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1. 21:30

D+12(1) 트롤퉁가(Trolltunga)가려다 돌아오다

밤새 비가 뿌리는 것 같더니 다행히 아침에 날씨가 개었다.

트롤퉁가(Trolltunga)는 요정의 혀(Troll's Tongue)라는 뜻으로,

바로 이런 곳이다.(사진은 노르웨이 관광청사이트, visitnorway.com에서)

안내책자에는 왕복 20km의 거리로 8-10시간이 걸리고 가는 길에는 휴대폰 전파가 잡히지 않는단다. 컴파스와 지도, 음식과 물을 챙겨가라는 주의 사항이 나와 있었다.

우리, 갈 수 있을까?

우리가 묵은 Odda에서 Tyssedal까지 가서 산을 올라가 호수가 시작하는 곳에서 하이킹을 시작해야 한다.

마을이 끝나고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곳에 이 길은 사유지로 안전은 스스로의 책임(at your own risk)라는 팻말이 쓰여 있었다. 이런 팻말은 그 이후 다른  험한 길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다. 

6km 가면 트롤퉁가 하이킹 코스 입구 주차장이 나온다는데 이 길이 장난이 아니다. 딱 차 한 대 지나갈 수 있을만큼 좁은 길에 옆은 그야말로 천 길 낭떠러지, 가드레인 같은 건 아예 없다.  

아주 천천히 기어가다시피 4km쯤 갔는데 오른발이 덜덜 떨려서 엑셀, 브레이크를 제대로 밟을 수가 없다. 길 옆의 공터를 겨우 발견하고 잠깐 쉬기로 했다.

이렇게 올라가서도 과연 트롤퉁가까지 걸어갈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일기예보에는 오후 되면 비가 온다고 했는데 우리는 그만큼 준비가 된 하이커는 당연히 아니고. 결국 트롤퉁가를 포기하고 차를 돌렸다.

여행에 있어서 끝까지 가 본다는 게 나의 모토였는데 나이들어서 그런가 쉽게 포기가 된다. 높은 곳도 하나도 안 무서웠는데 언제부터인가 고가도로 올라갈 때도 조금 무섭긴 했다.

나중에 이런 험한 길 운전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그 때는 그럭저럭 올라갈수 있었고 여기가 처음이라 더 무서웠던 것 같다. 여기를 여행 끝무렵에 왔으면 올라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뭐 십 년 쯤 있다가 다시 와보지 뭐.  

내려오다가 잠깐 휴식.

저 아래 부터 올라온 것 .

오다는 호수를 양쪽에 두고 있는 그림같은 마을이다.

트롤퉁가 하이킹을 포기했으니 시간이 많이 남아 오늘 구드방겐(Gudvangen)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오다 캠핑장에 2박을 예약했지만 하루 숙박비 5만원은 그냥 날리기로 했다.

내가 너무 실망하자 윤이 위로의 커피 사주겠다고 들어온 카페. 빵 한 덩이에 만 원 정도.

라떼 두 잔과 케잌을 골랐는데 라떼는 엄청나게 큰 유리잔에 나왔다.

은퇴 후 연금생활자들이 커피를 마시는 평일 낮 동네 카페 풍경. 

그래도 꽤 유명한 관광지일텐데 무척 조용한 동네이다.

오다에서 왼쪽에 Sorifuorden을 끼고 올라가는 13번도로는 National Tourist route로 호수와 산이 어우러진 멋진 풍경이 이어진다. 

근데 날씨가...노르웨이 피요르드의 날씨가  변덕스럽다는 걸 눈 앞에서 확인하고 있는 중. 

- 우리 트롤퉁가 올라갔으면 비만 쫄딱 맞고 끝까지 가지도 못했을거야

날씨가 좋았다면 후회가 계속 남았을 텐데 빗방울이 굵어져 스스로 위로가 잘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