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3. 10:30

<싱가폴여행> 싱가폴에서 먹기, 칠리크랩, 치킨라이스, 피쉬헤드커리, 그리고 두리안!!!

요즘 점점 맛집 블로그로 갈아타고 있는 것 같은데 잠깐 다녀온 싱가폴 음식 이야기.
꼭 먹어야 한다는 점보 레스토랑 칠리 크랩.
클라크 키에 있는 본점에 갔더니 예약이 많아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단다.
강가를 따라 보드키 쪽으로 걸어와서 Jumbo Seafood Gallery에 갔다. 6시 반에 갔는데 8시까지 식사를 끝마칠 수 있냐고 해서 '오케이, 노 프라블럼!'하고 외쳤다.
20 Upper Circular Rd, 나올 때 찍은 사진, 만원이다.
애피타이저로는 땅콩, 레몬을 띄운 물은 손을 씻기 위한 것.
싱가폴에서는 타이거 맥주.
가격이 싯가로 표시되어 있어 물어봤더니 1kg에 44 싱달러(1싱달러 = 900원), 4kg를 시켰는데 달랑 이만큼 나왔다.
와, 싱가폴 물가 진짜 비싸네, 이 한 접시에 20만원이라구? 다섯명이 겨우 게 다리 하나씩 들고 쪽쪽 빨아먹고 소스에 밥을 비벼먹어 겨우 배를 채웠는데 나중에 계산서를 보니 1kg 만 나온 거였음.
맛은 있는데 게 껍질 발라먹기 힘들어서 다음에 가면 안 먹을 것 같음.
치즈를 뿌려 구운 랍스터는 맛있었다.



오전 아홉시, 싱가폴 사람들이 아침으로 먹는다는 바쿠테(Bak Kut Teh)를 먹으러 갔다. 호텔에서 조식을 먹었음에도 갔다.
리틀 인디아 쪽, 한적한 주택가, 208 Rangoon Rd.
1970년대에 중국 차오저우계 이민자가 열었다는 음식점, 아침을 먹으러 나온 가족들로 북적거린다.
소박한 내부 분위기.
후추향이 강한 국물에 담겨나오는 돼지고기, 국물이 뜨겁고 맵고 고기는 연하다. 국물은 줄어들 때마다 계속 더 부어준다.
반찬으로 시킨 두부조림도 맛있었다.
긴 역사를 보여주는 벽보.
그냥 동네 음식점 같은데 우리나라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무전기로 대화를 하고 자동으로 주문을 넣는 것이 싱가폴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식사가 소화되자 마자 찾아간 호커 센터(Hawker center). 우리나라로 치면 푸드코트인데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싱가폴 사람인 척 할 수 있다.
싱가폴 동쪽의 Old airport road 51번지에 위치한 old airport road hawker center.
사계절 열대의 날씨이니 벽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시끄럽고, 덥고, 약간은 지저분하지만 사방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긴다.
볶음 국수, 맛있음.
돼지고기와 새우를 넣은 국수, 역시 맛있음.
Soursoap juice, 무슨 과일인지 알 수 없는데 요구르트 맛과 비슷하지만 훨씬 맛있다. 가라앉아있는 하얀 과육도 최고로 맛있음.
보기에는 지저분해 보여도 환경당국에서  OK를 받은 곳, 싱가폴에 간다면 한 번 들러보시길...


먹느라고 너무 땀을 흘려 호텔에 들어가 잠깐 쉬고 저녁 먹으러 나왔다.
싱가폴에서 꼭 먹어보아야 하는 음식, 치킨 라이스와 생선 머리 커리를 같이 먹을 수 있는 곳, .
메뉴판,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나라이니(그 외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도 공용어이지만) 알아보기 쉽다.
30년도 더 되었다는 동네 음식점. 분점은 안 냈지만 요즘은 배달도 한다고.
왜 생선 머리로 커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야 더 맛있으니까 그렇지!!!
White chicken. 그냥 닭을 삶고 참기름맛 나는 소스를 뿌려 먹는 것인데 살이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다.
같이 나오는 닭육수로 지은 밥. 간이 적당히 배어 있어 이것만 먹어도 맛있다.
그리고 짜잔, 피쉬 헤드 커리 등장. 생선 머리가 얼마나 거대한지 큰 그릇을 다 채웠다.
Red snapper란 생선 머리(붉은 돔?)로 만든 이 커리는 초기 이민자들이 먹을 것이 없어 생선 머리로 커리를 만들었던 데에서 유래했다고.
이건 싱가폴 음식 중 베스트였다.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수백번의 커리 중 최고였다.
코코넛을 넣어 만든 적당한 매운 맛(아마 조금 과한 매운 맛?)에 부드러운 생선살이 일품.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입 안에 침이 고인다.


점심과 저녁 사이 간식으로는 과일의 황제 두리안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고약한 냄새 때문에 들고 지하철도 못 타고 호텔에도 못 들어가지만 한 번 맛을 알게 되면 중독 수준이 된다는 두리안.  밥반찬으로 두리안을 먹는 사람도 있다고.
우선 두리안을 넣어 만든 퍼프를 시험삼아 먹어보기로 한다.
미니슈와 똑같은데 안에 두리안이 들었다.
냄새는 나쁜데(뭔가 화학적인 고약함에 생물학적인 고약함이 섞인 냄새) 맛 자체는 고소하고 오묘하다.
맛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이 냄새를 견디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중독이다. 앉은 자리에서 대여섯개를 홀랑 먹어버렸다.
그래서 저녁 먹고 시도하는 진짜 두리안. 껍질이 정말 뾰족해 비닐 봉지를 뚫고 나온다. 이 두리안은 말레이지아 산으로 태국산보다 훨씬 맛있다고. 이 정도 크기는 40싱달러. 냄새가 심해서 과일 가게 옆에 테이블을 놓고 먹고 가게 한단다.
잘 쪼개지도록 칼집을 넣어준다.
오, 두리안이 이렇게 생겼다. 콩팥을 닮았다. 손에 쥐고 먹는데 정말 크리미하다. 아까 미니슈는 정말 100% pure durian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약간 쓴 맛에 단 맛도 있는 것 같고, 설명하기 어려운 먹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를 오묘한 맛. 냄새를 견뎌야 하기에 더 맛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음, 다음에도 먹고 싶을 거야, 두리안이 있는 나라에 갈 때마다 먹을 거야, 그럼 이 맛을 더 잘 묘사할 수 있을까?
두리안은 몸에 열을 내는 과일, 열을 식히는 과일 망고스틴을 같이 먹어야 한다.
어떤 것은 딱딱하고 어떤 것은 물렁하다. 물렁한 것을 골라 손으로 눌러 쪼개면,
하얀 망고스틴 속살이 드러난다. 이건 설명이 필요없이 맛있다. 열대과일은 두꺼운 껍질 아래 달고 향긋한 속살을 숨기고 있다.
손에 묻은 두리안 냄새를 없애려면 두리안 껍질에 흘린 물로 손을 씻고, 소화를 잘 시키려면 두리안 껍질에 소금물을 타서 먹어야 한단다.
그렇게 의식 비슷한 걸 마치고서 내 싱가폴 미식 여행은 끝이 났다.


점보 레스토랑 빼고 나머지는 하루에 다 먹은 것.
나 혼자였으면 이렇게 맛있는 걸 찾아다닐 수 없었을 것이다. 역시 현지에 사는 사람을 친구로 두는 게 최고. 위의 음식들을 소개해 주고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심지어 돈까지 내 준 E양과 T군에게 감사.
한국에 오면 내가 하루종일 맛있는 걸 먹여주고야 말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