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1. 09:51

D+199 070930 티티카카호수, 갈대로 만든 섬.

커튼을 열어 놓고 잤더니 아침햇살에 잠이 깼다. 창문이 큰 방은 이게 문제.
오늘은 티티카카 호수와 갈대섬 우로스, 케추아 족이 사는 타킬레 섬을 돌아보는 투어에 참가할 예정.
티티카카 호수는 안데스 산맥의 중앙,  세계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다, 3890m의 고도에, 면적은 8300제곱킬로미터라니, 감이 잘 오지 않는 크기다.

픽업 버스를 타고 항구에 도착해 20명 정도가 승선할 수 있는 배를 탔다.
동양 여자가 세 명 있다. 한 명은 백인과 커플인데 중국 여자인 것 같고 한 사람을 일본애 같아 보이는 솔로 여행자.

갈대숲이 여기 저기 보인다. 
30분쯤 달리니 우로스 섬이 눈 앞에 나타난다.

우로스 족은 몇 백 년 전에 호전적인 다른 부족을 피해 물 위에서 사는 삶을 선택했다.
토토라라는 갈대로 섬을 만드는데 잘라서 3미터 정도 쌓기만 하면 된다고. 아래가 썩으면 위에다 다시 갈대를 쌓으면 되고.
갈대로 섬도 만들고 집도 만들고 배도 만들고 관광객들에게 파는 기념품도 만든다.
주로 티티카카 호수의 물고기를 잡아 생활하는데 아직도 몇 백명의 우로스 족이 떠다니는 섬 위에서 산다.
무슨 '갈대 체험관' 같은데 온 것 같은 기분이다.
바닥이 푹푹 빠진다. 3미터 정도이 두께로 쌓았다니 물에 빠질 염려는 없겠지만 그래도 불안하다.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가이드.
머리 장식이 특이한 여자들이 불을 피우고 있다. 혹시 불이라도 나면 어쩌지? 걱정이 된다.
페루의 일본 대통령 후지모리가 선물했다는 태양열 전지.
아무래도 떠다니는 섬에 산다는 건 좀 불안한 것 같다.
이 섬은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섬, 실제 살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육지에 살면서 이리로 출근하는 우로스 족도 있다고.
실제 사람들이 사는 큰 갈대섬도 있는데 거기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역시 갈대로 만든 배, 실생활에서 쓰이는 배는 이렇게 생겼고,
투어리스트들을 태우는 배는 이렇게 생겼다.
갈대섬에 사는 사람들을 보는 건 신기했지만 너무 투어리스틱(?)한 곳이었다.

다시 배를 타고 이동한다.
갈대숲 사이로 지나가는 배.
온통 갈대숲이다.
일본 여자애랑 얘기를 나누게 됐다. 마사요, 어디서 많이 본 얼굴처럼 생겼다. 일본애 치고는 영어도 꽤 잘하고.
페루,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여행하는데 지난 7년동안 여행을 거의 못 했단다.
그 이전에는 인도네시아, 남아공, 호주, 아랍 에미리트 등을 여행했는데 모터 바이크(!)로 했다고.
오, 대단한데, Amazing! 진짜 놀랍다. 얼굴은 진짜 얌전하게 생겼는데...
남아공을 여행할 때는 주유소가 없어서 자동차가 가솔린을 싣고 따라왔다고 한다.
지금은 부모님이 걱정하시고 나이가 들어서 모터바이크는 더 이상 안 타고 백팩으로 여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우라나라에도 바이크 족이 있지만 여자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2시간 30분을 더 달려 타킬레 섬에 도착. 37km 가는데 세 시간이 걸리는 거라고.
층층 파이결처럼 생긴 섬이다.
마을까지 가려면 언덕길을 한참 걸어야 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 계단식 밭으로 개간되어진 섬.
광장에는 여행객들이 와글와글, 이들이 다 떠나고 난 섬은 어떨까, 조용하고 좋을 것 같다.
볼리비아 쪽의 이슬라 데 솔에서 며칠 묵을 계획이니 그 때 그걸 느껴봐야겠다.
 여기서보니 수평선이 보이는 큰 호수라는 게 느껴진다.
마사요랑 한 장,
점심은 투어비에 포함되어 있다. 가이드가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레스토랑으로 안내한다.
투어팀마다 배정된 식당이 있는 것 같다. 섬 주민들이 공평하게 돈을 벌도록?
티티카카 호수에서 잡힌다는 송어(trucha)를 먹었다.
밥을 다 먹고 쉬고 있는데 저 쪽에서 낯익은 두 얼굴이 보인다.
꼴까 캐년 투어에서 만났던 알리스타와 사라, 티티카카 호수에 간다더니 여기 있었구나. 어제 아만타니 섬에서 묵고 오늘 여기서 묵는다는데 물도 전기도 없어 지내기가 좀 힘들었다고.
두번째  만나니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무척 반가웠다.  다시 포옹하고 헤어졌다.

마사요는 1박2일짜리 투어로 오늘밤 여기서 묵는단다.
-물이 없다는 데 어쩌니?
-응, 그럴 줄 알고 물티슈를 준비해 왔지. 
일본 애들은 어디 가나 얼굴을 하얗게 화장하고 다니기에 물티슈가 필수겠다. 
몇 시간 같이 안 있었지만 정서가 비슷한 동양 여자애인데다 말도 잘 통해 즐거웠다. 
 
이제 돌아가는 길, 썰렁한 투어다. 뱃길이 멀기도 하지만 우로스 섬 한 번 찍고 타킬레 섬에서 밥 먹고 가는 투어라니.
밭과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집.
돌아가는 길엔 섬 반대쪽으로 간다. 어떻게 붙어있는지 신기한 아치.
이 쪽은 올 때보다 더 가파른 언덕길이다.
그런데 그 언덕길을 무거운 짐을 지고 힘겹게 오르는 케추아족 처자가 있다. 아까 내가 먹은 잉카 콜라, 쌀 같은 걸 저렇게 날랐겠지. 좀더 맛있게 먹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세 시간을 달려 푸노로 돌아왔다. 배 타는 시간만 여섯 시간인 투어다.
1박 2일 투어를 하면 현지인 집에 숙박하고 밤에 댄스파티도 간다고 들었는데 그걸 할 걸 그랬나?
티티카카 호수에 저녁이 찾아온다.
전기도 안 들어오는 섬에서 마사요는 잘 하고 있으려나?

Epilogue : 마사요와는 이후 내가 도쿄에 갔을 때 한 번 만났고 작년에는 한국 여행 와서 우리집에서 하루 자고가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