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23. 22:37
D+50 070504 fri 킬리만자로 다섯째날, 내려오기
2008. 10. 23. 22:37 in 2007세계일주/킬리만자로
숨쉬기가 훨씬 편하다. 한 번도 깨지 않고 아침까지 푹 잤다.
호롱보 헛의 아침 풍경.
존이 오더니 팁을 줄 시간이라고 한다. 어제 어느정도면 좋은지 존에게 물어보니 포터는 30-35불 정도고 요리사는 50불 정도란다.
자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올라올 때와 똑같은 풍경이 이어진다.
올라오는 사람을 두 명 만났다. 한걸음 한걸음 힘겹게 발을 떼고 있다. 'You can do it' 하고 격려해주며 지나간다.
사무실에 들러 명단에 이름을 적었다. 모두들 앞서서 내려왔군.
정상에 올랐다는 증명서를 받았다. 올해 1541번쨰로 우후루 봉에 오른 사람이 되었다.
호텔을 뉴캐슬로 옮기고 5일만에 샤워하는데 몸이 덜덜 떨리고 춥다. 날이 흐리고 서늘하긴 한데 이거 좀 이상한데...
식사하러 나가서 중국인 아저씨 만났는데 괜찮냐고 묻는다. 내가 아프다고 하고 늦게 도착해서 어제 걱정했다고 한다.
오늘 떠난다고 good luck 을 빌어주었다. 두 아저씨가 등산을 하고 있는 동안 아내들은 사파리를 갔다는데 만나서 돌아간단다.
매일 치나(중국인을 지칭하는 말)라고 불리는게 짜증도 나지만 같은 동양인이라 더 걱정해주는 것 같고 고맙다.
밥먹으며 케냐에서 왔다는 헬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케냐 대학에서 클라이밍을 가르치고 있고 결혼했는데 남편은 산을 안 좋아해서 친구들과 같이 왔단다.
내가 나이로비에 갈 거라고 했더니 자기네 집에 와서 묵고 나이로비를 보여주겠다고 한다.
나이로비가 얼마나 위험한 동네인데 아는 사람 있으면 좋지.이메일을 교환하고 꼭 연락하기로 하였다.
인접국가라 우리만큼 투어비가 비쌀 것 같지는 않지만 케냐는 탄자니아보다 훯씬 잘 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존이 오더니 팁을 줄 시간이라고 한다. 어제 어느정도면 좋은지 존에게 물어보니 포터는 30-35불 정도고 요리사는 50불 정도란다.
어제 존이 너무 고생해서 따로 50불을 주었었다. 다른 가이드 같으면 도중에 내려가자고 하지 않았을까?
아니 하산길에 더 힘들었으니 그건 아니었을까? 어쨌든 존이 아니었으면 꼭대기를 밟지 못했을 것 같다.
포터들 숙소로 가지 네 명(포터 두 명, 요리사, 존)이 일렬로 주욱 서 있다. 어, 이렇게 줘야하는거야? 어렵다.
우선 얼굴도 처음 보는 나이들어 보이는 포터, 50불 주니 무척 고마워한다.
요리사에게 50불과 만실링을 주니 얼굴이 확 굳는다. 어, 내가 책정을 잘못한 거였나보다.
웨이터 겸 포터에게 50불과 만실링, 존에게 50불과 2만 실링을 주었다.
다른 사람은 모두 만족하는 것 같은데 요리사만 불만이라 나중에 만 실링을 더 주었더니 좋아한다.
7500원으로 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
시세보다 좀 많이 준 것 같긴 하지만 부의 평등 분배에 일조했다고 생각해야지. 어쨌든 내가 이 사람들보다는 돈이 많을 테니까.
이 맛에 산을 오르는 것 같다. ㅎㅎ
발걸음이 가볍다.
만다라 헛에서 점심. 많이 힘들면 여기서부터 차를 타고 가도 된다고 존이 말한다. 국립공원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는 서비스란다.
괜찮다고 했다. 여기까지 와서 차를 타고 간다면 5일간의 트레킹을 완주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 얼굴은 차 타고 가야 하게 생겼군.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실상은 존이 타고 가고 싶었던 것 같다. 꼭대기에서는 나에 비해 날아다니더니 내려오는 길엔 숨을 헉헉대고 힘들어 한다.
안개낀 산길을 걸어 게이트에 내려온 시간이 오후 세 시.
결국 이 모든 일은 조용필 아저씨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란 노래가 알게 모르게 잠재의식에 박혀있어 오르지 않고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까?
이 정도 흔적을 남겼으면 세상 떠날때도 그리 아쉬울 것 같지는 않다.
존과 나의 웨이터 겸 포터와 기념 촬영. (몇 달 뒤 배낭 구석에서 포터가 남긴 쪽지를 발견했다. Your waiter,** 주소가 적혀있었다)
투어 컴퍼니차가 와서 기다리고 있다. 포터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존과 요리사와 같이 출발.
그새 요리사는 술을 마시고 왔는지 벌건 얼굴로 오늘 저녁 모시에서 파티하자고 나를 꼬신다. 참, 어디나 알콜이 문제다.
존은 마랑구 빌리지에서 내렸다. 당신 아니었으면 못했을거라고 얘기했는데 의미가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다.
사무실에 오니 모두들 축하해준다. 그래요, 내가 해냈어요. ㅎㅎ 이제 좀 쉬어야지요.
호텔을 뉴캐슬로 옮기고 5일만에 샤워하는데 몸이 덜덜 떨리고 춥다. 날이 흐리고 서늘하긴 한데 이거 좀 이상한데...
스스로를 축하하고자 중국식당에 갔다.
수프와 국수를 시켰는데 영 입맛이 없고 먹을 수가 없다.
호텔로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덜덜 떨면서 악몽을 꾸며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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