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30. 21:00

D+58 070512 sat 노팅힐, 테이트 모던, 오페라의 유령

뛰어가서 물을 사왔다. 이제 에비앙을 마시는구나. 아직도 남아있는 아프리카의 기억, 킬리만자로 생수병.
오늘은 바쁘다. 토요일에 열린다는 노팅힐, 포트벨로 마켓에도 가봐야 하고 미술관에도 가야하고 뮤지컬도 한 편 봐야 한다.
그런데 오늘, 내일 주말이라 지하철 보수공사가 있어 운행 안 하는 구간이 많단다.
그럼 버스를 이용해 볼까? 데이카드를 샀으니 몇 번 타도 상관없고,
안내판이 이렇게 잘 되어 있다. 정류장과 운행 간격, 첫차, 막차 시간까지 나와있다.
이층 버스에서는 언제나 앞자리에 앉기, 홍콩에서처럼.
바깥 풍경을 보고 가니 좋다. 단점은 너무 느리다는 것. 길도 좁아서 빨리 달릴 수도 없지만 정말 안전운행 하는 듯 싶다.
노팅힐 영화에서부터 내 로망이었던 곳 노팅힐. 여행책 파는 서점이 있을까?
방향을 잘 모르겠으면 그냥 사람들 많이 가는데로 따라가면 된다.
여기 헌옷 가게에서 청바지와 슬리퍼 4파운드(8000원)에 구입. 추운데다가 대도시에서는 분위기에 맞게 청바지 정도는 입어줘야 한다.
나 꼬질한 장기 여행자네, 티를 내고 다니고 싶지는 않다.
사람이 많다. 토요일에는 골동품 등을 파는 시장이 열린다. 나야 관심없으니 패스.
내가 관심 있는 건,
과일,
올리브 등 양념류,
빵,
파에야 등 시장 음식 등을 파는 진짜 시장이다. 파에야, 먹고 싶었는데 6파운드라 패스. 3파운드짜리 핫도그로 점심 해결.
나오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으~정말 우울한 날씨다.
버스의 나쁜 점 하나 배차 간격이 일정하지 않다. 한 시간이나 기다렸다.
숙소에 들러 쇼핑한 것들을 두고 우산을 챙겨 테이트 모던으로 향했다.
지하철역(Blackfriars였나?)에서 내려 걸어가는 길부터 멋지다. 오렌지 빛 기둥만 따라가면 된다.
화력 발전소였던 건물을 개축해 만들었다는 테이트 모던.
겉모습은 그렇게 보인다.
들어가는 입구.
안에는 정말 멋진 콜렉션이 전시되어 있었다. 주로 20세기의 미술을 전시해 놓은 공간.
맘에 들었던 몇 개의 그림.
"The Poet Reclining" 누워있는 시인-마르크 샤갈
제일 맘에 든 그림.
"Portrait of Hermine Gallia"갈라의 초상-구스타브 클림트
아, 이 그림이 여기에 있었구나.
"A star caresses the breast of a negress" 흑인 소녀의 가슴을 쓰다듬는 별 - 후앙 미로
미로의 그림은 언제나 귀여워.
"A bigger splash" 큰물보라(?)-데이빗 호크니.
여름이었으면 시원하게 느껴졌을텐데 바깥이 너무 춥다.
원래 미술관을 둘러볼때 한 바퀴 돌고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는 편인데 여긴 마음에 드는게 너무 많다.
결국은 너무 많은 감동으로 감정이 무디어져서 퇴장.

창 밖으로 보이는 밀레니엄 브릿지, 저걸 건너봐야지.
한강에 비하면 템즈 강은 개울이군.
2000년에 세워졌는데 개장 후 다리가 너무 흔들려서 3일만에 문 닫았다가 보수공사를 거쳐 2년 후 다시 열었다나 뭐라나...론니플래닛말씀.
올라가본다.
저기 런던 브릿지도 보이고,
앞에는 세인트 폴 대성당
뒤에는 테이트 모던, 정말 좋은 위치에 보행자 전용 다리를 만들었놓았다.
그런데 런던은 공사중,
하늘을 찌르고 있는 공사 구조물, 오래된 도시이다 보니 지하철도 그렇고 끊임없는 보수 공사가 필요한 듯 싶다.
뮤지컬을 보러 피카딜리 서커스로 향했다.
Heymarket street 의 Her majesty 극장.
오늘 아침에 여행자 수표를 바꾸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사무실에 갔을때 가까운 이 극장에 들러 표를 사두었다.
'오페라의 유령' 너무 식상한 프로그램이지만 어쨌든 나는 한 번도 못봤으니 말이다.
5년전에는 '레미제라블'을 봤었다. 그 때느꼈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내 자리는 이층 맨 앞줄 한가운데 자리. 한 자리만 비어있었던 것 같다. 혼자 다니면 이래 저래 좋은 점도 많다.
바로 여기. 무대와 가깝지는 않아도 좋은 자리였다. 저 샹들리에는 어떻게 되는 걸까?
뮤지컬은 정말 멋졌다. 줄거리도 몰랐고 영어도 다 알아들을 수가 없었는데 거의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해버렸다.
물론 지금 몸도 아프고 외롭고 마음이 약해져 있어 쉽게 감동받는 상태지만 말이다.
저 샹들리에가 천장에 올라가 있다가 갑자기 떨어지고 마지막에 유령이 의자에 앉아있다 갑자기 사라지는 등 무대 장치도 대단했다.
결국은 그걸 다 보기에는 내 자리가 최고였던 듯 싶다.
길고 긴 하루가 끝났다. 5월의 영국은 벌써 해가 많이 길어져 있어(북서쪽에 위치해서 그런가?) 늦게까지 돌아다닐만 하다.
론니에서 복사해 간 지도가 많은 도움이 된다. 역시 여행 안내서는 론니가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