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15. 09:31
D+255 071125 세상의 끝을 향해 가는 길, 뿌에르또 나딸레스-우슈아이아 이동
2009. 10. 15. 09:31 in 2007세계일주/아르헨티나,파타고니아
6시에 일어나서 짐도 다 쌌는데 아줌마가 아침밥을 늦게 차려줬다.
시계가 7시를 가리켜서 여유 있겠다 했는데 아빠가 7시 15분이란다. 드디어 시계가 수명을 다하는 걸까?
3일동안 나름 잘 해 준 아줌마(애가 일곱 명이란다!!!)에게 서둘러 인사를 하고 나왔다.
버스에 도착하니 7시 25분, 우리가 제일 늦었다.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그런데 7시 30분 정각에 출발한 버스는 기사 아저씨가 뭔가를 잊었는지 시내를 빙글빙글 돌아 다시 사무실 앞에 들렀다가 간다.
아까 놓쳤어도 탈 수는 있었겠다.
지루하게 파타고니아 평원을 달린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 덜컹대지 않아서 다행.
허허벌판 한가운데 외로이 떨어져 있는 집이 가끔 보이고 그 앞에서 사람이 타거나 내린다.
2시간쯤 지나서 갈림길, 왼쪽은 띠에라 델 푸에고(Tierra del Fuego), 오른쪽은 뿐따 아레나스(Punta Arenas)인데 오른쪽으로 간다.
뿐따까지 갔다가 돌아나오는 걸까, 그러면 꽤 먼 거리를 돌아가는 것인데...
그런데 마주 오는 같은 회사 버스랑 길한가운데 멈춘다. 우슈아이아나 리오 그란데 갈 사람은 옮겨 가란다.
이 버스는 뿐따 아레나스까지 가고 거기서 나오는 우슈아이아행 버스로 갈아타라는 것.
그랬군, 어쩐지 버스표가 두 장, 좌석 번호도 두 장이었던 게 이런 뜻이 있었구나.
처음 버스는 맨 앞 자리였는데 옮겨간 버스는 중간 자리고 앞에 네덜란드 단체 여행객이 무척 시끄럽다.
일행 중 한 명 생일인지 풍선 터뜨리고 노래 부르고 난리다. 어느 나라 사람이나 모여 있으면 시끄러운 법.
이제 버스는 비포장길을 달린다. 앞도 안 보이고 답답하다. 한 시간쯤 지나 바다가 보이기 시작.
(A지점이 뿌에르토 나딸레스, 동그라미 친 부분이 해협을 건넌 곳)
티에라 델 푸에고는 섬, 남아메리카 대륙과 섬을 가르는 바닷길의 이름은 마젤란 해협.
가장 좁은 여울목에서 커다란 배에 버스를 통째로 싣는다.
차곡차곡 자동차와 사람을 태운 배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주 어렸을 떄 군산에서 장항까지 배에 차를 싣고 갔던 기억이 뚜렷이 남아있다. 너무 재밌었던 일이었다.
큰 트럭도 소형차도 얌전히 실려서 바다를 건너간다.
배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는데 누가 반갑게 아는 척을 한다. 낯익은 얼굴이긴 한데 누구?
부에노스아이레스 호스텔에서 만났던 벨기에 남자였다. 그 때 꽤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었고 대디가 오시기로 했다는 얘기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랑 여행한다니 걱정스럽다는 눈빛이었다.
뿌에르또 몬트 가서 나딸레스까지 항해하는 투어를 한다더니 3주 후 여기서 다시 만났다. 그 친구도 반가워한다. 남미 여행 시작할 때 만났는데 끝날 즈음에 다시 만났다고. 아, 생각났다. 컴퓨터 계통 일을 하며 중국이며 이스라엘 등 출장 여행을 많이 다닌다고 했었다.
-This is my father.
대디를 소개해 주었다. 우리는 아무 문제 없이 잘 다니고 있단 말이지.
다시 육지가 보이기 시작.
모두 내릴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자동차가 먼저,
사람은 그 다음에.
드디어 우리는 티에라 델 푸에고에 와 있다. Tierra del Fuego는 Land of Fire, 불의 땅이라는 뜻.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섬을 반으로 나눠 차지하고 있는데 (위 지도의 세로 직선이 국경선) 둘 다 그런 상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원래 이 땅에는 Yamana 족이 살고 있었고 배를 타고 지나가던 선원들이 그들의 모닥불을 보고 불의 땅이라고 이름붙였다.
1520년 마젤란이 이 곳을 지나갔으나 그들이 원하는 땅이 아니어서(향료를 생산하는 아시아로 가는 길)그냥 가 버렸다고.
이후 다윈 등 많은 탐험가들이 이 땅을 거쳐갔다.
남보다 멀리 가고 싶었던 탐험가들이 이 땅에 집착한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멀고 먼 이 곳에도 양은 살고 있다..
원래 이 곳에 살던 원주민들은 물고기와 바다 포유류를 먹고 살았다는데 나중에 정착한 유럽인들은 양을 데리고 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을 쫓는 모험>이 생각난다. 그 책 내용은 생각이 안 나지만.
허허벌판 한 가운데 휴게소
여기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고독할까, 그만큼 행복할까?
맨 앞자리도 아니어서 지루한 버스 여행이었는데 다행히 연달아 영화를 틀어주었다.
첫 번째 영화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나오는 거였는데(내셔널 트레져?)그건 대충 봤고,
두 번째는 Disturbia, 잘생긴 남자애가 나오는 스릴러 영화.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상심해서 사고를 친 주인공이 발목에 전자팔찌를 차고 집에 갇혀 지내며 옆집을 엿보기 시작, 연쇄 살인범을 찾아낸다는 얘기. 한국계 친구가 나오는데 진짜 한국 사람일까?
세 번 째는 멕시코가 배경으로 수도사가 프로 레슬링 선수가 된다는 코미디(나중에 알고 보니 Nacho Libre).
우리나라 반칙왕이랑 설정이 비슷, 반칙왕을 보진 않았지만. 다음 여행지가 멕시코인데 멕시코도 멋진 것 같았다. 슬슬 여행이 지겨워지기 시작하는데 멕시코에 대한 열정이 약간 생겨나는 것 같기도.
중간 기착 도시 리오그란데.
화재라도 났던 것일까? 죽은 나무.
호수가 보이기 시작.
차는 점점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다.
주위는 온통 눈덮인 산.
우리는 세상의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것.
버스는 8시 반에 우슈아이아에 닿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숙소를 찾아나섰다. 역시 론니에 나온 숙소는 방이 없거나 비싸다.
한 숙소에 들어가서 물어보고 나오는데 아빠가 한국여자분이랑 얘기를 나누고 계신다.
여기서 꽃집을 하신다는 교포분, 어디 인터넷에서 그 분들 얘기를 읽은 것 같다.
지금은 꽃배달 온 거고 상추 같은 걸 키운다고 차 트렁크를 열어 꽃과 채소를 보여주신다.
시간 나면 한 번 들르라고 Vivale Corea 라고 택시 타면 다 안단다. 이 곳에 한국 교포는 단 두 집, 다른 집은 의류 쪽에서 일하고.
이 먼 곳에서 상추를 키우는 아주머니, 어떻게 이 곳까지 와서 정착하게 되셨는지 궁금하다. 우연히 만난 것도 신기하고.
나중에 시간이 있으면 한 번 들러봐야겠다.
결국 처음에 가 봤던 허름한 호텔 Capri Hotel 에 짐을 풀었다. 화장실 딸린 진짜 호텔방이 150페소면 이 곳에서는 비싸지 않은 거라는 걸 몇 군데 들러보고 깨달았던 것.
짐을 내려놓자 마자 부페를 찾아갔다. 론니에 나온 La Rueda(Av San Martin 193)에 가니 사람이 북적북적하다.
42페소라...남쪽으로 내려올수록 물가가 오르는 걸 부페 가격으로 알 수 있다.
코르도바 20, 바릴로체 30, 엘 찰텐 33, 우수아이아 42.
그래도 여기는 바닷가라 오징어, 홍합 등 해산물이 있어 메뉴가 다양한 편이었다.
이 동네 특산품은 양고기 바베큐, 맛은 그저 그랬다.
비어 있던 옆의 테이블에 누가 와서 앉는데 보니 아까 배에서 만났던 벨기에 가이 레슬리다.
아까 제대로 헤어지는 인사도 못했는데 여기서 다시 만난다. 3일 정도 캠핑을 하고 돌아갈 거라고.
이렇게 추운데 캠핑을? 역시 서양 애들은 추위, 나쁜 날씨, 무거운 배낭 따위는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
너무 오랜만에 밥다운 밥을 먹어서인지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한 후 11시에 나왔다.
방은 무척 따뜻했다. 역시 뿌에르또 나딸레스의 민박집은 너무 추웠던 것이다.
이제 세상의 끝까지 왔으니 또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시계가 7시를 가리켜서 여유 있겠다 했는데 아빠가 7시 15분이란다. 드디어 시계가 수명을 다하는 걸까?
3일동안 나름 잘 해 준 아줌마(애가 일곱 명이란다!!!)에게 서둘러 인사를 하고 나왔다.
버스에 도착하니 7시 25분, 우리가 제일 늦었다.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그런데 7시 30분 정각에 출발한 버스는 기사 아저씨가 뭔가를 잊었는지 시내를 빙글빙글 돌아 다시 사무실 앞에 들렀다가 간다.
아까 놓쳤어도 탈 수는 있었겠다.
지루하게 파타고니아 평원을 달린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 덜컹대지 않아서 다행.
허허벌판 한가운데 외로이 떨어져 있는 집이 가끔 보이고 그 앞에서 사람이 타거나 내린다.
2시간쯤 지나서 갈림길, 왼쪽은 띠에라 델 푸에고(Tierra del Fuego), 오른쪽은 뿐따 아레나스(Punta Arenas)인데 오른쪽으로 간다.
뿐따까지 갔다가 돌아나오는 걸까, 그러면 꽤 먼 거리를 돌아가는 것인데...
그런데 마주 오는 같은 회사 버스랑 길한가운데 멈춘다. 우슈아이아나 리오 그란데 갈 사람은 옮겨 가란다.
이 버스는 뿐따 아레나스까지 가고 거기서 나오는 우슈아이아행 버스로 갈아타라는 것.
그랬군, 어쩐지 버스표가 두 장, 좌석 번호도 두 장이었던 게 이런 뜻이 있었구나.
처음 버스는 맨 앞 자리였는데 옮겨간 버스는 중간 자리고 앞에 네덜란드 단체 여행객이 무척 시끄럽다.
일행 중 한 명 생일인지 풍선 터뜨리고 노래 부르고 난리다. 어느 나라 사람이나 모여 있으면 시끄러운 법.
이제 버스는 비포장길을 달린다. 앞도 안 보이고 답답하다. 한 시간쯤 지나 바다가 보이기 시작.
(A지점이 뿌에르토 나딸레스, 동그라미 친 부분이 해협을 건넌 곳)
티에라 델 푸에고는 섬, 남아메리카 대륙과 섬을 가르는 바닷길의 이름은 마젤란 해협.
가장 좁은 여울목에서 커다란 배에 버스를 통째로 싣는다.
차곡차곡 자동차와 사람을 태운 배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주 어렸을 떄 군산에서 장항까지 배에 차를 싣고 갔던 기억이 뚜렷이 남아있다. 너무 재밌었던 일이었다.
큰 트럭도 소형차도 얌전히 실려서 바다를 건너간다.
배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는데 누가 반갑게 아는 척을 한다. 낯익은 얼굴이긴 한데 누구?
부에노스아이레스 호스텔에서 만났던 벨기에 남자였다. 그 때 꽤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었고 대디가 오시기로 했다는 얘기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랑 여행한다니 걱정스럽다는 눈빛이었다.
뿌에르또 몬트 가서 나딸레스까지 항해하는 투어를 한다더니 3주 후 여기서 다시 만났다. 그 친구도 반가워한다. 남미 여행 시작할 때 만났는데 끝날 즈음에 다시 만났다고. 아, 생각났다. 컴퓨터 계통 일을 하며 중국이며 이스라엘 등 출장 여행을 많이 다닌다고 했었다.
-This is my father.
대디를 소개해 주었다. 우리는 아무 문제 없이 잘 다니고 있단 말이지.
다시 육지가 보이기 시작.
모두 내릴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자동차가 먼저,
사람은 그 다음에.
드디어 우리는 티에라 델 푸에고에 와 있다. Tierra del Fuego는 Land of Fire, 불의 땅이라는 뜻.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섬을 반으로 나눠 차지하고 있는데 (위 지도의 세로 직선이 국경선) 둘 다 그런 상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원래 이 땅에는 Yamana 족이 살고 있었고 배를 타고 지나가던 선원들이 그들의 모닥불을 보고 불의 땅이라고 이름붙였다.
1520년 마젤란이 이 곳을 지나갔으나 그들이 원하는 땅이 아니어서(향료를 생산하는 아시아로 가는 길)그냥 가 버렸다고.
이후 다윈 등 많은 탐험가들이 이 땅을 거쳐갔다.
남보다 멀리 가고 싶었던 탐험가들이 이 땅에 집착한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멀고 먼 이 곳에도 양은 살고 있다..
원래 이 곳에 살던 원주민들은 물고기와 바다 포유류를 먹고 살았다는데 나중에 정착한 유럽인들은 양을 데리고 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을 쫓는 모험>이 생각난다. 그 책 내용은 생각이 안 나지만.
허허벌판 한 가운데 휴게소
여기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고독할까, 그만큼 행복할까?
맨 앞자리도 아니어서 지루한 버스 여행이었는데 다행히 연달아 영화를 틀어주었다.
첫 번째 영화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나오는 거였는데(내셔널 트레져?)그건 대충 봤고,
두 번째는 Disturbia, 잘생긴 남자애가 나오는 스릴러 영화.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상심해서 사고를 친 주인공이 발목에 전자팔찌를 차고 집에 갇혀 지내며 옆집을 엿보기 시작, 연쇄 살인범을 찾아낸다는 얘기. 한국계 친구가 나오는데 진짜 한국 사람일까?
세 번 째는 멕시코가 배경으로 수도사가 프로 레슬링 선수가 된다는 코미디(나중에 알고 보니 Nacho Libre).
우리나라 반칙왕이랑 설정이 비슷, 반칙왕을 보진 않았지만. 다음 여행지가 멕시코인데 멕시코도 멋진 것 같았다. 슬슬 여행이 지겨워지기 시작하는데 멕시코에 대한 열정이 약간 생겨나는 것 같기도.
중간 기착 도시 리오그란데.
화재라도 났던 것일까? 죽은 나무.
호수가 보이기 시작.
차는 점점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다.
주위는 온통 눈덮인 산.
우리는 세상의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것.
버스는 8시 반에 우슈아이아에 닿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숙소를 찾아나섰다. 역시 론니에 나온 숙소는 방이 없거나 비싸다.
한 숙소에 들어가서 물어보고 나오는데 아빠가 한국여자분이랑 얘기를 나누고 계신다.
여기서 꽃집을 하신다는 교포분, 어디 인터넷에서 그 분들 얘기를 읽은 것 같다.
지금은 꽃배달 온 거고 상추 같은 걸 키운다고 차 트렁크를 열어 꽃과 채소를 보여주신다.
시간 나면 한 번 들르라고 Vivale Corea 라고 택시 타면 다 안단다. 이 곳에 한국 교포는 단 두 집, 다른 집은 의류 쪽에서 일하고.
이 먼 곳에서 상추를 키우는 아주머니, 어떻게 이 곳까지 와서 정착하게 되셨는지 궁금하다. 우연히 만난 것도 신기하고.
나중에 시간이 있으면 한 번 들러봐야겠다.
결국 처음에 가 봤던 허름한 호텔 Capri Hotel 에 짐을 풀었다. 화장실 딸린 진짜 호텔방이 150페소면 이 곳에서는 비싸지 않은 거라는 걸 몇 군데 들러보고 깨달았던 것.
짐을 내려놓자 마자 부페를 찾아갔다. 론니에 나온 La Rueda(Av San Martin 193)에 가니 사람이 북적북적하다.
42페소라...남쪽으로 내려올수록 물가가 오르는 걸 부페 가격으로 알 수 있다.
코르도바 20, 바릴로체 30, 엘 찰텐 33, 우수아이아 42.
그래도 여기는 바닷가라 오징어, 홍합 등 해산물이 있어 메뉴가 다양한 편이었다.
이 동네 특산품은 양고기 바베큐, 맛은 그저 그랬다.
비어 있던 옆의 테이블에 누가 와서 앉는데 보니 아까 배에서 만났던 벨기에 가이 레슬리다.
아까 제대로 헤어지는 인사도 못했는데 여기서 다시 만난다. 3일 정도 캠핑을 하고 돌아갈 거라고.
이렇게 추운데 캠핑을? 역시 서양 애들은 추위, 나쁜 날씨, 무거운 배낭 따위는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
너무 오랜만에 밥다운 밥을 먹어서인지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한 후 11시에 나왔다.
방은 무척 따뜻했다. 역시 뿌에르또 나딸레스의 민박집은 너무 추웠던 것이다.
이제 세상의 끝까지 왔으니 또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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