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12. 23:46

D+126 070719 안탈랴, 라자 펜션에 묵다.

밤버스는 역시 힘들었다.
다행히 옆에 누가 앉지는 않았는데 다리도 아프고 눈도 뻑뻑하고 휴게실에 세워주면서 불켜는 것도 불편하고.
9시간 걸려 아침 7시쯤 안틸랴에 닿았다.

곱슬머리가 인상적인 버스 차장.

언제나 그렇듯이 새로운 도시에 떨어지면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호기있게 배낭을 메고 나서긴 하는데 갑자기 멍해지는 것이다. 이런 경우 같은 처지의 사람과 방법을 찾아나서게 되는데...
괴레메에서 같이 타고 온 흑인 여자애와 이리저리 물어보니 시내까지 공짜로 태워다주는 미니버스가 있다.
소개하다 보니 이름이 낯선데 알고 보니 스리랑카 출신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산단다.
흑인과 인도계도 구분을 못하다니 스스로에게 실망.
이집트 카이로에 이틀 있었는데 진짜 불편하고 남자들이 쳐다보는 게 위협적으로 느껴져서 바로 이집트를 떠났다고.
내가 이집트에 20일 있었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고 놀란다. 글쎄...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시내에 내려서 칼레이치(Kaleici)지구까지 같이 와서 헤어졌다. 좀 비싼 숙소를 찾아가는 것 같아서 각자의 길을 가기로.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거리에 사람도 없고 숙소 찾기가 쉽지 않다.
Sibel pension이라고 론니 제일 앞에 나온 곳에 가니 35리라고 내일은 예약이 있어 비워줘야 한단다.
또 한 군데 물어봤는데 방이 없다고 하고, 큰일이네.
그런데 어느 골목을 돌아가나 Lazar pension이라고 '세계에 간다'에 나온 숙소가 있다.
주인 할아버지, 할머니 영어가 전혀 안 통하는데 방은 있단다.
25리라에 욕실 딸린 방, 에어콘도 있고 아침식사도 포함되고 나쁘지 않다. 여기로 결정.
내 방은 이층,
깔끔하다.
씻고 나와 혹시 아침을 먹을 수 있겠냐고 했더니 앉아 있으란다.
나무 그늘 아래 정원에 차려진 아침 식사.
엄청나게 큰 빵이 나오고 수박, 토마토, 올리브, 계란 부침까지 최고의 아침식사다.
저 빵 두 조각 밖에 못 먹겠던데 일인당 한 개씩 준다. 남은 빵은 누가 먹을까?
밥 먹으며 일본 여자애랑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일본의 터키식당에서 일한 적이 있어 터키어를 할 줄 안다.
어제까지 남자친구랑 같이 있었는데 도우베야짓으로 돌아갔단다. 터키쉬 남자친구.
남자친구는 이번에 여행와서 만나서 9일쯤 같이 지냈단다. 일본애들은 아무래도 우리보다는 훨씬 개방적인 것 같다.
시리아에서 만났던 어떤 남자도 여행온 여자들을 많이 꼬셔봤는데 독일 여자가 제일 잘 넘어오고 그 다음이 일본 여자라고 했던 것이다.

배부르니 슬슬 졸려온다. 낮잠 자고 일어났더니 벌써 저녁 5시였다.
역시 이 나이에 밤버스는 무리인 것인가?
동네나 한 바퀴 돌아봐야겠다. 시내 가까운 곳에 큰 공원(Karaalioglu Parki)이 있다.
지중해를 바라보며 공원을 산책했다.
야자수가 늘어서 있는 공원, 분위기 좋다. 동네 사람들도 많이 산책하는데 자유로운 복장을 한 여자들이 많이 보인다.
지금까지 중동 도시와는 사뭇 다르다.
바다에는 요트도 떠 있다.
거리에 휘날리는 만국기(?) 여름 휴양지 분위기 제대로 난다.
이 동네 위인일까? 우리 이순신 장군처럼?

도시에 저녁이 내려앉고 있다. 시내 중심, 칼리 카피시(Kale Kapisi)시계탑.
전차와 바다가 있는 도시, 안틸랴가 좋다.
숙소 돌아가는 길, 숙소들은 칼레이치(Kaleici)지구에 몰려있다.
오토만 시대부터 있던 동네로 좁은 골목길에 예쁜 집들과 노천 까페와 호텔, 기념품 가게가 있는 여행자 동네.
좀 투어리스틱 하긴 하지만 그래도 몇 번이고 걷고 싶은 고즈넉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