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11. 22:23

D+209 071010 눈부신 흰 빛, 우유니 소금사막, 투어 첫째날.

루이스는 어제와 다르게 일찍 일어나 들떠서 짐을 챙긴다. 나는? 그저 그런데...
10시 반까지 사무실로 오라고 했는데 흥분한 사람답게 10시에 도착.
그런데 문이 잠겨 있다, 다른 사무실은 벌써 열려 있는데. 이거 별로 좋은 징조는 아니구나.
역시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르헨티나 여자랑 호주 커플이랑 투어 멤버인줄 알고 소개하고 난리치고(너무 명랑한 아르헨티나 걸 때문에) 있는데 알고 보니 이들은 3박 4일 투어 팀 멤버, 우리랑 같이 가는 게 아니다.

나는 우선 이미그레이션 사무실에 가서 출국 도장을 받았다.
여기서 미리 받아놓으면 국경에서 다시 받으려고 줄 안 서도 된다는 정보가 있었기 때문.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니 차에 타란다. 도요타 짚차, 벨기에 커플이 짐을 싣고 있었다. 아멜리에와 크리스토퍼.
차를 타고 또 다른 사무실에 들러 다른 커플을 태웠다. 산타 크루즈에서 자원봉사중이라는 케빈, 시카고에서 왔다는 마사.
마사는 뚱뚱한 여자앤데 뭔가 심통이 났는지 얼굴이 부루퉁하다. 이거 투어가 쉽지 않겠는걸.

그렇게 6명의 투어 멤버, 드라이버, 가이드, 요리사가 있다고 들었는데 가이드는 안 보인다.
올리버라는 알콜에 찌든 듯한 드리아버와 어떤 여자 뿐. 웬지 불안함. 난 영어 가이드가 꼭 필요하단 말이다.
그래서 투어 회사도 여길 선택한 거였는데.

우선 시내에서 가까운 기차 무덤에 갔다.

25년전부터 운행하지 않는 기차가 있는 곳.

올리버가 스페인어로 얘기하니 알아들을 수가 있나. 루이스가 조금씩 통역해 주었다.
아멜리에도 멕시코에서 공부해서 스페인어를 한다. 크리스토퍼에게 설명해 주고 있다.

모든 투어차량이 들르는 곳.

기념사진 한 방 찍어주고.

다시 시내로 돌아와 여자가 내리고 요리사라는 마르타가 탄다. 이렇게 해서 가이드 겸 운전사, 요리사, 투어팀이 구성됐다.
영어 가이드가 없는 게 마음에 안 들었지만 지금 와서 어쩔 수도 없다. 그냥 갈 수 밖에.
얘기하다 보니 루이스와 나는 75불 냈는데 다른 사람들은 90불 냈단다.

드디어 나타난 소금 사막, salar de Uyuni.

우와, 온통 하얗다. 정말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차는 길도 없는 소금사막을 종횡무진 달린다.

소금을 채취하려고 모아 둔 걸까?

우유니 소금 사막은 3653미터의 고도에 12000평방 킬로미터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수만년전 볼리비아 남서쪽 대부분을 덮고 있던  Minchin 호수의 물이 증발하며 몇 개의 염호와 소금 사막이 생겼다.
소금이 20억톤 있다는데 감이 전혀 오지 않는다.

소금으로 만든 호텔에 들렀다.

풀장(?)

테이블도 의자도 모두 소금으로 만들어졌다.

지금은 숙박은 할 수 없고 그냥 구경은 할 수 있다. 물을 쏟는다든지 하면 어쩌지? 테이블에 구멍이 생길까?

와, 진짜 몇 번이고 감탄사가 나오는 풍경이다. 우기에는 소금이 녹아 이런 풍경을 볼 수 없다고.

왜 이런 모양이 생기는 걸까? 혹시 아시는 분~

내가 이런 곳에 와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몇 만년전의 소금 위에 서 있다.

다시 지프를 달려 도착한 곳은 물고기의 섬(Isla de los Pescadores)

온통 소금밭 한 가운데 육지, 이 곳이 호수였을 때는 넓은 호수 한가운데 작은 섬이었을 것이다.

지금 섬의 주인은 선인장.

섬에 올라가면 온통 하얀색, 차가 지나간 길만 오롯이 나타나 있는 흰색 향연이다.

선인장 많기도 하다. 너무 많으니 징그럽기까지 하다.

온통 하얀색이라 눈밭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흰색에 반사된 햇빛이 무척 따갑다. 썬글라스는 필수.
고도가 높아 춥다고 들어 옷을 잔뜩 껴입고 왔는데 낮에는 덥기까지 하다.
섬을 한바퀴 돌고 내려와 점심 식사. 운전사는 별로인데 요리사의 솜씨는 괜찮다.
요리사 마르타가 설겆이를 하는 동안 사진찍기 놀이.

이런 거 꼭 해야 하는 거야? 하면서도 동참하는 분위기. 나의 쿠반 친구, 루이스.

너 지금 어디 서 있는 거야?

서먹했던 멤버들과도 점심을 먹고 사진을 찍으며 점점 친해지기 시작했다.
성격 나쁠 것 같았던 마사도 몇 마디 얘기를 나눠 보니 괜찮은 친구다. 아까는 투어 회사랑 안 좋아서 화가 났었다고.

오, 케빈, 널 새로운 천하장사로 임명할께.

눈이 부신 아름다운 흰색의 향연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이들과 함께 했다는 사실도.

차는 소금 사막을 뒤로 하고 다시 한참을 달렸다.
운전수 올리버는 우리가 창문을 닫아달라고 해도 부루퉁 해서 듣지도 않는다. 어쨌든 운전은 제대로 하는 것 같으니 다행.
오늘 묵을 곳은 San Juan. 깜깜해지기 전에 도착해야 해서 6시쯤 도착.
예상과 달리 영어 가이드도가 없어 숙소도 별 기대를 안했는데 뜨거운 물은 안 나왔지만 방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시카고에서 온 마사, 케빈, 나와 루이스가 네 명이 자는 방에 묵고 벨기에 커플이 2인용 방을 쓰기로 했다. 케빈과 마사는 커플이 아니라 그냥 친구사이로 볼리비아를 며칠째 여행중. 

할 일이 없다. 벨기에 커플이 나가서 와인을 사 갖고 왔다. 루이스랑 시카고 친구들도 한 병씩 사갖고 온다.
나는 볼리비아 돈이 하나도 없어 못 샀다. 세 병의 와인을 비우며 끊임없이 수다 떨기 시작.
이렇게 여럿이 떠들기 시작하면 잘 끼여들 수가 없는데 내 영어의 한계인지 성격인지...
어쨌든 듣고 있는 것만으로 즐거웠다.
-여태껏 여행한 나라 중 어디가 제일 좋았어?
세계일주를 하고 있다는 나에게 던지는 질문.
-글쎄...터어키?
-왜?
-터어키 남자들이 동양 여자를 좋아하거든, 특히 한국 여자를.
갑자기 애들이 배를 움켜쥐고 웃어댄다. 왜? 그게 웃긴가?
케빈은 내가 여태까지 자기가 만난 동양 여자 중 제일 재밌다고까지 말했다. 

와인 세 병을 다 비우고 모두 배가 고파졌을 때 저녁 식사가 도착. sopa(수프)와 치킨이 맛있었다.
그리고 모두 밖으로 나갔다. 별이, 별이 진짜 많다. 은하수까지 보였다. 여행하며 평생 볼 별을 다 보는 것 같다.
추워서 발을 동동 구르며 별을 본다. 소금 사막, 별, 지구라는 별이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운 곳이라는 데 모두 동의.
시카고 친구들이 뭔가를 주섬주섬 꺼낸다.  구두 닦는 애들애게 구했다는 마리화나라나?
두 모금쯤 빨아봤는데 별로다. 역시 내 취향은 아니다.

들어와서 옷을 잔뜩 껴입고 침낭에 들어갔다.
루이스가 씻으러 갔다오더니 올리버가 마르타 방문을 두드리고 침입을 시도해 마르타가 놀랐다는 것이다.
역시 술취한 운전사가 투어의 제일 큰 문제. 
하지만 지금 올리버가 우릴 버리고 떠나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니 어쩔 수 없다.
최악의 운전사, 최고의 투어 멤버.
나중에 우유니로 돌아가면 단단히 투어 회사에 컴플레인 하겠다고 루이스와 케빈이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