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26. 11:13

D+192 070923 성스런 계곡 투어(Valle Sagrado de Los Incas)

성스런 계곡 투어는 꾸스꼬 주변, 잉카 제국의 유적과 마을을 둘러보는 투어이다.
어제 호스텔에 예약했는데 19달러, 유적 입장료는 35솔 주고 따로 사야 한다. 그럼 30달러, 비싸네.
주변 유적을 보긴 봐야겠고...

8시 반 투어 출발인데 8시 10분에야 겨우 일어났다.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허둥거렸다.
오늘 이 호스텔에서 투어 가는 사람이 10명도 넘는 것 같다. 8시 40분에 낡은 버스가 도착했다.
여기 저기 호스텔에 들러 사람을 태우고 투어 종류에 따라 차를 옮겨다니고 9시 40분에 정리되어 출발.
강이 흐르고 농경지가 있는 고산지대 모습.
산을 깎아서 밭을 만들었다.
평평하게 만든 것도 아니고 그냥 경사면에 무엇인가를 심어놓았다. 미끄러지지 않고 일하려면 무척 힘들겠다.
험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첫번째 스탑은 피삭(Pisaq)시장. 화, 목, 일요일에 열리는 시장이란다.
관광객을 위함 기념품 노점도 있지만 진짜 시장답게 먹을것, 일용품등을 판다.
현지인들이 입고 있는 화려한 옷의 색깔을 내기 위한 염료. 뭘로 만든 걸까?
형형색깔의 실도 판다.
꽃을 사 갖고 가는 아주머니, 저 보자기는 다용도, 아기에서부터 각종 물건까지 안 들어가는 게 없다.
꽃은 교회에 바치기 위해 사갖고 가는 것 같다. 꽃이 장식되어 있는 제단을 많이 봤다.
여러 종류의 과일도 있다.
버스를 타고 다니며 과일나무 같은 걸 못 보았는데 어디서 이런 걸 키우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낮은 지대에서 나는 걸 가져오는 걸까? 그럼 운송료가 너무 많이 들어 수지가 안 맞을텐데. 바나나는 이렇게 추운데서 자라지는 않을텐데.
교회가 있고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문 앞에 서 있다. 같이 사진 촬영을 하고 팁을 받는 것 같다.
피삭의 골목길. 저 중절모 같은 모자, 여자들은 대부분 쓰고 다닌다.
전통 의상과는 웬지 어울리지 않는 중절모 스타일, 언제부터 저런 모양의 모자를 쓰게 되었는지 궁금. 스페인 정복자들이 전파한 것이겠지? 
마을 어귀의 큰 나무. 잉카의 신 조각이 지키고 있다.

다음은 우루밤바에서의 점심식사.
옥외 레스토랑에서 뷔페를 먹는다. 점심값은 투어 요금에 포함되어 있다.
마추피추 뷔페 식당에서 초밥을 보고 있을까 기대했는데 없다. 모두 traditional comida(food)뿐.
처음으로 한국의 결혼식 뷔페가 그리웠다, 초밥과 잡채와 그런 것들이.

점심 먹은 후에는 오안데이땀보에 갔다. 어제 왔던 길을 가이드 설명 들으며 다시 가는 것이다.
다른 투어 할 걸 그랬나? 갔던 길 또 가는 거 싫어하는데...
하지만 이런 유적은 못 보았으니 잘 선택한 것일지도.
이 곳은 스페인 침략자들이 잉카와의 전투에서 패한 몇 개 안 되는 곳 중 하나라고.
계단식 밭을 올라가면 광장이 나오고,
광장에서는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태양의 신전의 정교하게 맞물려진 돌과 손잡이. 이 돌은  맞은 편 강가의 채석장에서 가져온 것인데, 잉카 제국에는 바퀴가 없었고 이런 돌을 운반할 만한 큰 짐승도 없이 어떻게 이 언덕위까지 끌어올렸는지 놀랍기만 하다.
찍어주는 사람이 웃긴 애기라도 한 것일까?
관광객, 많기도 하다.
저 아래 기념품 시장, 투어 버스가 엉켜 있다.
건너편 산에 벽을 파서 만든 유적이 있다. 창문도 없는 걸로 보아 곡식창고였던 것 같다는데 일부러 쉽게 닿을 수 없는 곳에 저장한 것이 아닐까?
돌계단을 따라 걸어가 본다.
잘못하면 미끄러지겠다. 내려가야겠다.
돌담도 잉카 제국 시대부터 있었던 것.
수로도 역시.

1532년 Francisco Pizarro 가 이끄는 몇 백명의 군대가 잉카 제국으로 진격했다.
Pizarro는 잉카 제국의 황제 Atahualpa를 인질로 잡고 무장하지 않았던 몇 천 명의 잉카 군대를 죽인다.
황제의 몸값으로 황금과 은을 요구하며 몇 달동안 잉카를 괴롭혔던 Pizarro는 결국 황제를 죽이고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꾸스꼬로 입성했다. 
스페인, 참, 나쁜 놈들이다. 잉카 제국의 역사를 알면 알수록 나쁜 놈들이란 생각이 든다.

마지막 스탑은 친체로(Chinchero)
여기도 역시 수로가 나 있는 돌계단.
추위에 손등이 갈라진 아이들이 알파카와 같이 관광객을 기다린다, 사진을 찍히고 팁을 받기 위해서.
이 사진을 찍고 동전 몇 개를 주었더니 큰 애가 제일 많이 갖고 나머지를 작은 애들에게 나눠 준다.
교회 앞 기념품 시장.
동네 아주머니들이 다 나와 손으로 만든 장신구들을 팔고 있다.
한 장 사고도 싶었지만 언제나처럼 무거운 배낭이 걸림돌.
도시의 기념품 가게에서 사는 것보다 이렇게 현지인에게 직접 사는 것이 이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저녁이 되면서 날씨가 점점 더 추워진다.
집에 돌아갈 시간.
6시에 꾸스꼬로 돌아왔다. 유머스러워서 나를 많이 웃게 해 준 가이드에게 10솔을 팁으로 주었다.
여행하다보니 적당한 팁은 인간관계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것 같다. 좋은 서비스를 받으면 그만큼 보답을 해야 한다.

도미토리에 돌아오니 어제 같이 잤던 세 명의 여자가 사라지고 웬 남자 한 명 뿐.
잉카 트레일을 막 마쳤다는 영국에서 온 도미닉, 부모님은 도미니카 출신, 그래서 이름이 도미닉인가? 너무 노골적이쟎아.
나랑 같은 RTW 티켓으로 여행중, 어쩌다보니 여행하면서 느낀 많은 것을 얘기하게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 부의 공평한 분배라는 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 걸까, 여행자들과  local people 의 관계는 등등.
세계를 보기 위해 떠났다는 도미닉은 한국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뜬금없이 태극기의 의미를 묻는다.
초등학교 때 88올림픽이 열렸는데 그 때 숙제로 태극기를 그렸었다나.
그게 말이지, 그게, 음, 양이 있고...잘 모르겠네, 쯔쯧. 나중에 이메일로 설명해주기로 했다.

침대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땅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확실히, 한 10초간 가구도 흔들리고 땅이 부르르 떨었다.
도미닉도 느꼈단다. 지진? 페루가 불안정한 곳이긴 한데 내가 있는 동안은 지진 같은 거 나면 안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