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0. 12:38

D+267 071207 몬테 알반을 보고 헨델의 메시아를 들으러 가다

몬테 알반 유적, 별 것 없을 것 같다는 강렬한 예감이 들었으나 여기까지 와서 안 가볼 수는 없고 가자.
Hotel Rivera del Angel에서 유적까지 가는 투어 버스를 운영한다고 해서 가보니 버스 출발 시각이 10시 반, 11시 반, 12시 반이다.
출발 버스마다 돌아오는 시각이 표시되어 있는데 뭔가 애매한 시간의 조합이다. 일찍 가면 더 오래 머물러야 한다.
난 잠깐만 보고 올 거기에 12시 반에 가기로 하고 다시 centro로 돌아왔다.
스페인 그라나다에서처럼 하늘에 쳐진 차양.
빨간 불에는 서 있고,
십 몇 초가 남았으면 빨리 걷고,
6초가 남았으면 뛴다. 진짜 파란 신호등의 사람이 마구 달린다.
작은 갤러리 들이 많은데 몇 군데를 들르고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다 버스를 타러 갔다.
몬테 알반은 와하까 뒷동산의 유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버스는 도심을 벗어나 산길을 올라간다. 길 옆으로 회색 시멘트로 지은 허름한 집이 늘어서 있다.
내려가는 버스는 4시라고 기사 아저씨가 당부한다.
몬테 알반(Monte Alban)유적. 자뽀떽(Zapotec) 문명의 수도.
기원전 500년부터 사람이 살았고 기원후 300년부터 700년까지 가장 번성해 2만 5천여명의 사람이 여기 살았다.
잘 조직된 종교적인 사회였으며 이 주변(Valle Centrals)를 모두 지배했다고.
이건 볼게임을 위한 코트. 볼게임은 고무공을 사용하는 의식적인 게임으로 메소아메리카 전역에서 행해졌다고.
그런데 진 팀은 죽음에 처해졌고, 패자는 그 죽음을 명예롭게 받아들였다고.
목숨을 건 게임, 정말 살 떨리겠다.
옛날 사람들은 삶과 죽음을 보다 연속적인 선상에서 받아들였던 것 같다.
대광장(Gran Plaza), 길이가 300m, 가로가 200m.
비교적 잘 보존된 유적과,
다 허물어져가는 계단.
멕시코 유적에서 계단 기어올라가기가 빠질 수 있나.
유적 전경,  가운데 보이는 건 천문대일 가능성이 있다고. 이 대광장은 남북의 지축과 일직선을 이룬다.
뭐 그리 큰 감흥을 주진 못한다.
오히려 눈을 잡아끄는 건 선인장.
올라가지 말라니까 더 올라가고 싶은 무너져 가는 계단.
캐나다에서 어학 연수 중 만났다는 멕시코 친구와 일본인 친구. 10일간 시간을 내어 여행 왔다고.
오늘 바로 남쪽으로 내려간다는데 무거운 가방을 메고 햇빛을 가리기 위해 스카프를 뒤집어 쓴 모습이 왠지 안쓰럽다.
어차피 시간도 남으니 구석구석 둘러보기는 하는데 별 재미는 없다.
잉카 제국이었다면 중간의 시멘트(?)같은 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각기 다른 모양의 돌을 쌓아 지루하진 않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
이건 뭣에 쓰는 물건일까?
영어 설명도 잘 되어 있는데 다 읽기는 귀찮다.
그림자를 이용해 시간과 날짜를 측정하기 위한 것인가보다.
몬테 알반은 평원보다 400m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옛날에는 계급이 높은 사람이 하늘에 가깝게 살았을 텐데(신에 가까운 곳에) 요즘은 산동네보다는 평지에 사는 사람이 더 잘나가는 것.
밥도 못 먹고 세 시간 동안 걸어다녔더니 지쳤다. 입구의 박물관에서 좀 쉬다 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11/20 시장(Mercado 20 de Noviembre)시장에 밥먹으러 갔다.
뜰라유다(Tlayuda)라는 걸 시켜보았다. 바삭한 또띠야 위에 몰레 네그로, 토마토, 고기, 아보카도, 양상치를 얹어 구운 것.
이 하얀 건 뭔가 했더니 치즈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부침개 되겠다. 맛있는데 또띠야가 너무 뻣뻣해 입 다칠 뻔 했다.
어제 지나가다 봐둔 포스터, 와하까 심포니, 합창단이 오늘 6시에 한 교회에서 헨델의 메시아를 공연하다는 것.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메시아를 들으러 가자. 
사람이 없을까 걱정했는데 중간 정도까지 사람이 차 있다.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는 조촐한 편.
연주는- 내가 메시아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니 뭐라 말하기 그렇지만- 교회에서 생음악으로 들어서 그런지 괜찮았다.
그런데 쉬는 시간도 없이 두 시간이 이어지니 뒤로 갈수록 좀 불안해지긴 했다. 이런 작은 규모로 하기에는 좀 버거운 느낌.
익숙한 할렐루아 멜로디가 나오니 사람들이 일어선다. 아, 그렇지, 할레루야를 부를 때는 일어서는 게 예의라는 걸 보았던 기억이 난다.
어디서 끝나는 지도 몰랐는데 맨 뒤에서 누가 크게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아마도 악단의 관계자.
나올 때 보니 뒷좌석까지 사람이 꽉 차 있었다.
유명한 사람이 온 것도 아니고 아주 잘하는 연주도 아니었지만, 소박한 연주를 즐기러 온 시민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오케스트라, 멋진 장소가 아니더라도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