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30. 21:57
D+67 070521 mon 베아트릭스 포터의 집, 워즈워드의 집 방문
2008. 12. 30. 21:57 in 2007세계일주/영국,아일랜드
8시 15분까지 안 내려오면 밥 없다는 경고문이 붙어있었는데 8시에 겨우 일어났다.
숙소 창문. 밖에서 보면 아늑해 보이지만 실상은 절대 그렇지 않다.
오, 이게 첫번째로 만난 호수. 별 특징은 없다. 크루즈가 출발하는 곳.
이런 버스가 다닌다. 관광객을 위한 이층 버스, 이따 타 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제 여기부터 2마일을 걸어야 한다.
호수 풍경.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도 있는데 하이커들을 위한 길이 이렇게 따로 나 있다. 화살표만 따라가면 된다. 조금 돌아가는 듯한 느낌.
평화로운 농가의 풍경.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양 떼.
나무 사이로 난 길,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있고,
풀밭 사이로 난 길,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이건? 양 똥.
양이 공중 화장실을 사용할 리는 없지. 겉보기와는 달리 냄새도 나고 걷기가 쉬운 길은 아니다.
니네가 이 똥의 임자?
저런 농가에 사는 삶은 어떨까? 보이는 것처럼 낭만적은 아닐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소 젖을 짜고 양을 모는 등, 힘든 일이 많을 것이다.
버스 시간도 남았으니 한 번 들어가 보았다.
현대적인 도서관.
작은 마을 도서관 치고는 책도 많고 시설도 훌륭하다.
대낮이니 그렇긴 하지만 사람도 별로 없다. 할머니 몇 명이 책을 고르고 있을 뿐.
더 높은 산이 있다. 아까 그 하이커들을 저런 데 올라가겠지? 나도 그러고 싶은 생각이 있긴 한데 이미 지쳐버렸다.
워즈워드가 결혼하기 전까지 그의 누이 동생 도로시와 살면서 위대한 시를 썼다는 Dove cottage.
2층 버스 타고 돌아가는 길.
대충 세수하고 내려가니 아저씨가 해는 5시 반에 떴다고, 내가 세 시간을 손해본거란다. 그래도 할 수 없지 뭐.
손님이 나밖에 없는 줄 알았더니 스페인어를 쓰는 여자 세명이 있다. 나처럼 잡혀 온 거겠지.
얘기를 나누다 보니 볼리비아(!)에서 왔단다. 볼리비아 사람이라고 영국 여행을 못하리라는 법은 없을텐데 어쨌든 놀라웠다.
그 물가 싸다는 볼리비아에서 왔으니 여기 물가가 얼마나 비싸게 느껴질까.
아침 식사는 너무 기름이 많았다. 아저씨의 빅 밸리가 이해되었다.
자, 오늘은 호수 지대를 돌아볼 예정. 볼 것이 많긴 한데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어 많은 곳을 방문하긴 어려울 것 같다.
오늘 날씨, 최고다. 하늘이 정말, 정말 파랗다.
우선 배를 타기 위해 Bowness까지 2킬로를 걸어갔다. B&B가 주욱 늘어서 있는 휴양지 같은 느낌의 길이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집이 있는 Hill Top까지는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 2마일을 걸어가야 된다.
배 타러 가는 길.
묘지를 지나고,
이런 마크를 따라,
풀숲 사이의 길을 따라가면 된다.
다시 호수, 떠있는 요트들. 내가 이용할 것은 Public boat.
요금은 단 돈 50페니.
차들도 건너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바로 건너편 호숫가까지 가는 것이어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이다. 스틱을 든 하이커들이 많이 탄다.
그런데 참 아름다워 보인다. 좀더 자연과 가깝게 초록색에 묻혀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다.
덥다. 땀을 흘리며 도착한 Hill Top마을, 영국의 구름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베아트릭스 포터가 머물며 피터 래빗 등 그의 유명한 그림책들을 썼다는 집. 17세기의 평범한 농가.
관광객만 무지 많다. 일본인 단체 관광객이 많은데 만화가 발달하고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이나 그럴 만도 하다.
영화 '포터 이야기' 에 나온 것과는 좀 다른 분위기. 햇빛을 가리기 위해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다.
너무 복잡해서 버스 시간을 맞춰 빨리 나왔다.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다니니 놓치면 큰일이다.
워즈워드의 집이 있는 Grasmere 까지 가려면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야 한단다. 한 번 타는데 거의 3파운드인데 교통비 많이 든다.
(나중에 알고 보니 9파운드 짜리 데이 패스가 있었다. 그럼 그렇지. 역시 정보가 힘이다.)
그렇고 그런 작은 마을들이다. 까페와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가 있고 관광객이 넘쳐나는, 점점 흥미를 잃고 있다.
Ambleside 버스 정류장 앞에 도서관이 있었다.
이것저것 들쳐보고 사진도 찍다가 버스 시간이 되어 나왔다. 그런데 가방에 얌전히 들어있어야 할 지갑이 없다.
아까 버스비 낼 때만 해도 분명히 있었는데 어디다 흘린 걸까? 정말 큰일이다. 신용카드며 학생증이며 다 거기 들어있고 여기서 숙소까지 돌아가는 것도 문제다.돈 한 푼 없이 이 교통 나쁜 시골에 버려지는 걸까? 앞이 캄캄하다.
다시 도서관에 들어가 내가 움직였던 경로를 따라 바닥을 훑어보았지만 없다.
아득해지는 순간, 아까 앉았던 의자 위에 얌전히 놓여있는 지갑 발견. 사진기를 꺼내면서 흘린 모양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옆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가 보고서' 나도 당신 심정 이해해요, 큰일날 뻔 했죠' 하고 위로해주신다.
정말 다행이다. 60여일간 여행을 계속하면서 마음이 좀 편해져서 이런 실수를 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조금 더 긴장해야겠다.
십년 감수하고 Grasmere 에 도착.
도로시의 일기로 워즈워드의 생활을 알 수 있단다.
집 안에서는 사진촬영금지라 언제나 겉모습만. 저기 호수가 보인다. 워즈워드가 살았던 시기엔 앞에 집이 없어 호수가 잘 보였다고 한다.
'무지개를 보면 가슴이 뛰누나' 이게 내가 아는 그의 시 전부지만, 이런 곳에서는 그런 시를 쓸만도 하겠다.
편지쓰는 여자들에 대한 특별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여자들이 외출하기 힘들었던 시대에 어떻게 사람들이 편지로 서로 우정을 이어갔는가에 대한 재밌는 전시였다.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 같다. 집도 거리도 다 그 때와 같다.
우리는? 200년전의 우리나라 모습과 지금은 아주 다르다. 근대화라는 것이 그런 식으로 급박히 모든 것을 뒤집는 것이었으므로 지금도 혼란스러운 현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2층 버스 타고 돌아가는 길.
햇빛은 나지만 바람이 차갑다. 어쨌든 언제나 이층에 앉기.
호수와 산,이게 진짜 호수지대 풍경이 아닐까?
호수와 양떼.
호수와 요트.
차를 렌트해 천천히 여기저기 들러보고 스틱을 가지고 산에 오르고 그게 진짜 호수지대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시골에서 대중교통 이용하기는 너무 힘들다.
오늘 저녁은 어제 먹은 레스토랑 옆 레스토랑의 세트 메뉴.
라쟈냐, 샐러드에 와인이 딸려 나온다.
홀짝거리다 보니 또 얼굴이 빨개졌다. 호수가 술을 부르나, 왜이리 연속 음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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