을 만났다.
중국, 동남아, 네팔, 파키스탄, 이란 등 거쳐 1년째 여행하고 있는 윤-이 커플이다.
내 팔의 물린 자국을 보여주었더니 자기네도 두 번이나 다 뒤집고 빨고 그랬단다.
빨래할 동안 입을 옷도 빌려주고 물 끓이는 것도 도와주고 빨래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삶는 효과를 내야 하기에 큰 비닐 봉지에 옷과 세제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서 한참 둔다음 행궈야 한다.
배낭이나 물건을 담았던 작은 주머니들도 몽땅 빨아야 한다고.
너무 고마웠다. 힘든 순간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나타나줘서 정말 다행이다.
혼자였으면 엄두도 못낼 일을 그들이 도와줘서 할 수 있었다.
친절한 매니저 압둘라에게도 조언을 구하니 쨍쨍한 햇빛에 말리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란다.
오늘 밤 이후 새로 물린 자국이 안 생기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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