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 11:26

D+263 071203 떼오띠우아칸에 가다.

월요일, 대부분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문을 닫으니 피라미드를 보러가는 게 맞는 선택이다.
타마라랑 같이 가기로 하고 물, 과일, 쿠키등을 챙기고 나섰다. 벌판이라 햇볕이 강할텐데 다행히 오늘은 구름이 많이 끼었
피라미드가 있는 떼오띠우아칸은 멕시코 시티에서 북동쪽으로 50km 떨어져 있다.
북쪽 터미날(Terminal norte)에서 버스를 타고 도시 외곽을 한 시간 정도 달리니 피라미드에 닿았다.
정말 넓은 곳이다. 피라미드까지 가는데도 한참 걸린다.
떼오띠우아칸은 AD 1세기부터 건설이 시작된 도시로 AD 250년부터 600년까지 번성했고 AD 700년 경 파괴되었다고(아마도 자체 시민에 의해서) 알려져 있다. 한 때 12만 5천명이 살았던 거대한 도시였는데 누가 세웠고 소멸 후 시민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후 거대 도시의 흔적을 발견한 아즈텍 인들은 거인이 도시를 세웠다고 생각했으며 신이 여기서 자신들을 희생해 태양이 움직이게 만들었다고 생각해 신성한 순례지로 여겼다고.
사제들이 살았다고 알려진 신전(Templo de Quetzalcoatl).
이 곳의 좋은 점인 동시에 나쁜 점은  계단에 기어올라갈 수 있다는 거다. 계단이 있으니 올라가야 하고 그러다 보면 숨이 차다.
색색의 돌로 쌓은 건축물. 연결부분에 작은 조약돌을 넣은 건 장식을 위한 것인지 튼튼하게 만들게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바로 이 거대한 피라미드, 태양의 피라미드(Piramide del Sol).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피라미드란다. 첫번째는 또다른 멕시코의 도시  촐룰라(Cholula)에 있고 두 번째가 이집트의 피라미드.
밑변 한 변의 길이가 222m, 높이는 70m, AD100년 경에 세워졌고 3백만 톤의 돌로 만들었는데 금속 기구나 돌을 나르는 동물, 바퀴 등이 사용되지 않았다고.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있어 이집트 것보다 보기에 지루하지 않고 무엇보다 올라갈 수 있다는 게 좋다. 하지만 꽤 힘들겠는걸. 
248개의 계단, 올라가보자.
타마라는 몇 년 전 스쿠터를 타다가 무릎을 다친 후 체중이 많이 늘었고 그것 때문에 무릎이 더 안 좋아지는 악순환을 겪었서 지금도 계단을 무서워한다. 올라갈 수 있을까 걱정하더니 열심히 올라오고 있다.
워낙 넓다 보니 관광객도 띄엄띄엄 보인다.
중간중간 쉬어주고,
저쪽에 보이는 작은 것은 달의 피라미드.
드디어 꼭대기에 올랐다.

태양의 정기를 받아가야 하는데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틀렸다.
바닥의 돌이 2천년전의 것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요즘 시멘트 발라놓은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
아직까지는 관광객이 많지 않아 다행이지만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못 올라가게 해야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실제 그 시대의 사람들이 무얼 느꼈는지 조금이라도 느끼기 위해서는 올라가봐야 하는 게 좋고.
요즘도 춘분에는 몇 천 명의 멕시코 인들이  그 날 이 곳에 모이는 에너지를 받기 위해 모여든다고 한다.
아즈텍인들은 이 피라미드가 태양의 신에게 바쳐졌다고 믿었는데 1971년 피라미드 서쪽에서 한가운데까지 이어져 있는 100m 길이의 터널과 한가운데 방 안의 종교적 유물이 발견되어 그들의 믿음이 맞았다는 걸 증명했다.
죽음의 길(Calzada de los Muertos), 2km 정도 뻗어있는 떼오띠우아칸 유적의 중심대로로 죽음의 길이라는 이름은 아즈텍 인들이 주변 건물이 무덤이라고 생각한데서 붙인 이름이다. 
달의 피라미드(Piramide de la Luna), 안내판은 스페인어와 영어로 씌여져 있다.
AD 300년에 완성됐으며 크기는 태양의 피라미드보다 작지만 높은 대지에 세워져 높이는 태양의 피라미드와 비슷하다고.
태양의 피라미드보다 전면의 층계가 정교하다.
꼭대기에 올라가면 유적 전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는데 공사중이라 끝까지 올라갈 수는 없었다.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함. 뭐든지 끝까지 올라가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므로. 
중간까지 올라가서 내려다 보니 곧게 뻗은 죽음의 길과 왼쪽의 태양의 피라미드가 보인다.
2천 년 전 돌을 하나하나 날라 거대한 피라미드, 신전을 만든 사람들을 상상해 본다.
인간의 힘은 위대하지만 생명은 인간이 만든 건축, 문명보다 얼마나 짧은지 새삼 느껴진다.

어떤 꼬마 여자애가 오더니 꼬레아나냐고 묻는다.
-그런데 왜?
-우리 엄마가 꼬레아나에요.
-어, 그래? 그럼 한국말 할 줄 아니?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한국말을 들으니 반갑다. 애 아빠가 오는데 약간 동양인 비슷하게 생긴 멕시칸,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국 여자 눈은 다 똑같은가 보다.
-어디서 한국 부인을 만나셨어요?
-전부인이죠. LA에서 만났어요.
-아, 쏘리.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타마라의 엄마(프랑스인), 아빠(우루구아이인)도 스위스에서 만나서 결혼했다가 바로 몇 년 후 이혼했다.
지금 아빠는 우루구아이인 여자와 재혼해 우루구아이에 산단다.
국경을 뛰어넘은 사랑이면 더 강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문화가 다르다는 것이 결국은 극복하기 힘든 것이었을까?

하늘이 흐려지고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진다. 두 시에 돌아오는 버스를 탔다.
오는 길에 본 산동네.
멕시코시티 안에 있으면 이 나라가  가난한 나라라는 생각이 안 드는데 도시를 벗어나니 심한 빈부격차를 엿볼 수 있다.
오늘도 노점에서 따꼬 비슷한 것을 사먹었다.
비닐봉지가 씌워진 접시에 담아주는 것이 꼭 우리나라 떡볶이 같다.
하긴 우리나라 대표적 길거리 음식이 떡볶이라면 멕시코는 따꼬.
피라미드의 정기를 제대로 못 받았는지 무척 피곤하다. 오늘은 오랜만에 일찍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