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25. 20:27

D+260 071130 멕시코 시티 둘러보기, 쏘깔로, 국립 예술 궁전, 알라메다

아침식사로 후추가 들어간 스크램블드 에그를 먹었다.
아직 공부를 덜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고민하다 우선 중심가 소깔로(Zocalo)에 가보기로 했다.
내가 묵고 있는 Bed&Breakfast Mexico 호스텔은 차풀테펙(Chapultepec)지구, 지하철 1호선, Insurgentes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아침의 거리는 활기차다. 출근하는 듯한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 풍경이 서울 같다.
대도시에 오면 언제나 고향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게 되니 난 어쩔 수 없는 도시인.
빕스 레스토랑이 여기에도 있다. 글씨체도 비슷한 것 같다.
지하철을 타고 소깔로에 내렸다. 지상으로 나오자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다.
쏘깔로, 헌법 광장(Plaza de la Constitucion)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공공 광장 중 하나.
그런데 넓은 광장은 보이지 않고 뭔가로 막아놓은 곳과 북적대는 사람만 보인다.
지도를 얻으러 인포메이션에 가서 물어보니 아이스링크를 설치했단다. 이렇게 더운데 아이스링크를?
어쨌든 좀 둘러보자.
전통 문화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스페인 식민도시 답게 광장에는 큰 성당.
까떼드랄 메뜨로뽈리따나(Catedral Metropolitana), 라틴 아메리카에서 제일 큰 성당이라고.
완성하는데 3세기가 걸려서 (1525-1813) 여러 건축 양식이 혼합되어 있다는데 내 눈에 그냥 보통 성당처럼 보인다.
이런 성당, 페루, 볼리비아 이후 오랜만이다. 성당, 광장, 북적대는 사람들이 페루 리마의 마요르 광장 같다.
내부에는 금빛 장식.
중정으로 비쳐드는 햇살.

성당을 나오는데 여학생들이 말을 걸어온다. 학교 숙제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데 좀 도와달라고.
멕시코의 뭐가 좋으냐, 피라미드는 어디가 제일 멋있었느냐(멕시코에는 피라미드로 유명한 도시가 몇 개 된다) 등등.
-어제 도착했으니 잘 모르지만, 멕시코 음식은 최고에요.
거의 30개나 되는 질문에 답해 준후(녹음까지 하더라)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정성들여 화장을 한 발랄한 아가씨들이었다.
나도 같이 한 장, 산티아고 공항에서 산 고추가 그려진 칠레 티셔츠를 입고 있다.
160이 안 되는 나랑 비슷, 멕시코인들은 전반적으로 키가 작다. 나도 기죽지 않고 다닐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장식, 더워 죽겠는데 크리스마스라니 낯설다.
거기다 아이스링크까지!
반팔을 입고 스케이트를 타는 기분은 어떨까 궁금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엄두를 못 냈다.
더운 날씨에 얼음 유지하려면 전기가 엄청 들텐데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에서 보여주기위한 행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얼음이 있는 크리스마스는 북반구 몇몇 나라에만 해당된 일일 텐데 말이다.

광장 한쪽에는 뗌쁠로 마요르(Templo Mayor)가 있다.
14,15세기 아즈텍 문명이 건설한 사원으로 1979년 수도 공사 중 우연히 발견되었다.
여기서 잠깐 멕시코 역사.

고대 멕시코가 대부분의 문명을 세운 메소아메리카는 3천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원래 정착민은 아시아에서 베링해협을 건너왔고 기원전 1500년 올멕 문화를 수립했다.
지금의 멕시코-과테말라 국경에는 BC500년부터 마야 문명이 발달해 AD800년까지 번성했고,
멕시코 시티 주변의 떼오띠우아깐 문명도 AD 400-500년 세력의 절정을 다한 후 멸망했다.
아즈텍 문명은 멕시코 최후의 제국으로 호수의 섬 위인 떼노치띠뜰란(지금의 멕시코 시티)에 수도를 세우고 주변 부족과 전쟁을 하며 발전했다. 
1500년대 스페인 항해가들이 아즈떽 제국과 접촉하기 시작했고 1521년 에르난 꼬르떼스가 이끄는 스페인군에 의해 멸망해 스페인 식민지가 되었다. 
멕시코에서 태어난 백인 끄레올레들이 스페인의 간섭에 분노를 느끼며 저항해 1821년 독립했다. 
헥헥, 역사는  이렇게 몇 줄로 정리되기에는 너무 광대한 것, 우선은 이 정도로 기본 지식을 쌓고 출발한다.
뗌쁠로 마요르 고대 유적지 전경, 사원은 단계별로 다르게 건축되어 포개진 상태란다.
원래 이 위를 걸어다닐 수 있었는데 지금은 공사중이다. 아직도 발굴중인 듯.
박물관에 있는 유적 모형.
원래 이런 거대한 구조였는데 스페인 사람들이 거의 파괴했다고.
맨 위의 쌍둥이 사원은 피라미드 위에 다시 피라미드가 세워져 있는 구조로 신을 달래기 위해 인간을 제물로 바쳤던 곳이라고.
많은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정리가 좀 안 돼 있다.
독수리 기사단, 아즈떽 전사가 독수리 깃털 의상을 입고 있다.
팔짱을 끼고 있는 작고 귀여운 조각.
사람의 모양을 형상화한 것 같긴 한데...피카소가 영감을 받은 듯한 부조.
아쓰텍의 여신 꼬욜하우끼의 분리된 머리, 팔다리, 가슴 등을 보여주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여신은 오빠인 우이쯔일로뽀츠뜰리에(뭔 이름이 이렇게 긴지)에 의해 살해되어 사지가 절단되었는데 그 이유는 그녀가 그들의 어머니 꼬이뜰라꾸에를 살해했기 때문이라고.
막판에 비디오를 틀어주는 곳이 있었는데 유용했다. 어떻게 정복당했고 그 전에 태양신 숭배 문명이 어땠는지 알 수 있었다.

이제 국립 예술 궁전(Palacio de Bellas Artes)에 가기 위해  알라메다(Alameda)쪽으로 가다가 길을 잘못 들었다.
뒷골목을 헤매고 있는데 여기 저기 공사중, 도시가 활기차긴 한데 좀 지저분하고 정돈이 안 된 느낌.
건물마다 화장실 간판이 걸려 있다. 거리에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화장실도 많이 필요하겠지.
안 들어가봤는데 어느 정도 수준의 화장실인지 궁금하긴 하다.
간이 식당도 여러 개 있는데 사람이 제일 많은 곳에 들어가서 남들이 먹고 있는 것 중 제일 맛있어 보이는 걸 가리켰다.
이름이 Frasco(?)라는데 옥수수 전병에 고기를 넣어 돌돌 말은 것 위에 양파, 토마토, 구아카몰, 양배추, 치즈를 뿌려주는 건데 기막히게 맛있다. 사랑한다, 멕시코. 손으로 먹어야 해서 손가락에 냄새가 계속 배어 있긴 했지만.
콜라까지 32페소(1멕시코 페소 = 90원).

우리나라로 치면 세종로 같은 중심가를 걸어 예술궁전에 도착.
겉모습부터 예술적.
넓은 중앙홀에 거대한 크기의 벽화가 전시되어 있다.
멕시코의 벽화 운동은 1920년에서 1970년에 걸친 위대한 대중혁명 예술로 멕시코 민족 문화를 계승하며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벽화를 선택한 것이다.
 디에고 리베라, 시게이로스,오로이코 등이 알려진 작가로 멕시코 시티 여기저기 그들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디에고 리베라 사망 50주년을 기념하여 그의 벽화와 스케치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멕시코에 온 이유 중 하나가 그의 벽화를 보겠다는 것이었는데 사실 그의 복잡한 벽화를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그런데 어린이 병원에 설치하게 그렸다는 두 개의 벽화는 너무 좋았다. 어린이 병원이라는 특수 환경에 딱 맞는 그림이었다.
우리도 공공 건물에 이런 그림을 설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엽서도 없고 사진도 못 찍게 해서 아쉬울 뿐.

<El Vendedor>그의 가장 유명한 그림 잠깐.

미국에서도 대공황이 발생한 1930년대, 대중을 위로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디에고 리베라가 초청되었고 샌프란시스코 증권 거래소의 벽화를 그리는 등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후  뉴욕 록펠러 센터에서도 그의 벽화를 설치하려 하는데...
바로 이 그림,<El Hombre al Cruce>-십자가의 사람. 그런데 왜 록펠러 센터가 아닌 여기 있을까?
중앙 오른쪽의 레닌 초상화(대머리인 사람)가 문제가 되어 결국 설치를 못하게 되었다고.
자본주의의 메카 뉴욕 한가운데 레닌 초상화라니 리베라는 사회주의자였던 동시에 유머 감각이 있었던 듯.
그 외 다른 작가들의 벽화도 전시되어 있다.
<El Angel de la Paz> 평화의 천사-Roberto Montenegro.

큰 그림들에 압도당하여 멍한 상태로 나오는데 오늘 국립교향악단의 연주가 있다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밤에 할 일도 없는데 들으러 와야겠다. 프로그램도 모르는데 학생 50% 할인 해 준다고 해서 제일 비싼 좌석을 80페소에 샀다.
알라메다 쪽으로 가 보았다. 알라메다라는 이름은 포플러 나무에서 유래한 것이라는데 큰 나무가 빽뺵한 공원이다.
노점상도 많고 연인들도 많다. 좀 지저분하지만 분위기는 좋다.
공연 시간을 기다리느라 예술 궁전 앞에 앉아 있으니 희한한 모습이 보인다.
누드 시위. 이런 건 또 처음 본다.
무얼 요구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날도 선선한데 옷 벗은 사람들이라니 안쓰럽다.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6시가 되니 어둑어둑해지기 시작. 광장에는 악세사리를 파는 사람, 색실로 머리를 땋아주는 사람들이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
어떤 젊은 애가 팔찌를 사라고 말을 걸어온다. 훌리오, 할 일도 없으니 서로 안 되는 영어와 스페인어로 수다 떨기 시작.
다른 친구들도 모여들기 시작, 옆의 아줌마가 색실로 머리를 땋기 시작한다. 이참에 나도 한 번 해봐?
한가닥만 해보기로 했다. 50페소? 너무 비싸쟎아. 깎지도 못하고 머리를 맡겨 버렸다.   
어떤 여자애가 오더니 내일 파티를 한다고 팜플렛을 내민다.
-뭐 하는 건데?
-음악 듣고 춤추고 그러는 거지 뭐.
훌리오가 갈 거냐고 묻는다. 글쎄...
-내일 쏘깔로 전철역에서 기다릴께. 만나서 같이 가자.
-전철역 위에서, 밑에서?

머리 땋는 데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콘서트 10분 전에 끝났다. 오랜 시간을 들이니 좀 비싸도 용서해 주기로 했다.
맨 앞자리, 오케스트라 전체가 안 보이는 게 아쉽다.
음악은 괜찮았다. Wuman이라는 중국 여자가 Pipa라는 전통 악기로 협주곡을 연주했는데 거의 신에 가까운 손놀림이 신선했다.
'La Noche de los Mayas'-마야의 밤 이라는 연주곡도 좋았고.
10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웬지 뿌듯, 오랜만에 문화생활을 열심히 한 하루.

지하철 타고 돌아오는데 Insurgentes 역에서 나가는 방향을 잘 못 택해(역이 원형 광장 아래 있다) 반대 방향으로 한참을 걸어갔다. 호스텔 있는 쪽은 번화한데 이쪽 길에는 인적이 드물다. 다시 방향을 바꿔 무사히 호스텔로 돌아올 수 있었다.
멕시코 시티, 위험하다는 얘기만 듣고 왔는데 막상 하루 지내보니 문화 예술의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조심하면 나머지는 재밌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