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6. 20:00

말레이시아 첫째날, 비엔티안에서 말라카까지

라오스는 공휴일이 매우 적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기껏해야 일 년에 6일에서 8일 정도이다. 그 중 3일간의 공식 휴일이 주어지는 4월의 새해(삐마이)가 그나마 길게 쉴 수 있는 때이다. 지난 2년간은 한국에 갔었는데 올해는 한국 다녀온 지도 얼마 안 되었고 화,수,목이 휴일이어서 하루 정도만 휴가를 내고 주변 국가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비엔티안에서 항공편으로 직접 연결되는 곳은 방콕, 하노이, 싱가폴, 쿤밍, 서울, 쿠알라룸푸르 등이 있는데 에어 아시아로 연결되는 쿠알라룸푸르에 가기로 하였다.

삐마이 연휴 첫째날 오전 아홉시 35분 비엔티안 공항 출발.

내부 짐칸에 광고가 붙어 있는 비행기는 처음 보았다.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보면 비시장주의 논리가 지배되던 영역에 시장주의 논리가 들어오면서 모든 것이 돈으로 거래되는 사회가 되었다고 하는데 짐칸 커버도 광고판으로 팔리고 있는 중.

비엔티안을 날아올라,

메콩 강을 건넜다. 오른쪽이 라오스이고 왼쪽이 태국인데 저기 보이는 섬은 라오스 땅이다. 

두 시간 반이 지나 복잡한 도로망이 나타나더니,

최대의 팜유 생산지 답게 팜트리 재배지가 나타나고,

KLIA 2 (Kuala Lumpur International Airport 2) 공항에 도착하였다.

2011년에 쁘렌띠안 섬에 갈 때는 베트남 항공을 타고 KLIA 로 들어와 에어아시아가 취항하는 LCCT(Low Cost Carrier Terminal)로 이동해야 했는데 저가항공 전용 KLIA2는 KLIA옆에 있어 이동하기가 쉬울 것 같다.

새로 지은 공항이라 번쩍 번쩍하다. 그런데 상당히 많이 걸어야 해서 입국하기도 전에 지쳐 버렸다.

입국 검사를 쉽게 통과하니 거대한 쇼핑 공간이 눈 앞에 펼쳐졌다. 말레이시아가 쇼핑 천국이라더니 공항에서부터 느낌이 온다.

오늘 말라카로 가야 하니 버스 타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눈에 띄는 은행에 들어가 백 달러를 환전했는데 나중에 시내 환전소와 비교하니 환율이 많이 안 좋았다.

버스 부스가 여러개 있었는데 한 곳에 가서 물어보니 3시 15분 버스가 있다고 한다. 한 시 20분에 비행기 도착해서 지금은 두 시, 분명 두 시 십오분 버스가 있다고 했는데...

반대쪽 Transnacional 부스에 가니 두 시 15분 버스가 있다. 

바로 표 구입. 말레이시아 버스는 여러 회사가 같은 노선을 운행하고 있으므로 창구 여기저기에 잘 물어봐야 한다. 

에어 아시아 비행기에서 쫄쫄 굶었기에 급히 도넛 두 개 사 먹고 버스에 올랐다. 도넛을 이렇게 아무 데서나 사 먹을 수 있다는 데에 감동하였다. 

버스는 고속도로를 세 시간 정도 달려 말라카에 도착하였다. 

시내까지 버스를 타고 가기 위해 도메스틱 표지판 보고 이동. 

원형의 넓은 터미널이었는데 17번 버스가 막 출발하기에 뛰어가서 탑승. 타고 보니 내일 쿠알라룸푸르로 돌아가는 버스표를 미리 구입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는 깨끗하였고 기사 아저씨가 1.5링깃을 받고 표를 끊어주었다. 내가 딱 좋아하는 시스템이다. 대개 선진국에서 보이는 무조건 자동으로 표를 사야 하거나 거스름돈 안 주는 시스템 싫고 대중교통 수단 없이 택시나 뚝뚝을 이용해야 하는 곳도 다니기 어렵기에 이 정도가 딱 좋다.  

까만색과 흰색으로 인도를 표시해 두었다. 라오스는 까만색이면 주차 가능하다는 표시인데 여기도 그런 것일까? 길 한가운데여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거리도 깔끔하고 집도 정돈이 잘 되어 있다.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길래 따라내렸더니 사진에서 많이 본 네덜란드 광장(Dutch Square)이 눈 앞에 나타났다. 현실적이지 않은 핑크빛으로 칠해진 교회와 잘 가꾸어진 꽃밭이 예뻤다. 

분수대에서 물이 솟아나지만 날씨는 너무 너무 더웠다. 

이제 예약해 둔 Equatorial Malacca 호텔을 찾아가야 하는데 방향을 모르겠다. 

핸드폰에 저장해 둔 구글 지도를 보고 한참 궁리 끝에 저 사잇길로 가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도 차도 별로 안 다니는 뒷골목 지나가다 본 네덜란드 공동묘지. 

말라카는 해상 교통의 요지로 오래전부터 네덜란드, 영국 등에 의해 지배받았다고 한다. 그 때는 교통이 잘 발달하지 않아 한 번 떠나면 돌아올 수 없는 길이라는 걸 알았겠지. 그리고 일생을 타국에서 살고 고향에서 멀고 먼 이 곳이 묻혔다.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말라카 시에서 관광 자원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호텔로 들어가는 길을 찾을 수 없어 인도계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이 더운 날씨에 백 미터 가량이나 따라오라며 친절히 안내를 해 주었다.

에어콘이 빵빵한 호텔 로비에 도착하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동네 마실 가는 느낌으로 떠나왔지만 새로운 곳에 도착하는 것은 긴장되는 일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