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20. 20:57

세째날-1 계속 비, 지우펀-타이뻬이 이동

이렇게 추운데 방에는 난방시설이 전혀 없다. 벽에는 에어콘 달랑 하나.
방바닥도 차갑고 이불 속도 차갑고,  어찌나 추운지 잠을 거의 설쳤다.
오늘도 비 오나? 볼품없는 창 밖 풍경.
세수하러 가는데 문고리에 달려있는 비닐 봉투. 민박집에서 아침을 준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여기서도 줄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쑥떡은 어제 내가 산 것이고 보랏빛이 도는 빵은 앙꼬 없는 호빵 맛, 음료는 따뜻한 두유였던가? 커피는 갖고간 커피 믹스.
조촐하긴 하지만 공짜 아침에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역시 붉은 등은 밤에 보아야 제격이다.
쉽게 말하면 달동네. 이 곳이 유명해진 것은 대만 영화 감독 허우샤오셴의 영화 <비정성시>의 무대였기 때문.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 <온에어>에 나온 이후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 되었다고.
까페에 <온에어>의 출연진 사진을 걸어놓은 곳도 있었다.
나는 두 개 다 안 봤는데 왜 여기에 왔을까?
좁은 왕복 이차선 도로에 아침부터 차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위로 올라가면 진과스 금광 박물관, 내려가면 타이뻬이.
어쩌지?  금광 박물관에 가야할까, 아니면 타이뻬이로 돌아가야 할까?
타이뻬이 가는 버스는 사람이 꽉 차서 온다. 버스 몇 대를 그냥 보내고 우선 진과스 종점까지 가보기로 했다. 
엄청난 비, 참 우울한 날씨다.
몇 명이 비옷을 입고 황금박물관 앞에서 내렸다. 나는 그냥 돌아가야겠다. 버스 요금이 15원인데 잔돈이 없다니 그냥 패스.
종점, 처마 밑에서 타이뻬이 가는 저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린다.
모든 것이 젖어있다.
지우펀의 연간 강수량은 5000mm, 우기는 9월부터 3월까지, 겨울에는 타이뻬이보다 춥고(역시 그렇군)여름에는 오히려 습도가 낮아 지내기 좋단다.
이런 날씨에 꼬불꼬불한 산길을 운전하고 잔돈 없는 외국인에게 버스비도 안 받는 운전기사들에게 감탄하는 중.
지우펀-타이뻬이 버스 95원.
타이뻬이, 처음 봤지만 익숙한 101빌딩이 멀리 보인다.
쭝샤오푸싱역에 내려서 지하철을 타고 타이뻬이 역으로 돌아왔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리산 철도도 분명 만원일 것이며 산에 올라갔을 때 숙소도 꽉 차 있을 것이고 비도 계속 올 것 같아 타이뻬이-자이 철도표를 반환했다.10%빼고 환불해주었다.
7박 8일동안 아리산에도 가고 타이완 남쪽에도 가보려고 계획했는데 이제 어디에 가야 할 지 모르겠다.
우선 오늘밤 숙소 섭외, 케이맨즈, 호프 호텔은 방이 없다.
이후에 들어가본 곳은 완전 러브호텔처럼 생겼는데 역시 만원.(러브 호텔 안 가보긴 했지만)
결국 정착한 곳은 황가대반점, 영어로는 로열 호텔.
황실 사람들이 묵기에는 조금 부족한 것 같다.1480원(6만원), 원래 이 정도인지 연휴라 더 비싼 것인지.
우선은 좀 쉬고 다음 여정을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