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8. 09:21

D+206 071007 국립조폐국, 포토시

라파즈에서 포토시 가는 버스, 무척 추웠다. 사람들이 다 담요를 덮고 있는게 이해가 갔다.
나도 갖고 있는 두꺼운 옷을 다 꺼냈고 발토시에 모자까지 썼는데도 오돌오돌 떨며 잤다.
맨 앞자리, 파노라믹 자리긴 한데 커튼이 없어 앞에서 지나가는 헤드라이트에 눈이 부셔 잠을 잘 잘 수가 없었다. 
새벽 한 시 쯤 휴게소(?)에 잠깐 선다. 내려보니 남자들이 아무데서나 소변을 보고 있다. 치렁치렁한 치마를 입은 아줌마들은 치마를 펼치고 그냥 자리에 앉는다. 그 치마가 그런 용도로 유용하겠구나.
식당 뒤편에 공중화장실이 있었는데 무척 더럽고 물도 안 나왔다. 이럴 때 한국식 재래 화장실이 그립기까지하다.

버스는 5시 반에 포토시에 도착했다. 뭐야, 너무 일찍 도착한 거쟎아.아직 해도 안 뜬 낯선 도시에서 무얼 해야 하지?
그 새벽에도 터미널에는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모두 어디를 향하는 걸까?
터미널 안도 추웠는데 밖으로 나오니 냉기가 장난 아니다.  
택시를 잡아타고 론니에서 봐둔 숙소 Koala Den 에 가자고 했다.
아무것도 없는 골목길, 아직 어둑어둑한데 벨을 눌렀다. 아무도 안 나오면 어쩌지?
다행히 자다 깬 얼굴로 아저씨가 나오신다. 도미토리는 없고 화장실 딸린 더블룸 60B, 좀 비싸긴 하지만 다른 선택권이 없어 묵기로 한다. 그 새벽에도 아저씨 친절하게 설명도 해 주시고.
겨우 세수만 하고 이불에 기어들어가 잠들었다.

오늘은 일요일, 광산 투어는 쉬는 날이다.
포토시에서 또 하나 볼 거리인  조폐 박물관(Museo de la Casa Nacional de la Moneda)도 12시까지밖에 안 연다.
8시 반에 자명종 맞춰 놓았는데 9시에 허겁지겁 일어났다.
아침을 먹으러 내려가니 한 무리의 웨스턴들이 식당에 있고 응접실에도 또 한 무리가 있다. 론니에 나와 인기 있는 숙소라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겨우 끼여 앉아 빵 두 조각과 커피, 쥬스를 마실 수 있었다.
밝을 때 보니 아름다운 호스텔이다. 천장이 높은 중정이 있고 색색깔의 계단과 식물이 있다.
볼리비아에 관한 사진집도 몇 권 있다. 볼리비아에 온 이후로 큰 서점을 찾지 못했는데 여기 서점에서 볼만한 책이 다 있다.
내일 광산 투어를 신청하고(80B) 나왔다.
조폐박물관에 도착하니 10시 반, 개인적으로 둘러볼 수는 없고 꼭 가이드 투어를 해야 하는데 오늘 영어 가이드 투어는 끝났고 에스파뇰 투어만 있다고.
그거라도 해야지 다른 선택권이 없다. 나 말고도 독일인 그룹, 캐나다인 가족등이 따라 간다. 입장료 20B
조폐박물관 정원.
포토시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곳(4060m)에 위치한,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도시다.
1545년 세로 리코(Cerro rico 부유한 언덕)에서 은이 발견된 후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18세기 말에는 길을 은으로 포장할 만큼 번성했으나 점점 은이 고갈됨에 따라 쇠락의길을 걸어 지금은 볼리비아에게 제일 가난한 도시 축에 든다.
이 조폐국은 1572년 이 곳에서 채굴된 금, 은으로 화폐를 만들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당시 스페인에서 유통되던 은화는 대부분 여기서 만들어졌다.
조폐국에 익살스러운 얼굴은 무얼 의미할까? 비웃는 것 같기도 하고.
재화를 탐하지 말라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경고한 걸까? 도둑에게도?
에스파뇰 가이드니 알 수가 없다.
종교화, 토기 같은 것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재밌는 건 은으로 만든 동전, 금화와 그걸 채굴하고 돈으로 만든 기계들이었다.
조폐의 변천사 같은 것도 잘 전시되어 있다.
엄청나게 컸던 기계, 뭐하는 기계였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설명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한번쯤 볼만한 곳이었다.

투어는 12시에 끝났다. 내 앞에는 일요일의 긴 오후가 펼쳐져 있다. 뭘 해야 할까?
우선 까떼드랄 앞 11월 10일 광장에 갔다. 페루, 볼리비아에는 유독 날짜 이름을 가진 광장, 거리가 많다.
아, 심심하다. 뭐하지? 가이드북에는 성당과 박물관이 몇 개 나와 있지만 별로 가 보고 싶지는 않다.
하늘이 흐려지고 비가 한 두 방울 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우유니 가는 차편을 알아보러 갔다. 몇 개의 버스 회사가 있고 복잡한 터미널이다.
비가 많이 오는데도 우산을 펴는 사람도 없고 상인들은 심상한 얼굴로 비닐을 치고 있다.
비오는 날씨 정말 싫은데 이 곳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일인 것 같다.

우유니 가는 버스는 오전 10시-11시 30분, 오후 6시-7시 30분에 출발하는 차편이 몇 편 있다.
왜 그 많은 버스들이 같은 시간에 출발하며 경쟁하는지 모르겠다. 다른 시간에 출발하면 손님도 분산되고 좋으련만.
포토시에서 우유니 가는 길이 아름답다고 들었으나 내일 광산투어를 하고 저녁에 출발할 수 밖에 없겠다.

돌아오는 길에 어쩌다 시장을 지나게 되었다. 오늘 주말이라 그런지 정말 큰 노천장터가 열리고 있다.
과일, 야채에서부터 티비, 전축 등 없는 게 없다.
노점 아가씨가 pollo(닭), carne(고기), arrozo(밥), 호객행위를 하길래 들어갔다. pollo, ensalada(샐러드)를 달라고 했다. 밥을 담고 닭고기, 감자를 위에 올리고 양파 샐러드랑 비트를 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옥수수알 같은 걸 올려서 나온 음식은, 
바로 이것, 기름은 좀 많지만 모든 영양소가 한 그릇에 담겨 있는 완전식품(?)이다.
먹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 보고 있길래 'Muy bien, muy bien(맛있어요)' 얘기해 주었다. 
이럴 때 음식을 남기면 눈치가 보이고 맛도 나쁘지 않아 검은 옥수수알만 남기고 다 먹어버렸다.
다 먹으니 냅킨 까지 건네 준다. 6B, 그렇게 싸지는 않았지만 재미있었다.

시장이 너무 길어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는데 힘들었다. 물어물어 돌아오는데 하늘이 심상치 않다.
호스텔  문에 딱 들어서니 우박이 쏟아진다. 중정의 플라스틱 천장을 우박이 마구 때리고 있다. 조금 늦었으면 오도가도 못할 뻔했다.
오후 내내 밀린 일기를 쓰고 볼리비아 사진집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서양애들이 여럿 소파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데 내가 끼여들 분위기는 아니다.
저녁에는 인터넷 까페에 갔다. 라파즈 길거리에서 산 복제 씨디를 MP3화일로 전환시키려고 하는데 자꾸 에러가 난다.
뒤에 있던 일하는 청년이 그걸 보더니 자기 컴퓨터에 그 음악 있다고 친절하게 내 MP3에 옮겨 주었다.
집에서 담아온 음악은 이미 질려 버렸는데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다행, 결국 세 시간이나 인터넷을 하고 돌아왔다.
한 시간에 2.5 B(350원) 정도니 시간을 때우는 제일 싸고 유용한 방법이다.

*라파즈-포토시 이동, Universaria 40B, 10시간, 조금 비싼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나을 것 같음. 밤에 무척 추우니 옷을 많이 준비할 것.
*조폐박물관(Casa Real de la Moneda), 꼭 가이드 투어를 해야 한다. 월요일 휴무. 토, 일요일 오전만
*코알라 덴 호스텔, 분위기는 좋은데 서양애들이 너무 많고 창문이 복도로 나 있어 습기가 좀 찬다.  더블룸 60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