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22. 23:33
D+149 070811 탈린-상트페테르부르크 이동, 네바강에서의 맥주.
2009. 6. 22. 23:33 in 2007세계일주/러시아
상트 가는 버스는 9시 출발, 6시에 기상해서 어제 미리 봐두었던 시내 버스를 타고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6시 40분.
혹시나 해서 일찍 움직였는데 너무 일찍 왔다. 새벽공기는 차가운데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서 졸다말다.
옆 벤치에 술 취한 아저씨가 자고 있고 꼬마애들 몇 명이 무엇인가를 팔러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유로라인 버스, 짐도 안 실어준다. 좌석도 무척 좁고 에어콘도 안 시원하고.
터키 버스가 진정으로 그리웠다. 나비 넥타이 맨 차장 아저씨, 따뜻한 차, 간식 그런 것들이.
국경 도시 Nirva 에 도착, 화장 예쁘게 하고 분홍 매니큐어에 큰 링 귀걸이를 한 여자 경찰이 여권에 도장을 쾅 찍는다.
음, 이거 너무 싱겁군. 하긴 한국에서 5개월전에 6만원 주고 비자를 만들어 오긴 했지..
국경을 넘어도 분위기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 황량한 길. 침엽수 숲, 가끔 나타나는 경작지, 마을에는 볼품 없는 아파트 건물.
중간에 들른 마을, 거리에는 사람 한 명 없다.
깜빡 잠들었는데 상트에 도착, 오후 네 시. 길의 스케일부터 다르다. 건물도 엄청 크다.
M 표시가 보이고 사람들도 많이 내리길래 따라 내렸다. 우선 사람들을 따라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작은 배낭에 침낭이랑 매트를 매달고 머리가 굉장히 긴 여자애가 있어 말을 걸었는데 에스토니아 출신으로 지금은 남자친구를 방문하고 그 다음에 몽골 쪽으로 히치해서 여행할 거란다.
지난 4년간 여기저기 히치하며 여행했고 아티스트인데 여행이 영감을 준다고.
오, 대단한 아가씨다. 지하철역에서 내가 루블이 없다고 하자 전철표도 사 주고 어디서 내릴지도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대충 여기겠지 하고 내렸는데 여기가 아닌가보다. 역 이름 안 써있는 지하철역을 본 적이 있는가?
러시아어 알파벳도 도저히 읽을 수가 없다.
티비에서 본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왔다, 낯선 거리, 중동에서는 이렇게 멍하니 넋놓고 있으면 누군가가 말을 거는데 여기는 모두 휙휙 지나간다. 혼자서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다.
다행히 교차로에 지도가 표시되어 있는 곳이 있어 론니 지도랑 비교해 보고 걷기 시작했다.
다음 교차로에서 만난 거리는 분명 이 이름이어야 하는데 다르다. 배낭은 점점 무거워지고 길도 점점 이상해진다.
여기쯤 분명 호스텔이 있는 거리여야 되는데 거리의 건물이 온통 공사중이라 장막을 쳐 놔서 알 수가 없다.
안 되겠다. 아무리 러시아 사람들이 불친절하다지만 누구라도 잡아서 물어봐야겠다 하고 생각하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세 명이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어떤 건물로 쑥 들어간다.
찾았다, Hostel Zimmer. 조금 늦었더라면 상트 거리에서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직 나의 방향 감각은 죽지 않았어, 스스로 뿌듯해 했다는.
이 호스텔이 여행자 거주지 등록을 해주고 한국 여행 까페에 추천되었는지 도미토리 침대 6개 중 한국인이 네 명이다.
러시아를 여행하는 여행자는 입국 3일 이내에 거주지 등록을 해야 하고 도시를 옮길 때마다 다시 해야 한다.
3일동안 안 머물고 이동하면 장땡, 거리에서 경찰한테 안 걸리면 장땡, 걸리면? 모른다.
한인 민박에 머물면 따로 30불쯤 내야 해준다는데 여기는 그냥 해 줬다.
14일까지는 우선 안심.
또 혹시나 검문당할 수도 있으므로 그 도시에 도착한지 3일이 안 되었다는 증거를(기차표 같은 것) 갖고 다니라는 얘기도 있다.
오늘 쫄쫄 굶었으므로 짐을 대충 던지고 나왔다.
큰 길이 아니고 샛길 정도인데 길 참 넓다. 머리 위로 전차용 복잡한 전깃줄이 있다.
이제 많이 보게될 양파 머리 교회 지붕.
어, 낯익은 M자. 그런데 도대체 뭐라고 쓴 거냔 말이다. 러시아 알파벳, 너무 어려워, 배울 엄두도 못 냈다.
들어가 봤는데 영어 메뉴도 없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KFC 에 갔다.
한 때 사회주의의 강대국이었던 나라의 거리에 미국식 패스트푸드점이 넘쳐난다.
KFC 에서 대충 한 끼 때우고 그 유명하다는 도시락 라면을 찾아 헤매기 시작.
300년 전만 해도 이 곳은 그냥 습지 였다는데 표트르 대제가 'Window on the West' 로 운하를 파고 습지를 메꾸어 도시를 만들고 수도를 이리 옮겼다고. 하도 많은 사람이 도시를 만드는 중 죽어 뼈 위에 건설된 도시로 알려져있다.
표트르 대제는 이 도시를 만들며 베니스를 생각했다는데 베니스 운하를 한 열 배 늘려놓으면 이 풍경이겠다.
한참 동안이나 수퍼를 찾아 헤매다 결국 발견한 도시락 라면.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해물(?) 네 가지 맛이 있다. 3개를 63루블(1루블 = 40원)에 사가지고 즐겁게 돌아왔다.
숙소에서 저녁으로 도시락 라면을 먹고(우리나라 라면 맛과는 좀 다르지만 맛있다.) 일기쓰고 있는데 한국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인터넷 까페를 통해 팀을 꾸려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고 모스크바 거쳐 왔고 이제 몽골, 중국 거쳐 돌아간다는 찬비님, 봄소풍님, 경란, 민경양, 엽군.
갑자기 의기 투합해 네바강에 맥주를 마시러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본 피의 성당(Church on Spilled blood), 숙소에서 어딜 가려면 꼭 지나가야 하는 위치에 있다.
맥주 5L 짜리 하나 샀다.
<사진 출처 : 싸이월드 클럽 내 영혼의 오지>
여긴 시원하게 안 마시나 보다, 미지근한 맥주는 사실 별로인데,
네바강에서 마시니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정해진 시간에 다리가 올라간다는데 벌써 올라가 있다.
밤의 강가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술 마시고 놀고 있고 우리도 그 중 하나, 많이 많이 마셔줘야 할 것 같은 러시아의 밤이다.
혹시나 해서 일찍 움직였는데 너무 일찍 왔다. 새벽공기는 차가운데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서 졸다말다.
옆 벤치에 술 취한 아저씨가 자고 있고 꼬마애들 몇 명이 무엇인가를 팔러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유로라인 버스, 짐도 안 실어준다. 좌석도 무척 좁고 에어콘도 안 시원하고.
터키 버스가 진정으로 그리웠다. 나비 넥타이 맨 차장 아저씨, 따뜻한 차, 간식 그런 것들이.
국경 도시 Nirva 에 도착, 화장 예쁘게 하고 분홍 매니큐어에 큰 링 귀걸이를 한 여자 경찰이 여권에 도장을 쾅 찍는다.
음, 이거 너무 싱겁군. 하긴 한국에서 5개월전에 6만원 주고 비자를 만들어 오긴 했지..
국경을 넘어도 분위기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 황량한 길. 침엽수 숲, 가끔 나타나는 경작지, 마을에는 볼품 없는 아파트 건물.
중간에 들른 마을, 거리에는 사람 한 명 없다.
깜빡 잠들었는데 상트에 도착, 오후 네 시. 길의 스케일부터 다르다. 건물도 엄청 크다.
M 표시가 보이고 사람들도 많이 내리길래 따라 내렸다. 우선 사람들을 따라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작은 배낭에 침낭이랑 매트를 매달고 머리가 굉장히 긴 여자애가 있어 말을 걸었는데 에스토니아 출신으로 지금은 남자친구를 방문하고 그 다음에 몽골 쪽으로 히치해서 여행할 거란다.
지난 4년간 여기저기 히치하며 여행했고 아티스트인데 여행이 영감을 준다고.
오, 대단한 아가씨다. 지하철역에서 내가 루블이 없다고 하자 전철표도 사 주고 어디서 내릴지도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대충 여기겠지 하고 내렸는데 여기가 아닌가보다. 역 이름 안 써있는 지하철역을 본 적이 있는가?
러시아어 알파벳도 도저히 읽을 수가 없다.
티비에서 본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왔다, 낯선 거리, 중동에서는 이렇게 멍하니 넋놓고 있으면 누군가가 말을 거는데 여기는 모두 휙휙 지나간다. 혼자서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다.
다행히 교차로에 지도가 표시되어 있는 곳이 있어 론니 지도랑 비교해 보고 걷기 시작했다.
다음 교차로에서 만난 거리는 분명 이 이름이어야 하는데 다르다. 배낭은 점점 무거워지고 길도 점점 이상해진다.
여기쯤 분명 호스텔이 있는 거리여야 되는데 거리의 건물이 온통 공사중이라 장막을 쳐 놔서 알 수가 없다.
안 되겠다. 아무리 러시아 사람들이 불친절하다지만 누구라도 잡아서 물어봐야겠다 하고 생각하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세 명이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어떤 건물로 쑥 들어간다.
찾았다, Hostel Zimmer. 조금 늦었더라면 상트 거리에서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직 나의 방향 감각은 죽지 않았어, 스스로 뿌듯해 했다는.
이 호스텔이 여행자 거주지 등록을 해주고 한국 여행 까페에 추천되었는지 도미토리 침대 6개 중 한국인이 네 명이다.
러시아를 여행하는 여행자는 입국 3일 이내에 거주지 등록을 해야 하고 도시를 옮길 때마다 다시 해야 한다.
3일동안 안 머물고 이동하면 장땡, 거리에서 경찰한테 안 걸리면 장땡, 걸리면? 모른다.
한인 민박에 머물면 따로 30불쯤 내야 해준다는데 여기는 그냥 해 줬다.
14일까지는 우선 안심.
또 혹시나 검문당할 수도 있으므로 그 도시에 도착한지 3일이 안 되었다는 증거를(기차표 같은 것) 갖고 다니라는 얘기도 있다.
오늘 쫄쫄 굶었으므로 짐을 대충 던지고 나왔다.
큰 길이 아니고 샛길 정도인데 길 참 넓다. 머리 위로 전차용 복잡한 전깃줄이 있다.
이제 많이 보게될 양파 머리 교회 지붕.
어, 낯익은 M자. 그런데 도대체 뭐라고 쓴 거냔 말이다. 러시아 알파벳, 너무 어려워, 배울 엄두도 못 냈다.
들어가 봤는데 영어 메뉴도 없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KFC 에 갔다.
한 때 사회주의의 강대국이었던 나라의 거리에 미국식 패스트푸드점이 넘쳐난다.
KFC 에서 대충 한 끼 때우고 그 유명하다는 도시락 라면을 찾아 헤매기 시작.
300년 전만 해도 이 곳은 그냥 습지 였다는데 표트르 대제가 'Window on the West' 로 운하를 파고 습지를 메꾸어 도시를 만들고 수도를 이리 옮겼다고. 하도 많은 사람이 도시를 만드는 중 죽어 뼈 위에 건설된 도시로 알려져있다.
표트르 대제는 이 도시를 만들며 베니스를 생각했다는데 베니스 운하를 한 열 배 늘려놓으면 이 풍경이겠다.
한참 동안이나 수퍼를 찾아 헤매다 결국 발견한 도시락 라면.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해물(?) 네 가지 맛이 있다. 3개를 63루블(1루블 = 40원)에 사가지고 즐겁게 돌아왔다.
숙소에서 저녁으로 도시락 라면을 먹고(우리나라 라면 맛과는 좀 다르지만 맛있다.) 일기쓰고 있는데 한국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인터넷 까페를 통해 팀을 꾸려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고 모스크바 거쳐 왔고 이제 몽골, 중국 거쳐 돌아간다는 찬비님, 봄소풍님, 경란, 민경양, 엽군.
갑자기 의기 투합해 네바강에 맥주를 마시러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본 피의 성당(Church on Spilled blood), 숙소에서 어딜 가려면 꼭 지나가야 하는 위치에 있다.
맥주 5L 짜리 하나 샀다.
<사진 출처 : 싸이월드 클럽 내 영혼의 오지>
여긴 시원하게 안 마시나 보다, 미지근한 맥주는 사실 별로인데,
네바강에서 마시니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정해진 시간에 다리가 올라간다는데 벌써 올라가 있다.
밤의 강가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술 마시고 놀고 있고 우리도 그 중 하나, 많이 많이 마셔줘야 할 것 같은 러시아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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