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4. 22:34

D+8 070323 fri 테이블 마운틴 올라가다.

어제 자기 전에 노매드 트럭킹 스케줄을 읽다가 나미비아, 보츠와나를 두 번씩 입국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츠와나와 나미비아 사이에 좁고 긴 나미비아 땅이 있는데 거기서 두 나라를 왔다갔다 하도록 스케줄이 되어있었다.
아마 교통 사정 때문인 듯. 큰일났다. 난 single 비자를 받았는데 말이다.
이런, 왜 아무도 나에게 이런 정보를 안 가르쳐 준거야?
떠나기 전 어떤 여행 블로그에서도 비자 때문에 트럭 투어 출발을 못했다는 얘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날이 밝는대로 대사관에 가서 사정하면 되겠지 생각했으나 불안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미비아 투어리즘에서는 예상대로 웃으며 그냥 single 을 지우고 multiple 로 고쳐 준다.
보츠와나, 여기가 문제다.
역시나 여직원은 내가 single 이라고 비자신청서에 썼기 떄문이라고 기분 나쁘게 얘기하더니 기다리라고만 한다.
미소를 잃지 않으려 애쓰며 30분 기다렸다. 30분 후 어떤 아저씨가 왔는데 그 여직원이 이러저러해서 내가 기다리고 있다고 얘기해도 나에게는 눈길 한 번 안 주고 들어가버린다.
뭐야, 기껏 벽에는 vision 이니 하며 좋은 서비스를 한다고 하고 자기나라 주산업이 관광과 광산이라고 해놓고 이래도 되는거야?
보츠와나 정부에 보낼 항의 이메일을 영작하며 30분 더 기다리니까 여권 달란다.
가져가더니 바로 그 아저씨가 찍찍 고쳐서 내주었다.
그래, 받았으니 됐지, 땡큐 베리마치다, 땡큐.
내 비록 지금 영어가 짧고 얻어내야 하는 것이 있어 이렇게 그냥 가지만 혹시 어딘가에서 보츠와나 사람을 만나면 절대로 친절하게 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다짐하고 나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보츠와나 밖에서 보츠와나 사람을 만나진 못했다.)
일본은 비자 안 받아도 된다. 대개의 나라가 다 나미비아 보츠와나 비자가 필요없고 필요한 나라는 아르헨티나, 중국, 체코, 이스라엘, 멕시코, 폴란드 등이다. 우리나라도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아프리카 멀고 작은 나라에까지 신경쓸 틈이 없다 하더라도 말이다.

흐리던 날씨도 개어가고 밤새 걱정하던 문제도 해결이 되어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오호, 이 정도면 테이블 마운틴에 올라가도 되겠다.
Hip on hip off 버스를 탔다.
열 두 개의 정류장이 있는데 탔다가 내렸다 하면서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요금은 100랜드.
날이 개어가고 있다. 버스 이층에서 본 거리풍경.
낡은 건물이 벽화 때문에 멋져 보인다.
아직 테이블 마운틴은 구름으로 덮혀 있다.
케이블카 타러 올라가고 있다.
생각보다 꽤 높은걸. 높이가 천미터 이상이고 기후 변화가 심해 케이블카 운행을 안 하는 경우도 많고,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으나 비옷을 꼭 준비해야 한단다.
구름 사이로 들어가는구나.
바다와 도시 풍경도 괜찮군...
다 올라가면 이렇게,
평평한(그래서 테이블 마운틴이지) 산 위를 걸을 수 있고,
절벽도 있고,
여기저기 아름다운 바다와,
거기 면해 있는 마을들과,
도시를,
볼 수,
있다. 음, 아름다운 도시군...
저 길로 걸어올라와도 괜찮겠다.
이제 내려가야지. 조금 비싸서 망설였지만(120랜드)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hip on hip off 버스를 타고 camp bay 에 갔다.
멋지다. 산을 배경으로 바다를 앞에 두고 있는 집들.
저런데 사는 사람들은 언제나 행복할 것 같다.
비록 저런 집에 살지는 못해도 해변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나도 발을 담궈보았다. 햇볓은 따뜻한데 물은 무척 차가웠다. 남극에서 온 물이라니까.

다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돌아왔다.
LG 전광판, 네, 열심히 하고 계시군요.
저 사람들은 뭘 잘못했을까? 거리에 저런 야광조끼를 입은 경찰이 많고 주차해 놓은 차들은 지켜주는 사설 경비원들도 많다.
아름다운 도시인데 이 도시의 사람들은 그걸 잘 못 느끼고 사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