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16. 22:00

하노이 2일차, 커피빈 까페와 로열 시티

하노이 오기 전에 확인한 일기예보에는 비가 금요일까지만 온다고 했는데 어제 토요일도 계속 오고 오늘도 여전하다.

구름이 낮게 깔려서 계속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아침 식사로 딤섬을 시켜봤는데 안에 아무것도 안 들어 있는 밀가루빵이 튀겨져서 나왔다. 따뜻하고 고소해서 크림 소스를 찍어 먹으니 맛있었는데 세 개 먹고 느끼해서 네 개째는 포기.

오늘은 하노이에서 제일 큰 떠이 호숫가에 가 볼 예정.

가는 길에 동쑤언 시장도 지나가고,

이건 무슨 성인가?

항다우 성, 1894년에 지었다니 꽤 오래된 것인데 용도를 모르겠다.

복잡한 거리 중간 중간에 이런 녹지가 있어 숨통을 틔워준다.

혁명의 구호가 베트남을 경제 발전의 길로 이끈 것일까?

세계 제2위의 커피 생산지인 베트남에는 무척 많은 카페가 있고 대개 문 앞에 낮은 의자를 놓고 옹기종기 무릎을 맞대고 모여 커피를 마신다.

샌들 신고 왔는데 비가 자꾸 새서 신발 가게에 들어갔다. 

만 천 원 주고 운동화 득템함.

양말도 사려 했는데 상점가가 끝나서 살 곳이 없다. 작은 시장 신발 파는 곳에 가서 물어보니 발목 스타킹 같은 걸 주었다. 우선 이거라도 신자 하고 얼마냐고 했더니 손가락 두 개를 들어보인다. 2천동? 2만동? 순간적으로 2만동(1000원)을 주었는데 금방 머리를 스친 생각이 2천동이었을 것 같다. 가게에서 스타킹을 신는데 아줌마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다. 나의 의심이 얼굴에 나타날 것 같고 아줌마의 겸연쩍은 웃음으로 의심을 확인할까봐서.

100원 짜리를 열 배인 천 원 주고 샀으니 속이 좀 쓰렸지만 부의 재분배 차원으로 스스로 위안하였다.

얼핏 듣기로는 세금 때문에 이렇게 앞면이 좁은 건물을 많이 짓게 되었단다. 

떠이 호수에 도착.

아니, 여긴 떠이 호수와 붙어 있는 쭉박 호수.

이 주변은 조용한 외국인 거주지로 유명하다고.

물이 비친 집 그림자가 평화롭다.

여기도 좁은 집.

많이 걸어서 좀 쉬어가야 하는데 막상 들어갈 곳이 없어 두 개 호수를 나누는 길가에 있는 Coffee bean and Tea leaf에 갔다.

커피빈이 그려져 있는 실내.

커피와 치즈 케잌 합쳐서 11만 5천동(6000원), 베트남 물가에 비하면 비싼 편. 까페는 많지만 편히 앉아있을 만한 곳이 없어 이런 곳을 찾게 된다 

원래 카페에서 책 읽으려고 두 권씩 배낭에 넣고 다니는데 대부분 까페는 와이파이가 돼어서 인터넷만 하게 된다.

다음 행선지는 고급 아파트 단지에 실내 스케이트장까지 있다는 로열 시티.

택시 타고 가다가 호치민 묘지와 광장을 보았다. 이번 여행 컨셉은 휴식과 피서이므로 관광지라고 할 만한 곳은 모두 지나가고 있다. 

택시가 미터기를 속이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탄 택시는 모두 적당한 가격이 나오고 친절하였다.

유독 꽃을 파는 곳이 많고 오토파이로 꽃을 운반하는 사람도 많은 하노이.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가 서로 얽히는 복잡한 길을 30분 정도 가니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나타났다.

도시의 새로운 성 같은 느낌을 준다.

베트남의 재벌 기업 빈콤이 만들었고 지하 2층까지 메가 몰이라는 쇼핑몰이 있다.

베트남도 거대하고 뭔가 삐까뻔쩍한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지하 쇼핑몰로 들어갔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태국에서 본 로빈슨 백화점도 있고 유명 브랜드들도 많이 있었다.

아이스링크도 있고 워터 파크도 있다.

파리 바게뜨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후에 지방 음식점.

비엔티안에서 제일 맛있게 먹는 음식이 베트남 음식 넴느앙 이어서 비슷한 넴르 후에를 시켜보았다.

사진하고 똑같게 나왔다. 꼬치에 끼워 구운 고기는 맛있었는데 소스가 찐득하니 별로 였다.

그냥 먹는 쌀피는 라오스 것보다 얇아서 먹을만했다. 고추를 달라고 해서 넣어먹었다.

내가 잘 못 찾아가서 그런지,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그런지 매번 만족스럽지 못하다. 비엔티안에 돌아가서 넴느앙을 잔뜩 먹어야겠다.

일층으로 올라오니 뚜레쥬르가 있다. 이 동네 빵집은 한국 브랜드가 꽉 잡고 있구나.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빵 한 개 골라 나오기가 힘들었다.

어느 블로그 사진에서 봤던 메론빵. 근데 나중에 계산서 보니 말차 빵이었고 기대와는 다르게 안에 크림이 들어있지 않았다. 겉의 소보루를 빼면 그냥 앙꼬 없는 호빵 먹는 것 같았다. 호빵을 내가 좋아하니 망정이니 아니면 되게 실망했을 듯 하다.

지하는 모두 연결되어 있지만 아파트 건물은 떨어져 있어 잘못 일층으로 올라오면 다시 지하로 내려가거나 바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몇 번 일층으로 올라와 봤는데 각 동 일층마다 한국 식품을 파는 K마트가 있었다. 하노이에 정말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것 같았다.

다시 지하로 내려가 물고기가 거슬러 올라가는 폭포 구경하고,

지하 2층 슈퍼 마켓 가서 진짜 물고기 구경,

커다란 게 구경하고 물건 몇 개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빗방울이 조금 세졌는데 차와 오토바이가 마구 달리는 로열 시티 앞 왕복 12차선(아마도)을 목숨을 걸고 건너서 택시를 잡았다.

빗줄기가 조금 세졌고 차선도 보이지 않는 도로를 자전거, 오토바이, 승용차가 마구 엉켜서 달린다. 클랙션 소리가 귀를 찌를 듯이 들려온다. 이런 복잡한 교통 사정이니 클랙션이 필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내버스를 가끔 보았는데 좀 더 근본적인 교통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하철?

다시 호텔이 있는 구시가지로 돌아오니 차량 통행이 좀 적어져 내가 운전하는 것도 아닌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호텔 주변의 Ly Quoc su 거리는 대성당으로 이어지는 길인데 이 주변에 여행자를 위한 호스텔도 많고 음식점도 많은 활기찬 거리였다. 베트남 사람들이 목욕탕 의자에 앉아 밥을 먹는 식당들도 많은데 뭘 시켜야 할 지 몰라 영어 메뉴가 있는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고심하다 시킨 Bun Nem cua be. 게 살을 넣어 만든 스프링롤. 어제부터 계속 비슷한 형식의 음식을 먹고 있다.

마지막날이니 베트남 맥주도 하나 시켰다. 라오스에는 주로 하노이 맥주와 333 맥주가 많이 들어와 있는데  오늘은 그냥 맥주를 시키는 HALIDA라는 걸 주었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스프링롤이 내용물이 알차고 맛있었는데 소스가 좀 이상했다. 후추를 잔뜩 넣은 무국을 식힌 것 같은 국물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베트남 음식이 잘못된 것일까? 외국 사람들이 가는 식당에 가서 그런 걸까? 도전 정신이 약해지니 맛있는 걸 못 찾아먹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기름에 튀긴 음식을 맥주와 같이 먹으니 무조건 맛있었다. 가격도 맥주까지 해서 2500원 정도이니 무척 쌌다.

그런데 다음날 속이 살짝 안 좋았다. 내 위장은 라오스의 세균에는 익숙해졌는데 베트남 것에는 노츨 빈도가 적어서 아직 적응을 못한 것 같다.

Ly Quoc 거리에는 노천 공연도 열리고,

수많은 까페에는 베트남 젊은이들이 커피 한 잔 놓고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노이의 대학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밤의 대성당 모습.

커피 원두를 파는 가게도 곳곳에 보인다.

집에 남아있는 원두가 많아서 원래 알루미늄으로 만든 베트남식 커피 필터만 사려고 들어갔는데,

늦게까지 가게를 지키고 있던 젊은 아가씨가 무조건 커피 통을 열어서 향기를 맡아보라고 한다. 거부하기 힘든 고소한 초콜렛향이 난다.

그래도 베트남에 왔으니 커피 한 봉지는 사가야 할까? WEASEL1 이라고 씌여진 100G의 커피는 150,000동(7500원), 와, 무지무지 비싸다. 싼 걸 보여달라고 하니 WEASEL3을 열어주는데 아까 그 향기가 안 난다. 1번을 사면 2만동짜리 커피 필터를 그냥 준다고 한다. 베트남 사람들의 상술에 넘어가 150,000 동 이라는 거금을 주고 커피 한 봉지를 샀다.

나중에 보니 포장에 족제비가 그려져있는데 이게 유명하다는 코피 루왁의 베트남판, 족제비가 먹고 배설한 커피인가 보다.

소화기관을 통과한 커피 콩이라니 아무리 맛있어도 그런 건 별로 먹고 싶지 않은데 맥주 한 병에 취하고 하노이의 젊음에 취하고 커피 향기에 취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