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19. 13:02

D+185 070916 나스카 라인을 날다.나스카-쿠스코 이동

나스카 라인 비행이 10시 반이니 일찍 일어나도 할 일이 없다. 소형 비행기가 멀미가 많이 난다고 해서 아침은 걸렀다.
침대에서 시간 죽이다 10시 반에 내려와 가방을 맡기고 봉고 버스 타고 출발. 어제 리마에서 같이 버스를 타고 온 더치 커플과 불어를 쓰는 세 명이 같이 간다.
공항은 5km 떨어져 있는데 금방이다. 공항세 10솔.
내가 고른 회사, 아에로 콘돌.
활주로가 있고 격납고와 사무실이 늘어서 있다.
이름, 나이, 몸무게를 적으란다. 요새 몸무게를 달아본 적은 없지만 좀 빠졌겠지, 알고 있던 몸무게에서 2kg 빼고 적는다.  이제 기다리는 시간, 이까 등지에서 그룹 투어를 많이 오기에 비행이 많단다.
여러 비행기가 한꺼번에 뜨면 하늘에서도 교통사고가 날 수 있겠지.
앞에 있는 고급 호텔에 가서 나스카 라인에 대한 비디오를 보았다. 온통 일본인 단체 관광객이다.
조금 보고 있으니 내 이름을 부른다. 차를 타고 다른 비행기 회사 사무실로 간다. 짝이 안 맞아서 애매했나?
어, 이건 아에로 콘돌이 아니쟎아요. 똑같은 회사에요. 비행사 옆에 앉을 수 있어요.
뭔가 속는 것 같았지만 비행이야 똑같겠지, 하고 갔다.
 
비행기는 진짜 허술하게 생겼다. 두드려 보니 퉁퉁 속이 빈 소리가 난다.
아까 운전해 온 남자가 막 웃는다. 몇 살이냐고, 결혼했냐고, 애는 있냐고 묻는다.
결혼 안 했는데 어떻게 애가 있어요? 여기는 그런 경우도 종종 있단다.
전혀 하늘을 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비행기.
조금 있으니 흰남방에 머리엔 포마드를 바르고 검은 선글라스를 쓴 느끼한 아저씨가 나타난다. 이 아저씨가 파일럿?
아, 비행기도 파일럿도 그리 미더워 보이지 않는다.
무전기로 어딘가로 연락을 취하더니 이제 뜰 수 있단다. 그래 떨어질 떄 떨어지더라도 여기까지 왔으니 타 봐야지.
운전수 옆자리에 앉았다. 내 뒤에는 브라질에서 온 연인. 팁을 환영한다고 온나라 말로 써 있다.
다행히 한국말로는 안 씌여 있다. 이럴 때는 영어롤 못하는 척 하는게 상책.
헤드폰을 쓰고 이륙 준비 끝.
비행기는 활주로를 달려나간다.
어,어, 하는데 장난처럼 비행기가 뜬다. 엔진 소리며 바람 소리가 무척이나 시끄럽고 엄청 흔들린다.
어느 새 높이 올라와 있다. 이렇게 맨 몸(?)으로 날아 본 것은 처음이다. 생각보다 무섭지는 않은데 스물스물 멀미의 기운이 몰려오고 있다. 조종사가 아래, 오른쪽, 왼쪽에 뭐가 보인다고 애기해 준다.시끄러워서 잘 들리지는 않는다.

나스카 라인은 500제곱 킬로미터의 마른 땅에 800개의 선, 300개의 기하학적 도형, 70개의 그림으로 이루어졌다.
표면의 돌을 걷어내여 밝은 빛깔의 땅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누가 무슨 의미로 만들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오랫동안 나스카 라인을 연구한 독일 수학자 마리아 리이히에 따르면 BC900부터 AD600에 거쳐 파라카스(Paracas)와 나스카(Nazca)문명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천문학적인 달력일 것이라고 한다. 그 외 토속 종교의 의식을 위한 길, 외계인의 착륙지라는 의견도 있다.
삼각형이 보인다.
비행기에서만 볼 수 있을 정도로 큰 것인데 어떻게 저렇게 똑바로 선을 그었는지 감탄할 수 밖에 없다.
기하학적인 도형이 엉켜있다.
마른 땅, 비가 적은 기후여서 도형이 그대로 보존되는 것이다.
귀여운 그림 발견.
문어처럼 생긴 외계인.
잘 안 보이지만 눈을 크게 뜨고 보면 꼬리가 말려 있는 원숭이의 그림이 보인다.
비행기는 180도를 돌아 원숭이를 다른 방향에서 보여준다. 속이 울렁울렁,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 액정을 바라보고 있으니 더 그렇다.
잘 보면 다리를 도로가 밟고 지나간 개 모습이다.
왼쪽 위의 콘돌.
왼쪽에 거미.
30분을 안 채우고 내려오는 비행기가 있다는데 안 채워도 좋으니 좀 내려갔으면 좋겠다. 토하기 일보직전.
도형을 가로지른 아스팔트길.
나스카에서 20km떨어진 곳에 있다는 전망대(mirador)가 보인다.
저기서 볼 수 있는게 도마뱀이랑 나무와 손이라는데 하나도 알아볼 수가 없다.
이제 제발 좀 그만 봤으면 좋겠다, 하는 순간에 비행기가 내려가기 시작한다.
웩웩, 멀미를 핑계삼아 애타게 팁을 원하는 조종사의 눈길을 무시하고 나와버렸다. 조종사는 어차피 월급도 많이 받을테고 내가 선택한 여행사도 아니지 않느냔 말이다.
나스카 라인을 봤다는 건 재밌는 경험이었지만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

다시 봉고를 타고 마을로 돌아왔다.
속이 비어 있으니 더 구역질이 나는 것 같아 뒷길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역시 메뉴 델 디아(오늘의 요리), 수프는 향초가 덜 들어가 어제보다 나았다.
쥬스, 닭다리 하나와 밥, 모두 해서 4솔(1200원), 역시 투리스트 레스토랑보다 훨씬 싸다.
밥을 먹고 나니 정신이 좀 든다. 소형 비행기 조종 면허증을 따는 사람들도 있던데 내 취향은 아닌 것 같다.

쿠스코 가는 버스는 밤 8시에 있으니 고고학 박물관(Museo Didactico Antonini)에 가보기로 한다.
가면서 본 치과 간판.
시내에서 1km쯤 걸어갔다.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박물관 맞나 긴가 민가, 초인종 눌러야 들어갈 수 있다. 입장료 15솔
불이 꺼져 있었는데 내가 들어가니 켜준다. 보는 사람은 나 혼자.
나스카의 역사, 발굴된 유물, 발굴되기까지의 과정등이 전시되어 있다. 스페인어 해설밖에 없는데 영어로 된 책자 같은 걸 준다.
어디서나 빠지지 않는 해골, 뼈만 있는 해골은 괜찮은데 미이라 같은 건 좀 섬뜩.
정원에는 물이 흐르고 있는 수로가 있다. 이 벽 너머에서 동네 여자들이 흘러나오는 물로 빨래를 하고 있었다.
갖가지 나무들이 크게 자라 있다.
진짜 무덤이겠지? 앉은 채로 묻었나보다.
무덤이라는 건 알겠다.Tumba=tomb 나머지는 모르겠다.
어디선가 한국말이 들린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 아저씨 몇 명이 들이닥친다.
선원, 항구에 배를 대고 짐을 내리는 동안 관광하고 있단다. 내가 혼자 여행하고 있다니까 다짜고짜 돈 많이 들었죠?
우리는 나스카 비행기까지 일인당 6만원밖에 안 들었어. 아, 네..
차를 빌려서 페루 사람 가이드를 붙여 돌아다니고 계시다고. 점심때 먹다 남은 치킨이 차에 있는데 좀 먹겠느냐고.
에, 그게...저도 나름 잘 먹고 다니거든요. 이거 원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래도 시내끼자는 차를 얻어타고 편하게 돌아왔다.
내가 하는 여행이 돈이 많이 들고(사실 별로 그런 것도 아니다) 때로는 힘든 길만 골라가는 듯 하지만 나는 이렇게 돌아다니는게 좋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버렸다. 오늘 일요일에 열리는 벼룩시장 구경을 좀 했다.
간식, 죠리퐁, 구슬까지 끼워 준다.
아르마스 광장에 앉아 있기.
낮엔 햇볕이 따가운데 해가 기울수록 공기가 무척 차가워진다.
여럿이 다니는 서양인 여행자들이 보인다. 쟤네들은 어디서 만나서 저렇게 같이 다닐까, 나도 도미토리를 이용해야지 동행을 만들 수 있을까? 떠난지 얼마 안 되었는데 왜이리 외로운지 모르겠다.
8시에 온다는 버스는 30분 늦게 도착, 리마에서 거의 꽉 차서 왔다. 편하게 혼자 앉아 가기는 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