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15. 23:21

<런던여행> 우리집에서 런던 세인트 조지 호텔까지

올해 유럽 학회는 런던, 두 번 이나 갔던 곳이지만 예전 기억도 되살려볼 겸 다시 가기로 했다.
출발샷, 겁도 없이 한국에서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가고 있다.
인천공항 도착, 전통 행렬 같은 걸 재현하고 있다.
이번에는 아시아나를 탄다. 타 본 적이 없기도 했지만 대한항공보다 30만원이 쌌던 것.

색동깃을 연상시키는 아시아나 비행기 꼬리 날개가 예쁘다.

대한항공이 비빔밥이라면, 아시아나는? 쌈밥!
쌈채소도 꽤 들어있고 고기 볶음도 맛있다. 외국인을 위해 먹는 방법까지 소개해 놓았다. 여태껏 먹어봤던 기내식 중 손꼽을 만큼 맛있었다.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
기내 프로그램에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영화를 하고 있었는데 노년의 모습을 어찌나 아름답고 슬프게 그려놨는지 쌈밥을 우걱우걱 씹으면서 눈물을 줄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개인 모니터는 있는데 영화를 선택해서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채널은 돌리면 영화가 그냥 나오고 있는 시스템) 12시간의 비행이 지루했다. 대한항공은 영화와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선택해 볼 수 있었는데,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두번째 기내식은는 좀... 우리나라 항공사에서 나오는 한국 음식이 아닌 기내식은 대체로 맛이 없는 것 같다.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가?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 파란 하늘이어서 너무 기뻤다, 비오는 런던은 싫으니까.
그런데 이 나라는 언제 어디서나 공사중.
알랭 보통이 쓴 <공항에서의 일주일>이 히드로 공항에 머물면서 쓴 거라는데 그 책에서 보여준 여행의 설렘, 아련함 같은 것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가 없다.  같은 것을 봐도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풀어내느냐 하는 것은 결국 개인의 문제.
아시아나는 1터미널로 입국했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데는 버스, 지하철, 택시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이번에는 제일 비싸고 제일 빠른 히드로 익스프레스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학회에서 할인 티켓을 끊을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 (편도 16.5파운드 -> 13.2 파운드, 1파운드 = 1850원)
히드로 익스프레스 바로 가기
영국의 철도 요금은 굉장히 유동적이다. 인터넷으로 사는지, 자동판매기에서 사는지, 타서 차장한테 사는지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이용 시간이나 왕복 티켓 여부에 따라도 다르다. 한 푼이라도 아낄려고 머리를 굴리는데 매번 머리가 너무 아프다.
진짜 영국 사람들은 이런 걸 다 생각하고 사는 걸까, 아니면 그냥 무시해 버리는 걸까? 그러기에는 영국 물가가...
히드로 익스프레스를 타면 30분만에 패딩턴역에 도착할 수 있다.
일등석도 있는데 이 짧은 거리를 거의 두 배의 돈을 주고 누가 탈까 싶다. 실제로도 텅텅 비어있었다.
런던의 교외를 달리고 있다.
패딩턴 역에 내려서 숙소를 찾아갔다. 3년 전 런던에 왔을 때는 빅토리아역 주변의 호스텔에 갔었는데 이번에 찾아보니 나이제한에 걸려서 묵을 수가 없었다.
그래, 이제 호스텔 도미토리에서 묵을 나이는 지난 것이야, 하고 제일 싼 싱글룸을 예약했다.
히드로 익스프레스가 연결되는 패딩턴역에 가까운 노퍽스퀘어에 싼 호텔과 B&B가 몰려 있다.
따닥따닥 붙어 있는 호텔들.
내가 호스텔월드 싸이트(hostelworld.com)를 통해 예약한 곳은  St. George 호텔, 싱글룸 하룻밤에 34파운드, 칠만원 정도.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층계참에 있는 7호실이 내 방, 바로 옆의 문은 공동 화장실.
문을 열면 그야말로 좁은 공간, 호텔평에서 싱글룸이 좁다는 얘기는 보았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고시원에 가 본 적은 없지만 비슷할 것 같다.
그래도 구석에는 세면대, TV, 냉장고, 커피포트까지 있다. 그런데 내 몸 하나 움직일 공간이 없고 어디에선가 퀴퀴한 냄새도 나고.
으, 이 방에서 3일밤을 자야 하는데 큰일이다. 다행히 창문이 있어 폐쇄공포증까지 걸릴 정도는 아니었다.
노퍽 스퀘어는 큰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고 멋진 차들에 세워져 있는 곳. 이 주변에 호텔이 많으니 예약 안 하고 오게 되면 방을 보고 고르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다. St.George 호텔 방을 보았으면 거기 안 묵었을 것 같다.
주변에 레스토랑도 많은데 모두 사람이 많아서 대충 들어간 곳. 어느 나라 음식인지 정체를 알 수 없던 깔라마리 샐러드, 7파운드.
혼자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하고 밥 먹을 곳을 찾고, 혼자 밥을 먹고 가계부를 정리하고 일기를 쓰는, 이런 여행 정말 오랜만이다.
약간 쓸쓸하면서도 외로운듯하지만 자유롭다. 진짜 여행의 재미는 이런 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