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19. 23:24

D+36 070420 Fri 다르에서 빈둥대기

네트를 치고 잤음에도 엄청나게 모기에 물렸다.
킬리만자로 오르다가 말라리아로 쓰러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모레 잔지바르에 들어가는 페리 티켓을 사러 갔다.
루카스라고 소개한 사람이 달라붙어 뭐라뭐라 하더니 Flying horse 창구로 안내해 준다.
론니에 적당한 가격이라고 나와 있는 회사여서 26000실링(20달러)내고 표를 샀다.
모시로 가는 버스를 예매하러 터미널까지 걸어가는데 멀기도 멀다.
탄자니아에서 제일 좋다는 스칸디나비안 버스는 터미널도 따로 있다. 표파는 여직원이 화장실 딸려있는 럭셔리 버스라는데 어느정도일까?
잔지바르에서 4일정도 보낼 생각을 하고 다음주 목요일 버스표를 예매했다. 27000실링.
날도 점점 더워지고 도저히 걸어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서 달라달라를 타보기로 했다.
Posta(우체국)라고 외치는 버스만 타면 되는 것이다. 집(호스텔)앞 길은 눈에 익으니 제대로 내릴 수 있겠지.
이게 바로 달라달라. 이 버스의 문제는 차장이 무조건 사람들을 많이 태운다는 것이다.
200실링, 싸서 좋기는 한데 제대로 서있을 공간도 없는 미니 버스에 꽉꽉 끼여 타니 오, 이거 장난이 아니다.
중간에 자리가 하나 났는데 흑인 아저씨가 나보고 앉으란다. 감사할 따름이다.
덥고 습한 날씨에 버스 안은 나쁜 냄새로 가득차는데 이게 나한테 나는 냄새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가 없네.
그 와중에 무슬림 여인들은(탄자니아는 무슬림도 많다) 검은 옷에 얼굴까지 가리고 있다.
그런 옷을 보면 이슬람교는 추운 지방에서 믿어야 딱 맞는 종교인 것 같은데 왜 더운 나라에서 믿느냔 말이다.
포스타에 내리니 완전 지쳐버렸다.
점심 먹으러 호스텔 식당에 가니 다 떨어졌단다. 이런, 밥 한끼 얻어먹기도 힘드는구나.
식당 찾으러 나가는데 비가 온다. 비를 긋고 있는데 또 현지인이 말을 걸어온다. 여기서는 눈만 마주치면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뛰어서 길을 건너다 어, 상근과 에밀리오 군 발견. 둘이 8000실링짜리 방에 묵었다고 자랑한다.
둘이 돈 아끼는 재미에 죽이 잘 맞았다. 아마 앞으로 당분간 같이 다닐 것이라고 한다. 혼자 다니는 것보다는 둘이 다니는 것이 돈이 훨씬 조금 든다. 저녁에 YWCA 에 놀러오기로 하고 헤어졌다.

로컬 식당에 들어갔다.
이런 분위기, 남들이 먹는 걸 힐끗 보고, 생선도 싫고 고기도 싫다고 하니 나온 것은,
밥과 콩과 나물. 아, 영양실조가 멀지 않았다.
옆의 딸 네 명 데리고 온 아저씨와 얘기를 나누었다. 자식 많아서 좋겠다고 했더니 long story 란다.
brother 가 죽어서 그 딸들까지 자기가 키운다고. 애들은 감자튀김에 달걀 후라이 같은 걸 먹고 있고 콜라와 환타도 한병씩.
물보다 탄산음료가 더 흔한 아프리카다. 성한 이빨을 가진 사람을 보기가 힘들다.
오후에는 완전 지쳐버려서 우체국에 가서 인터넷을 하면서 보냈다.
30분에 600실링, 속도도 나름 괜찮다.
지친 오후의 차 한 잔.
밀크를 잔뜩 넣은 진한 차, 맛있다, 내일도 먹어야지.
맨손체조 같은 걸 하고 있는 사람들.
빨래를 맡기면 흑인 아주머니들이 손으로 빨아 준다.
그리 비싸지는 않은 것 같았으나 나는 빨래통과 세제를 빌려 내가 빨았다.
저녁에 온다는 상근군과 에밀리오는 7시 30분이 넘어서 도착했다.
내가 식당에서 기다리다 지쳐 방으로 올라갔는데 수위 아저씨가 친구 미스터 리가 왔다는 것이다.
다음 행선지 우간다 비자를 받으러 대사관에 갔다가 늦었단다.
내 아프리카 여행 계획은 모시에서 킬리만자로 등반을 하고 케냐의 나이로비까지 가는 걸로 끝난다.
우간다, 가보고 싶기는 한데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