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11. 13:28
D+71 070525 fri 더블린에서의 흑맥주
2009. 1. 11. 13:28 in 2007세계일주/영국,아일랜드
영국을 떠나는 날. Holyhead 까지 가서 페리를 타고 더블린으로 건너가는 여정이다.
기차타고 가는 길, 여긴 웨일즈 지방인데 두 가지 언어로 안내판이 표기되어 있다. 스코틀랜드에서도 그랬듯이 자기네 언어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일 것이다.
이건 도대체 뭔지...? 띄어쓰기를 잘못 한 게 아니라면 세상에서 가장 긴 한 단어가 아닐까?
홀리헤드 항구에 도착. 기차에서 바로 배를 탈 수 있도록 연결되어 있다. 배시간이 많이 남았다.
홀리헤드 항구 풍경.
시내로 가는 이층 버스가 한 대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람이 정말 많다. 서서 갈 수 밖에 없었다.
이틀전 인터넷 서치해서 겨우 찾아낸 호스텔, Brown hostel. 이번주가 연휴여서 모든 호스텔이 꽉 차 있었다.
바네사를 만났다. 저녁을 먹어야하는데 슈퍼에서 샌드위치를 사잔다. 그래도 하루 한 끼는 뜨거운 음식을 먹고 싶은데 할 수 없군.
더블린에서 마시는 흑맥주. 보통 맥주보다는 조금 강한 맛. 500cc를 반쯤 마시니 벌써 알딸딸해진다.
2주간의 영국 여행, 처음에는 춥고 물가도 비싸고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막상 떠나려니 아쉽다.
물가가 비싸지만 잘 찾아보면 싸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많고 무엇보다 미술관이 공짜라서 최고다.
남은 영국 돈으로 샌드위치랑 물 하나 사고 기다린다.
이제 다 써버린 영국 철도 패스. 여행 시작하기 전에 끊임없이 인터넷을 서치해 가격을 비교해보고 선택한 건데 절약효과가 큰 것 같지는 않다. 영국 철도는 왕복과 편도 요금이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내가 유리했던 구간은 에딘버러까지 올라가는 긴 구간 정도.
피터는 그 가격에 (425불) 8일 타는 건 너무 비싸다고 최소한 15일은 탈 수 있게 해줬어야 한다고 했다.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옆의 여자애가 화장실에 간다고 가방 좀 봐달란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바네싸, 30살로 물리치료사, 3주 예정으로 유럽 여행중.
오래 전부터 돈을 모으고 휴가를 얻기 위해 extra work 도 하고. 그런데 물가도 너무 비싸고 무리한 여정인지라 많이 피곤한 모습.
정말 기대했던 여행인데 남자도 못 만나고 재미도 그리 없었단다.
키도 나만하고 주근깨 투성이에 이빨에 교정기까지 끼고 있으니 그렇지. 얘랑 비교하면 내가 더 경쟁력 있다.ㅎㅎ
영국에서의 마지막 사진. 어제 산 화집을 아직도 들고 있다, 배낭에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배는 세 시간이 걸려 더블린에 닿았다. 아주 큰 배여서 거의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없었다.
시내로 가는 이층 버스가 한 대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람이 정말 많다. 서서 갈 수 밖에 없었다.
항구를 빠져 나왔는데 버스가 움직이지 않는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교통 체증이 심하다. 이런 일은 또 처음이네.
우리가 가야 할 Busaras(버스 터미널)까지는 걸어서 10분 걸린단다. 으, 이 백팩을 메고 걸어갈 수는 없는데...
바네싸는 걸어가고 싶은 눈치. 조금 기다리다가 결국 내렸다. 아, 이게 더블린이군. 영국보다 좀 우중충한 분위기다.
죽을 힘을 다해 걸어 예약한 호스텔까지 왔다. 한 시간 쯤 후 바네싸를 다시 만나기로 하였다.
인터넷에서 만족 지수 50%겨우 넘는다. 대개 70%는 넘는데 말이다. 와보니 이유를 알겠다.
베개도 없고 시트도 없고 방에 딸려 있는 화장실은 극도로 더럽고 스텝들이 어디 침대로 배정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냥 빈 침대를 이용하라는...! 밤에 누가 와서 자기 자리라고 쫓아내면 어떻하냐고 했더니 그런 일은 없단다.(일년 여행 중 최악의 호스텔)
오늘 하루만 버티면 되니 그냥 지내자. 내일 골웨이로 가기 전에 평이 좋은 Issac hostel 예약하고 가야겠다.
더블린 거리 풍경. 몰려다니는 사람들이 많고 젊은 사람들이 구걸하는 광경도 많이 보인다.
터미널에 내일 출발하는 골웨이 행 버스표 사러 갔더니 좌석 번호도 없고 그냥 오는대로 줄서서 타는 시스템.
영국보다 unorganized 된 느낌. 그러나 더 자유로운 분위기.
바네사를 만났다. 저녁을 먹어야하는데 슈퍼에서 샌드위치를 사잔다. 그래도 하루 한 끼는 뜨거운 음식을 먹고 싶은데 할 수 없군.
샌드위치를 사서 더블린을 가로지르는 리피 강가 벤치에서 먹고 있으니 날은 춥고, 가난한 배낭여행자의 처량함이 느껴진다.
힘을 내서 더블린 탐방에 나섰다.
더블린의 문화 구역이라는 Temple Bar 지구.
유명한 펍인가 보다.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관광객들이 많다.
돌로 포장된 거리들.
거리의 악사.
진짜 Temple Bar 가 있다. 나는 그냥 이 지역 이름인 줄 알았는데.
더블린까지 왔으니 흑맥주를 마셔봐야지. 발디딜틈 없이 사람이 많다. 주문을 받고 맥주를 가져다주는게 신기할 정도.
바네사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며 뭔가 썸씽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
모두 취한 사람들이니 분위기는 유쾌한데 나는 취해서 졸리고 피곤해졌다.
혼자 두고 가는 게 좀 미안하긴 했지만 먼저 가겠다고 얘기했다. 아르헨티나로 돌아갈 때까지 여행 잘 하라고 얘기하고 작별했다.
냄새나는 호스텔에 돌아와 일기도 못 쓰고 씻지도 못하고 컴컴한 침대로 기어들어가 옷을 베개 삼아 잠들었다.
다행히 자리 임자가 돌아와 비키라는 그런 일은 없어 아침까지 푹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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