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19. 19:34

첫째날-2 Happy family house 찾아가기

공항 환율이 시중 은행과 별 차이가 없다는 얘기를 들어서 200달러를 6,318원으로 바꿨다. 1달러 = 31.74원, 수수료 30원.
창카이섹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가장 좋은 교통수단은 국광 버스, 125원.
난 무조건 맨 앞자리, 공항을 서서히 빠져 나간다.
낡은 티비와 허름한 좌석, 그래도 길은 뻥뻥 잘 뚫려있다.
날은 흐리고 빗방울이 떨어진다. 날씨가 이번 여행의 관건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비어 있는 논도 있고 벼가 자라고 있는 곳도 있고, 정말 3모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시내가 가까워지자 교통량이 많아진다.
타이완의 인구는 2천 2백만, 인구 264만명의 수도 타이뻬이의 첫인상은 뭔가 우중충하다. 습기가 많은 날씨라 그런지 건물은 모두 잿빛에 얼룩이 져 있는 듯하고 휴일이라 상점들이 거의 다 문을 닫아서 더 그런 느낌을 준다.
한 시간이 좀 넘게 걸려 타이뻬이 중앙역 도착, 이제 미리 예약해 둔 해피 패밀리 하우스를 찾아가자.

타이뻬이 중앙역은 지하철(MRT,이완말로는'제윈') 두 노선의 교차점이며 버스 터미널과도 붙어있는 교통의 중심지이다.
그래서 지하로 들어가니 무척 잡, 숙소로 가려면  Y1출구로 나가야 하는데 구역도 여러 개로 나뉘어 있고 어딘지 잘 모르겠다.
여기가 아닌가벼, 타이뻬이 버스 터미널.
찾아냈다. Y1 출구.
쭉 직진해서 오른쪽에 편의점이 보이는 옆 골목에,
바로 여기로 꺾어들어오면,
해피 패밀리 하우스가 있다.
휴우, 4kg 정도의 배낭인데 그것도 무겁고 비오는 축축한 날씨에 땀까지 흘려 흠뻑 젖었다. 이제 빨리 배낭을 내려놓고 좀 씻고 싶은데...

인터넷에서 주인이 무척 친절하다는 평을 보고 예약한 숙소, 그런데 올라가니 아무도 없다. 도착시간까지 이메일로 알려줬는데 이건 무슨 일?
2,3,4층 다 올라가며 철문을 두드려 봤는데 2층에서 두 세 살 정도의 아기를 데리고 있는 젊은 여자가 나온다.
-여기 예약했는데요.
-어...그게...저는 주인이 아닌데요.
말투를 들으니 딱 일본인이다. 장부를 뒤적이는데 내 이름이 있긴 하다. 그런데 방은?
주인에게 전화를 해 주겠다고 한다. 전화를 바꾸어 주는데 주인은 지금 올 수 없으니 가방을 두고 나갔다가 다시 오라고 한다.
-난 지금 방이 필요하거든요.
-어쨌든 지금은 안 되요. 옆의 그 여자는 아무것도 몰라요, 괴롭히지 말아요. Don't bother her, Don't bother her.
니가 bother(괴롭히고)하고 사람은 바로 나거든, 짜증이 확 솟구쳤으나 어쩔 수 없다.
옷을 좀 갈아입을 수 있냐고 물으니 기꺼이 자기 방을 내 주는 친절한 일본 여자, 그런데 아기를 데리고 여행하는 걸까, 여기 사는 걸까, 일본 사람들 중에도 평범하지 않게 사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자, 어찌됐든 몸이 가벼워졌으니 이제 타이뻬이 탐색을 위해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