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21. 10:49

D+220 071021 차 렌트해 라파누이 둘러보기

캄캄하다. 해는 언제 뜨는 것일까? 식탁에는 마른 빵이 한 조각씩 차려져 있다. 그거 먹고 출발.
오늘의 멤버는 체코 친구 한스, 이보, 또 이 호스텔에 묵고 있던 스위스 출신의 칠리언 가이 한스, 그리고 나.
한스는 벌써 1년째 남미를 여행 중으로 라파누이에 온지는 좀 되었단다. 운전대는 한스가 잡았다.
캄캄하고 길도 안 보이는 데 너무 빨리 모는 거 아니니?

모아이를 만드는 곳, 라노 라라쿠 도착, 여기서 보는 일출이 멋지다 해서 일찍 출발한 것. 분화구를 향해 걸어올라간다.
분화구 모습.
남쪽 해안이 내려다보인다. 구름이 끼여서 해 뜨는 건 잘 안 보이겠다.
분화구 주변 여기저기 만들다 만 모아이가 서 있다.
여기도 모아이,
땅에서 솟아나오려는 모아이,
쌍둥이 모아이,
넌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니?
이 부근의 모아이는 총 397구라는데 누가 하나하나 센 걸까? 대단한 사람이다.
후기에 만들어져 크기가 큰 것이 특징.
분화구를 바라보고 있는 모아이,
누워 있는 모아이.
이렇게 큰 것을 어떻게 조각하고 옮겼는지 신기하다.
자, 이제 내려가볼까?
분화구 반대편에도 옮기다 만 모아이가 흩어져 있다.
코가 땅에 닿겠구나.
저기 바닷가에 모아이가 서 있는 게 보인다.
아후 통가리카(Ahu Tongariki), 라파누이 최대 15구의 모아이가 서 있다. 아침해를 받으면 멋지다는데 구름이 잔뜩.
1960년대에 쓰나미 때문에 무너져 풍화의 위험 속에 있었는데 일본의 원조로  세웠다고.
일본에서 꽤 유명한 곳인듯, 론니보다 세.간.다의 라파누이에 대한 내용이 훨씬 길고 일본인 여행객도 많다.
일본도 섬나라고 2차 대전 때 미크로네시아(남양군도)를 지배한 적도 있으니 태평양의 섬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오늘 나의 카풀 동지들.
분화구는 저 산 꼭대기에 있다.
찰리와 한 장. 내가 찍자고 한 거 아님.
뒷모습. 꽤 큰데 이걸 어떻게 세웠을까? 일본에서 기중기 같은 걸 갖고 왔을까?
넌 왜 혼자인거니?
이건 왜 안 세워준거지?
해가 안 떠서 아쉽긴 했지만,
멋진 곳이었다.
말 한 마리,
말 여러 마리. 지키고 있는 사람도 없다. 섬이 넓진 않지만 마음내키는대로 마구 달려가 버리면 어쩌지?
여긴 뭐하는 곳이었더라?
직경 98cm의 큰 돌이 있는 곳이라는데 왜 사진은 없을까? 못 찾았나보다.
바다가 있고,
길이 10m의 가장 큰 모아이가 쓰러져 있던 곳.
가까이 작고 인적이 하나도 없는 비치가 있다.
새벽부터 일어나 피곤한 한스는 잠들었고 에너제틱한 체코 사촌들은 수영을 하고 있다. 물에 들어가기에는 좀 추운 날씨.
옮겨간 옆의 비치, 여긴 사람들이 좀 있다.
아후나우나우(Ahu Naunau), 머리에 쓴 것은 푸카오(Pukao)
말을 타고 나타난 사람들.
역시 모아이는 내륙을 바라보고 서 있다.

이렇게 섬을 한 바퀴 돌았다. 모아이가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계속 보니 지겨워진다.
한스는 피곤하다고 방에 들어가 버리고 체코 형제는 기념품을 사러 간다고 해서 내가 차를 몰고 오롱고(Orongo)에 올라가보기로 했다. 7km의 언덕길이라는데 체코 형제는 내일 자전거를 타고 올라간단다.
숙소에 새로 칠리언 중년 부부가 왔는데 같이 오롱고에 가잔다. 이런, 나 혼자면 사고나도 괜찮은데, 운전 안 한 지 7개월 지났는데...
어쨌든 같이 가보기로 한다. 포장도로였다가 곧 비포장도로로 바뀐다. 7km 꽤 멀고 경사도 급해 나는 자전거 타고는 절대 못오겠다.
전망대에서 멈췄다.
아침에 본 것보다 훨씬 큰 분화구. 라파누이 전통 신앙의 의례가 열렸던 신성한 곳이란다.
이것도 역시 내가 찍자고 한 것 아님.
분화구를 돌아가니 초소가 있고 입장료가 10달러. 바다에 떠 있는 세 개의 섬이 보이고 의례에 사용되었다는 오두막이 복원되어있다는데 너무 비싸서 패스. 초소 아저씨가 나보고 솔로냐고 묻더니 자기도 솔로라고, 그래서 데이트 해 주면 공짜로 들어가게 해 줄거냐고 했더니 안 해 준단다.
돌아나오다 작은 기타 같은 악기를 등에 지고 나오는 신페이라는 일본 친구를 만났다.
마을에서부터 걸어올라왔는데 지갑을 안 갖고 와서 초소 아저씨가 그냥 들어가게 해 줬단다.
난 왜 안 돼요? 신페이는 정중하게 부탁했는데 나는 aggressive 해서 안 된단다.
일본인에 비하면 한국인은  aggressive 한게 맞는 거 같다. 
오롱고에서 본 라파 누이 모습.
아침에는 저 끝에 갔었지.

신페이가 다리를 다쳐서 절룩거리고 또 내려가는 길이 무척 멀기에 태워주기로 했다.
도쿄의 코리아 타운에 살아서 한국 음식도 좋아하고 만화책의 스토리 텔러로 일하는 친구, 캠핑을 주로 하는 짠돌이 일본 여행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렌트카 돌려주기 전에 주유소에 들렀다. 꽉 채우고 돌려주러 갔더니 오일 주입구 뚜껑이 없다는 것이다.
돌리는 내부 뚜껑이 아니라 당겨서 여는 겉뚜껑 말이다. 아까 주유소에서 내가 어떻게 여는 지 몰라 주유원이 운전석 옆 손잡이를 당겨 열었으니 그 전에 없어지진 않은 것.
말도 잘 안 통해 우선 주유소에 돌아가 물어봤는데 모른단다.
주유소에서 렌트카 사무실까지는 아주 짧은 거리고, 안의 돌리는 뚜껑이면 몰라도 겉 뚜껑이 떨어진다는 게 말이 안 된다.
호스텔에 갔더니 이보가 있어 같이 다시 렌트카 사무실에 갔다. 항상 취해 있는 듯한 렌트카 직원은 변상해야 한다며 내일 사장 오면 얘기하잔다. 부품이 칠레에서 와야 하기에 10만원 정도 들거란다.
이보 생각에는 주유소 직원과 렌트카 회사 직원이 짜고 사기를 치는 것 같단다. 주유소에서 빼놓고 돈을 물리려는 작정.
자기 신용카드를 맡겨 놓았기에 걱정하며 나보고 돈은 있냐고 한다. 
일이 심각하게 되어가고 있다. 사실 돈은 문제가 아니다. 나쁜 기억이 문제, 사람에게 실망하는 게 문제.

칠레 중년 부부와 신페이도 걱정하는 눈치, 이보는 오히려 나보고 물어내라는 식으로 얘기해 기분이 나빠졌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한스가 있었다. 얘기하니 당장 같이 가 보잔다.
한스는 칠레 사람이므로 나름 책임감을 갖고 강하게 얘기했다. 말도 통하고.
이런 일은 있을 수 없고 저절로 떨어졌다면 그렇게 놔둔 렌터카 회사 잘못이라고 강하게 얘기했다.

기분이 점점 우울해지고 있다. 6시 반에 차를 돌려주러 갔는데 왔다갔다 몇 번 하다보니 9시가 되었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해결이 될 것이고 최악의 일이라고 해야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나 웬지 모를 좌절감은 해결 안 될 것이다.
숙소에는 또 새로운 멤버, 호주에서 온 티유와 마크 커플이 있었다.
티유(tiiu)는 어머니가 에스토니아 출신, 이름이 특이하다고 했더니 에스토니아에서는 흔한 이름이라고.
마크는 원래 이태리 출신인데 얼굴은 꼭 남미 원주민, 혹은 호주의 애버리진 같이 생겼다.
아이슬란드, 그린란드에도 가 봤다고 하며 물가가 무척 비싸지만 한 번 가볼 만한 곳이라고 한다.
텐트를 갖고 다니며 오늘도 마당에서 캠핑할 거라고.

기분 전환을 위해 짜파게티를 끓여 먹으려 했으나 물이 끓기도 전에 전기가 나가버렸다.
짜파게티는 포기, 찬밥을 김에 싸 먹고 잤다.


*자동차 렌트 하루 36000페소, 팀을 짜는게 좋다. 오토 차량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우리가 빌린 건 수동 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