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29. 09:09

D+17 070401 sun 스피츠코프(Spitzkoppe)

오늘 4월 1일, 써머타임이 끝나서 아침에 여유가 있다. 10시반에 출발한다기에 어제 봐둔 8시 반 일요일 미사에 갔다.
저기 카톨릭 교회.
독일어와 영어가 같이 표기되어 있다.
사람들이 왜 밖에 다 이렇게 서 있는 걸까?
들어가려 했더니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어쩌구 저쩌구, 여기 서있다가 같이 들어가야 한단다.
음, 역시 좋은 말들이야.
조금 기다리니 정말 나이드신 신부님이 오셔서 밖에서부터 미사를 이끄신다.
성당 내부, 나이든 백인 신자들이 거의 대부분.
어제 살아남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기도를 드렸다.
또 '오지'로 간단다. 부쉬캠프라고 캠프 시설이 없는 곳에 가야 한단다.
또 장을 보러 갔다.
사자가 그려져 있는 심바 스낵, 토,일요일은 알콜을 안 판다는 표지. 왜? 사람들이 얼마나 아쉬워하던지...!
맥주가 없는 저녁시간은 상상하기 힘들다.
목적지 스피치코프로 가는 도중 아무것도 없는 길가에 이런 노점이 있다.

주변에 마을도 없는 것 같은데 여기 사는 걸까? 물도 없고 먼지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보이는 마른땅이다.
이런 것들을 팔고 있다. 돌. 하나라도 사줘야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걸텐데 갈 길이 워낙 멀어서 사지는 못했다.
사진기를 보고 신기해하던 아이들. 돈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
볼펜 하나 줬다.그런거 주지 말라고 가이드북에 나와있는데, 차라리 국제기구 같은데 기부를 하라던데.
이런 곳에서도 H사의 액센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웬지 씁쓸한 마음으로 다시 트럭에 올랐다.
스피치코프로 향한다.
저기 보이는 거대한 바위덩어리가 바로 그것이다. 높이가 1728m 란다.
엄청난 바윗덩어리다.
여기도,
저기도.

우리 트럭과 또 하나의 투어트럭, 저기 간이 화장실뿐, 아무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씻을 물도 없는데 축구를 하고 있는 투어멤버들, 땀냄새 엄청 나겠구만.
위태하게 바위를 타고 있는 리언.
안정감 있어 보이는 마릴레인.

나도 좀 기어올라가 보았다. 재밌군.
멋진 풍경이다.
심장 모양의 바위를 발견하였다. 병원에서 일하던 때는 아주 먼 일처럼 느껴진다.
텐트 칠때부터 빗방울이 몇 개 떨어지더니 하늘이 심상치 않게 변하고 있다.
비가 오면 어쩌지? 비 피할 곳 하나 없는 곳인데.
석양은 멋지다.

저쪽에서는 비가 오는 것 같다. 무지개도 보이네. 번개 치는 것도 보이고 천둥 소리도 크게 들린다.
awesome 한 광경이다.
모두들 감탄하고 있다.
아무 문명의 장벽 없이 이렇게 자연현상을 피부로 느껴본 것이 처음인 것 같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연, 그 안에서 작아질 수 밖에 없는 인간을 느낀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저녁은 미트볼.
물이 없는 캠프에서 만들기 힘든 메뉴인 것 같았으나 이제 위생 같은 건 별로 신경이 안 쓰인다.
배고프니 맛만 좋았다.
천둥 소리는 점점 잦아 들었고 별빛도 없는 칠흑같은 어둠 속의 텐트에서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