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20. 22:32

<로마여행>바티칸 미술관

학회는 오늘 오후부터 시작이니 오전에는 바티칸 미술관에 가 보자.
호텔의 아침식사 풍경. 나이 드신 웨스턴들이 주 숙박객인 듯.
이제 이런 사진 그만 찍어야 하는데...
어젯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로마의 아침.
아침이라 공기는 선선하지만 하늘이 무척 파랗고 햇볕도 따갑다. 오른쪽 하얀 건물이 mediterraneo 호텔.
떼르미니 역 풍경, 장거리 기차 매표소 앞에 늘어서 있는 줄, 8년 전에는 여기서 기차를 타고 프랑스 니스까지 갔었다.
떼르미니 역 앞 광장 모습. 시내 교통의 중심지, 모든 버스들이 다 여기 서는 것 같다.

3일 동안 시내 교통 무료에 박물관 2곳을 공짜로 들어갈 수 있는 로마패스(Roma Pass) 와 3일동안 시내교통만 이용할 수 있는 패스(11유로)를 고민하다가 그냥 교통 패스를 샀다.
로마패스는 25유로, 보르게제 미술관, 콜롯세움 외 여러 박물관에 공짜 입장 가능, 그러나 바티칸은 못 들어간다.
이번에 꼭 가야 하는 곳은 바티칸이니 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지하철을 타고 ottaviano 역에 내렸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꽤 걸어야 한다.
낯익은 성벽이 보이기 시작, 8년전 저 벽을 따라 줄만 서 있다가 휴일이라 못 들어갔던 아픈 기억이 있다.
줄 많이 선다고 해서 일찍 왔더니(10시)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입장료 15유로.
바티칸 미술관 안뜰 풍경.
그런데 지도도 한 장 없고 설명도 없고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다. 할 수 없이 오디오 가이드를 빌렸다. 7유로.
지도가 포함되어 있다고 했는데 정말 허접한 종이 한 장 준다.  콧대 높은 바티칸 같으니라고, 그냥 남들 가는 대로 갈 수 밖에...
좁은 통로를 지나면 나타나는 홀, 다시 통로, 그런 식의 미술관.
이집트, 그리스 홀은 건너뛴다.
팔 다리가 잘렸어도 '나는 아직 죽지 않았어' 외치는 듯한 남자의 조각.
이건 좀 호리호리한 쪽, 나는 사실 이 쪽이 더 좋다.
저 위의 그릇, 설마 빗물받이용은 아니겠지?
기하학적인 무늬의 바닥 타일장식, 언제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현대적인 느낌이다.
다산을 상징하는 가슴이 여러 개 달린 여신상, 징그럽다.
천장 구석구석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한때 유럽 권력의 핵심이었던 바티칸의 영광된 과거를 보고 있는 것.
지도 갤러리.
1580년부터 1583년까지 교황 그레고리 13세를 위해 그려진 40개의 지도가 걸려있다.
천장의 그림들은 성인과 교회의 역사를 나타내는데 아랫쪽의 지도와 지리적으로 연관이 있단다.
코르시카 섬, 낯익은 이름, 어렸을 때 여기가 배경인 동화를 읽었던 것 같은데 내용은 기억이...
진짜 장화 모양을 하고 있는 이탈리아.
그냥 남들 가는 대로 따라가는 중인데 점점 미술관의 핵심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다다른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하늘을 가리키고 있는 플라톤, 땅을 가리키고 있는 건 소크라테스, 그 앞에 널부러져 있는 사람은 물론 디오게네스. 
진리고 뭐고,그냥 가진 것 없어도 행복하게, 디오게네스처럼 살고 싶은게 내 마음인데 또 맘대로 되지 않는 게 인간의 삶이다.
지구본을 들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 시대에도 지구본 같은 게 있었나? 지구가 둥글다는 건 아리스토텔레스가 처음 말했다나...?
책에 열심히 수학문제를 풀고 있는 사람은 피타고라스.
그림도 크고 사람을 압도하는 구도인데 좁은 방에 전시되어 있어서 좀 아쉬웠다.
창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주차장, 주변의 건물과 안 어울린다.
 
남들 안 가는 길로 한 번 가보았더니,
갑자기 나타나는 고흐 그림, 피에타, 같은 각도로 그려진 마리아와 예수 그리스도, 같은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것.
'햇빛이 싫어요!'하고 말하는 이 작품은 누가 만든 거였더라...?
나는 이런 그림이 좋다. Franco Gentilini <Santa Maria Maggiore>
몇 개의 선으로 슥슥 그린 파울 클레의 그림도 좋고.
제목은 독일말이라 무슨 뜻인지 모르겠음<Stadt mit gotischen Munster>
당연히 자코메티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마티스였다. 이런 반전이...! 화려한 색조의 마티스 그림과는 너무 다른 조각이다.
이것도 어디서 많이 본 그림체라 생각했는데...
디에고 리베라였다.
비싼 입장료와 허접한 서비스에 상처받은 마음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
고대, 중세의 종교적인 작품만 있는 줄 알았는데 현대 작품 컬렉션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혼자 숲길을 걸어가는 통통한 주교님.
보테로는 모든 사람을 귀엽게 그리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 <Trip to the Ecumenical council>
벤 샨 <Farewell>

하지만 아직은 안녕을 말할 때가 아니다. 바티칸 미술관의 하일라이트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