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22. 22:47

D+105 070628 후루가다-샤름 엘 셰이크-다합 이동

에어콘 바람이 너무 세고 침대 한가운데가 푹 꺼져 있어 잠을 설쳤다.
7시에 일어나 빵 한 쪽으로 아침을 먹고 다이빙 하러 가는 사람들 봉고차에 끼여서 페리 터미널까지 왔다.
2박 3일간 함께 한 신애, 현희 양에게 인사를 하고 같은 배를 타고 간다는 사람들과 배를 기다렸다.
이 친구들은 오늘 누웨이바까지 가서 내일 요르단 넘어간단다.
250P(41000원)짜리 표. 외국인과 내국인 가격이 다르겠지? 아니면 배를 탈 수 있는 이집트인이 없을 것 같다.
배가 왔다. 홍콩에서 마카오 가는 배랑 비슷하다.
한 시간 반 동안 홍해를 건너 시나이 반도,샤름 엘 세이크에 도착했다.
A지점이 다합. 오늘 거기까지 가야 한다.

시나이 반도는 모세가 십계를 받았던 곳이고 1967년부터 1982년까지 이스라엘의 점령하에 있었다.
샤름 엘 세이크는 시나이 반도의 라스베가스 같은 곳으로 주로 웨스턴들이 휴가를 즐기는 비싼 리조트들이 즐비하다. 
2005년도에는 서양인을 겨냥한 폭탄 테러로 64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배낭 여행자는 빨리 이곳을 떠나라는 론니의 조언.
그러네, 정말.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호텔 소유의 해변이 있고 비키니의 백인들이 가득하다. 빨리 떠나자.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겠다는 것이 같이 온 친구들의 생각이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을 안 보이고 덥고 배낭은 점점 무거워진다.
론니에는 택시를 타라고 나와 있어서 내가 택시를 잡아 한국인 친구들과 우리를 따라온 일본인 커플을 태웠다. 
음, 가끔은 내가 결정하는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세 명의 한국인 친구들 중 두 명은 나름 베테랑인데 이집트를 너무 욕한다. 
관광객 벗겨 먹기, 사기 치기, 여자들에게 추근대기 등등... 나도 그런 걸 다 겪었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도 많았다고 생각하는데...
또 한 친구, 미연양은 해외 여행이 처음이라 좀 힘들어하고 있었다.
카이로에는 꼭 다시 가 보고 싶다고, 올드 카이로가 좋았단다. 내가 카이로 너무 대충 돌아본 것 같기는 하다.
버스는 또 황량한 사막을 달린다. 테러가 많았던 곳이라 그런지 곳곳에 검문, 표검사는 왜 매번 하는지 모르겠다. 중간에 서는 정류장도 없는데 누가 몰래 탄단 말인지...
1시간 반 만에 다합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삐끼들이 달려든다. 같이 내린 일본인 커플과 같이 공짜로 숙소까지 데려다 준다는 트럭 뒤에 탔다.
Auski camp 라는 숙소였는데 작년에 결혼하고 일년 반 동안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일본인 커플은 맘에 안 드는 모양.
옆의 펭귄 빌리지에도 가 봤는데 분위기는 좋지만 싱글, 더블의 가격이 똑같다. 웬지 손해보는 기분.
나는 그냥 Auski camp 에 묵기로 했다. 지저분하고 사람도 별로 없지만 에어콘,화장실 딸린 싱글이 30P니 싸다.

샤워하고 나가보자. 물이 지붕의 물탱크에서 나오는 듯 뜨끈뜨끈하다. 샤워하고 나도 덥다.
오래전에 읽은 <303일간의 신혼여행>이라는 이우일,선현경의 책에 다합 얘기가 많이 나왔다.
여기 몇 달 머물면서 원고작업을 했다고, 고양이가 많고 음식이 맛있고 싸고 등등... 한 번 오면 떠나기 힘든 다합이라고.
그 곳에 내가 와 있다.
그 책을 보고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다.  시골 어촌을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호텔과 레스토랑이 즐비한 관광지다.
어쨌든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라는 첫인상.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는 곳을 지나가니 삐끼들이 들어오라고 난리다.
한 곳을 골라 들어갔다.
아에시와 마늘빵이 먼저 나오고,
메인 요리 스파게티,
디저트까지 주는데 28P. 하루에 한 번쯤은 이렇게 포식해줘도 좋겠다.
밥을 먹는 사이 저녁이 왔다.

돌아오는 길에 한국인이 많이 간다는 세븐헤븐에 들러보았다.
문 앞에 앉아있던 한국 사람에게 물어보니 Dorm 은 5P인데 더워서 못 자고 방갈로는 15P인데 역시 더워서 못 잔단다.
에어콘 있는 방은  60P.
다이빙 복을 입은 한국 사람들이 끊임없이 왔다갔다 하고 무슨 캠프 온 것 같은 분위기다.
나는 그냥 오스키에 머물러야겠다. 며칠동안 사람들하고 같이 지냈더니 혼자 있고 싶다.

마사 마투르 이후 아스완, 룩소르, 다합까지 강행군했더니 많이 피곤하다.
사람들 친절하고 속이지도 않는 것 같고, 에어콘 딸린 방이 싸기도 하니 다합에서 좀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