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6. 09:21

D+305 080114 너, 예일대에 다녔어? 뉴욕-뉴헤이븐 이동

일주일 넘게 지냈던 뉴욕을 떠나는 날.
맨하탄 인 호스텔(Manhattan Inn Hostel)의 4인용 도미토리 사진을 한 장 찍어주고,
짧은 기간이나마 같이 지냈던 새롬양, 고은양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중앙역(Grand Central Station)으로 향하는 길,
크라이슬러 빌딩, William Van Alen에 의해 설계되어 1930년에 완공된, 모터 카의 이미지를 따온 아르데코 스타일의 빌딩.
지금은 올라가 볼 수 없고 꼭대기의 장식은 멀리서 제일 잘 보인다.
역에 도착하니 9시 40분, 10시 7분 기차도 있는데 루이스가 11시 7분 기차를 타고 오라고 했기에 기다리기로 했다.
1913년에 세워진 중앙역은 지금은 북쪽 교외로 가는 통근 열차, 코네티컷을 연결하는 열차 등이 떠나는 역이다.
건물도 크고 Grand central market이라는 시장도 있어 돌아보면 재밌겠지만 짐을 갖고 있어 그냥 앉아서 기다렸다.

11시 7분 기차를 탔다. 쾌적하다고 할 수 없는 교외선이다. 영국 기차가 시설이 훨씬 좋았다. 바깥 풍경도 별로 볼 게 없어 못생긴 건물과 흐린 하늘만 지나갔다.
12시 50분에 뉴헤이븐에 도착, 택시를 타고  Phelps Gate에 가자고 했다. Phelps Gate에 도착하니 루이스가 앉아있는 게 보인다.
진짜 루이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구나, 역시 너는 좋은 녀석이었어.
우유니에서 루이스를 만났던 이야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루이스를 만났던 이야기

처음 만났을 때 루이스는 코네티컷에서 대학을 다니고 가족들은 마이애미에 있다고 했다. 나중에 이메일을 적어줄 때 보니 yale.어쩌구라고 적어줬는데 알고 보니 예일 대학에 다니고 있었던 것, 펠프스 게이트는 예일대 안에 있다.
오호, 예일대라고? 대단한데...

두 달 전에 만났는데 많이 변한 것 같다. 머리도 많이 길고. 하긴 그 때는 백패커였고 지금은 어엿한 senior 예일대 학생이니 그렇기도 하겠다. 우선 가방을 두러 기숙사로 향했다.
Pierson College라는 곳. 예일대는 12개의  college가 모여서 된 거란다. 모든 문이 학생증으로 자동으로 열리는 게 신기했다.
-방 정말 크다.
-가구가 없어서 그래.
그래도 크다. 혼자 쓰기는 딱 좋겠다. 한 층에 여섯 개의 방이 있고 남,녀 공동 화장실, 샤워장이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남,녀를 구분해서 배정했을 텐데 말이다. 루이스는 4학년이기에 방을 혼자 쓸 수 있고 저학년은 두 명이 같이 쓰는 데가 많단다.
-그런데 나 마룻바닥에서 자야돼?
-아는 사람에게 카우치를 샀어. 오늘 갖다주기로 했는데 연락이 없네.
그럼 그건 이따가 생각하기로 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건물 사이를 이리저리 빠져 나가 큰 공연장 같은 건물로 들어간다. 여기 식당이 있단다.
루이스는 기숙사에 들어갈 때 하루 세 끼를 여기 식당에서 먹도록 meal plan을 선택해서 여기서 안 먹으면 손해.
지키는 아줌마가 있었는데 '친구에요'하니 무사 통과.
해리 포터에 나오는 식당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높은 천장에 고풍스러운 벽장식, 여태껏 미국에서 먹었던 모든 종류의 음식이 뷔페식으로 차려져 있다. 와, 이게 웬일이냐, 그동안 미국에서 굶고 다녔던 걸 보충할 기회다. 한 끼에 10불 꼴이라는 루이스의 설명.
또띠야, 수프, 샐러드, 파스타, 쥬스, 커피, 디저트까지 정말 많이 먹었다. 이렇게 먹으면 살찔 수 밖에 없겠다.

식사 후 학교 투어,
오래된 책을 보관한다는 도서관,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도록 유리벽으로 막아놓았다. 
학생들이 이용한다는 도서관은 정말 좋았다. 다 개방된 시스템 같으면서도 들어갈 때 학생증이 필요한 곳이 있었고 컴퓨터도 곳곳에 있어 아이디만 넣으면 쓸 수 있었다. 무선 인터넷은 전 캠퍼스에서  된다고.
소파가 놓여있는 리딩 룸, 그런데 아무도 없다. 도서관 규모에 비해 이용하는 사람이 적은 것 같았다. 하긴 얘네들은 다 까페 같은 데 가서 공부하니 말이다. 우리나라에 이런 도서관이 있으면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 곧 엉망이 되어 버릴 것 같다.
루이스는 자신의 학교가 자랑스러운 것 같았다. 예일대에 쿠바 국적을 갖고 있는 학생은 루이스 한 명 뿐이란다.

요즘은 학과 쇼핑 기간-뭔 얘기인가 했는데 수강 신청 정정 기간-이라 이것 저것 강의를 들어봐야 한다.
루이스가 세 시 반 수업에 들어간 후 교내 아트 갤러리에 갔는데 오늘 월요일이라 다 노는 날이다.
캠퍼스를 걸어 반스 앤 노블에 가서 책을 읽다 루이스 끝나는 시간에 나왔다. 그런데 루이스는 휴강 되어 나를 한참 찾으러 다녔다고.
도서관에서 인터넷을 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갔다. 두 끼 연속 뷔페를 먹으니 좀 질리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 입맛이 참 간사하다.
저녁에는 루이스가 친구들 만나는 데 같이 갔다. 한 커플과 또 한 여자애였는데 모두 이스라엘인. 남미 여행하며 안 좋은 기억이 좀 있긴 했지만 괜찮은 애들이었다.
새학기다 보니 무슨 과목을 들을 것인지, 교수는 어떤지 하는 얘기가 주 화젯거리. 오늘 개강했고 2주간 쇼핑 기간이라고 했다. 
마야란 애가 말하길 자기 룸메이트가 한국애였는데 고등학교 사진을 보여주는데 들판에 아주 멋진 건물이었다고. 아마도 민족사관고등학교를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 그런 멋진 고등학교는 거기 하나 밖에 없을 거야.

술 한 병 시켜 놓고 12시까지 대화를 나누는 게 이들이 노는 방식이다. 우리라면 술을 더 먹거나 노래방에 가거나 했을 텐데.
우리는 만나면 주변 상황 얘기, 자기 생활이 주 화젯거리인데 이들은 정치, 예술, 문화에까지 다양한 주제를 갖고 대화를 한다.  
어려서부터 길러온 토론 문화라는 게 이런 데서도 나타난다.
피어슨 칼리지로 돌아오는 길에 묘지를 보았다. 학교 내에 묘지가 있다니 특이하다.
루이스는 또 기숙사 여기저기를 보여준다. 휴게실, 도서관, 체육관까지 있다. 문닫는 시간도 없이 학생증만 긁고 들어가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진짜 좋은 학교다.
-내가 이런 데서 공부했으면 위대한 학자가 되었을 거야.

졸린데 카우치 주인과 연락이 안 되서 잘 데가 없었다.
-그냥 나는 바닥에서 자도 돼.
-아냐, 네가 침대에서 자, 내가 바닥에서 잘께.
우선 씻고 와서 침낭 속에 들어가 바닥에 누웠는데 차고 딱딱하다.
-네가 바닥에서 자면 나도 네 옆 바닥에서 잘 거야. 마야가 놀러오면 같이 침대에서 자기도 하는 걸.
참고로 루이스는 여자 친구가 있으며 지금은 뉴욕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고. 
어쨌든 시멘트 바닥에서는 못 자겠다. 침대에 올라가 침낭 속으로 들어가니 따뜻하다.
루이스는 인터넷을 하고 나는 어느 새 잠이 들었다.
더워서 잠깐 깼는데 루이스가 옆에서 자고 있다. 어휴, 이런 일이 미국 대학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일까? 아니면 쿠바에서는?
어쨌든 따뜻하니 좋다. 아침까지 아무일 없이 쿨쿨 잘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