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7. 21:01
D+60 070514 mon 캔터베리 대성당
2008. 12. 7. 21:01 in 2007세계일주/영국,아일랜드
캔터베리 가는 기차는 빅토리아역에서 출발하니 오늘은 데이카드를 안 사도 되겠구나. 5.1파운드 아꼈다.
대성당을 향해 성벽을 따라간다. 안내판이 곳곳에 있다. 시내로 들어서니 상가가 있고 그 중심에 대성당이 있다.
들어가는 입구, 어른 6.6파운드, 학생할인 5파운드.
어마어마한 크기다. 너무 커서 카메라에 다 들어오지 않는다. 신에게 다가가고 싶은 욕망이 이렇게도 컸었나 보다.
나가기 전에 들른 화장실, 미끄러우니 조심하라는 건 알겠는데 남자 청소부가 청소한다는 얘기는 왜 써놓은 거지? 놀라지 말라는 건가?
기차가 가는 중간에 앞 네 칸, 뒤 네 칸으로 갈라진다. 탈 때 잘 보고 타야겠다.
한 시간 십 분 걸려서 캔터배리east 역에 도착. 오늘도 여전히 비가 내린다.
왜 난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성당 모습을 상상했던 것일까?
그런데 춥고 벌써 배가 출출하다. 우선 뜨뜻한 걸 좀 먹고 들어가보기로 했다.
여기저기서 눈에 띄던 일식집 와가마마, 한 번쯤은 먹어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먹어보게 된다.
깔끔한 실내, 서양인들이 서투르게 젓가락질을 하고 있다.
일식은 서양인들에게 고급스럽고 트렌디하게 여겨지는데 한식은 아직 아닌것 같다.
내가 시킨것, 무슨무슨 볶음밥. 이건 일본식이 아닌 것 같다. 태국식이라고 해야 하나? 미소된장국은 일본식.
물 한 병을 같이 시켰는데 엽차를 한 잔 가져다 준다. 이거 돈 이중으로 내겠군, 했는데 엽차는 공짜였다.
기분이 좋아졌다. 여행자는 아주 단순한 일에 행복해진다. 8.2파운드, 팁까지 9파운드.
597년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이 곳에 도착한 후 성당을 지었는데 두 번의 화재로 남아있지 않고 이것은 11세기에 짓기 시작해서 15세기에 완성되었다는 고딕 양식의 건물이다.
내부는 쭉쭉 뻗은 기둥으로 더 높아 보인다.
1170년 캔터배리 대주교였던 성 베게트가 교회의 권한을 제지하려던 헨리 2세가 보낸 자객들에게 암살당한 이후 순례지가 되었단다.
암살당한 장소가 남아있다던데 찾을 수가 없었다.
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런 풍경.
세월을 말해주는 오래된 벽. 그냥 성당을 유지하는데만 일년에 9000파운드가 든단다.
중세 시대에 만들었다는 스테인드글라스.
이런 성당에서의 미사는 어떤 식일까? 한 번 참석해 보고 싶다.
고통받는 자들을 위한 촛불이 밝혀져 있어 20펜스를 내고 촛볼 하나 밝혔다.
참, 여기까지 와서 이 성당 하나만 보고 가긴 좀 아깝지만 어쩌겠어, 비는 계속 오고 갈만한 데도 없는걸, 런던으로 돌아왔다.
도착하니 여기 온지 4일만에 푸른 하늘이 보인다.
빅토리아 역에서 호스텔 가는 길, 기분이 좋아졌다.
햇빛이 이렇게 좋은 거구나. 영국인들이 식민지를 얻기 위해 그렇게 노력한 이유를 알 것 같다. 햇빛만 보면 벗고 드러눕는 이유도...
그래서 셀카도 한 번 시도해보았다. 막스 앤 심플리 푸드에서 산 음식을 넣은 비닐 봉지를 들고.
어디 들어가서 먹으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주로 슈퍼에서 샌드위치나 샐러드 등을 사서 식사를 해결하였다.
이 나라 사람들도 거의 그런 듯, 퇴근 시간이 되면 음식을 사가는 사람들로 많이 붐빈다.
내일은 런던을 떠나야 한다. 5월 30일에 더블린에서 마드리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니 바쁘다.
20일동안 영국 일주와 아일랜드까지 돌아보기로 계획했으니 무리도 무리다. 천천히 돌아보는게 좋긴 한데 그러기에는 물가가 너무 비싸다.
인터넷 까페에 가서 에딘버러 호스텔을 예약하고 런던의 마지막 밤, 밀린 빨래를 하러 갔다.
셀프 빨래방, 아프리카에서는 흑인 여인들이 손으로 빨아 다림질까지 해 주었었다.
인건비 비싼 동네에서는 뭐든지 제 손으로 하기.
기다리면서 샐러드로 저녁을 먹었다. 불쌍해 보이는군, 쓸만한 옷은 다 세탁기에 넣고 대충 입고 있다.
거의 문 닫을 시간이라 청소하는 할머니가 오시더니 나에게 계속 말을 건다.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인데 아는 척하고 웃어주기도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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