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3. 21:55

캄보디아, 프놈펜

갑자기 가게 된 캄보디아, 7월에 직장을 옮기고 처음 가는 출장.
사실 매일매일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이 진료실과 연구실을 왔다갔다 하는 것보다 더 지루해서 스스로 내린 결정에 약간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아직은 주체가 되어서 뭘 할 수 있을만큼은 아니지만 가서 아이디어라도 생각하고 오라고 보내주니 감사할 뿐.

월요일 저녁 6시 40분, 프놈펜행 대한항공 기내식. 생선, 쇠고기, 돼지고기 중 선택하라고 해서 생선을 골랐는데 별로. 같이 나온 연두부는 다 먹었다. 느끼한 기내식에 담백한 연두부는 괜찮은 곁들임이다. 뿌려먹는 소스도 걸쭉해서 흘릴 염려도 없고 맛있었다. 
11시가 넘어 프놈펜에 도착, 마중나온 밴을 타고 호텔로 향했다.
캄보디아나 호텔(Cambodiana, 73달러/1박), 지금은 낡았지만 예전에는 멋진 곳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방도 진짜 넓다.
아침에 커튼을 젖히니 나타나는 톤레삽 강의 일출, 톤레삽 호수에서부터 흘러내려와 메콩강으로 이어진다.
예전에 지은 호텔들은 복도도 넓게, 공간을 여유있게 만들었던 것 같다.
건물에서 내려다본 입구. 차 타고 들락날락해서 호텔 전경은 못 찍었다.
식당, 종류가 많진 않지만 있을 것은 다 있고 직접 끓여 주는 국수가 입맛에 맞는다.
여기저기 들를 곳도 많고 전화할 곳도 많으니 현지폰을 이용하기 위해 심카드를 사러 갔다. 운전사 나딘에게 부탁했더니 데려가 준 노점.
어느 나라나 지금 제일 잘 되는 사업은 핸드폰이 아닐까?
차 안에서 본 프놈펜 거리, 하노이보다는 덜 붐비지만 분위기는 비슷하다.
캄보디아 관계자들과 세 시간 정도 회의를 하고 점심 약속에 가기 전에 들른 중앙시장.
캄보디아 글자, 한글도 남들이 보기에는 저렇게 난해하게 보일까? 다른 나라 글자를 배워 의미 없던 그림이 뜻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얼마나 신기할까?
한글을 깨우치던 때 글자를 읽을 수 있는게 너무 신기해서 버스에서 지나가는 간판을 계속 읽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 신기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안 될 것 같아 아빠 귀에다가 속삭였던 기억도.
둥근 지붕의 시장.
돔 아래 제일 좋은 자리를 은세공품, 보석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이 곳 은제품은 싸지만 색깔이 금방 변한다고.
화려한 꽃집도 있다.
불단에 놓기 위한 것일까?
독립기념탑(independence monument)
아마도 로열 팰리스. 차 타고 다니니까 정확한 지리를 모르겠다.
날씨가 무척 더워 차 밖으로 나가기가 두렵다. 배낭여행을 왔다면 그래도 꾸역꾸역 걸어다녔겠지? 그런 이 도시를 더 잘 이해했을까? 아니, 더위에 지쳐 시원한 곳을 찾아 멍하니 앉아있었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찾아간 메콩강이 내려다보이는 이 곳은,
캄보디아에서 유명하다는 외신기자클럽(FCC foreign correspondence club), 크메르 루즈 시절부터 외국 기자들이 모이던 곳.
여기서부터 강변을 따라 관광객을 위한 레스토랑과 까페들이 몰려 있다.
강을 바라보는 자리도 좋고,
뒷마당의 고즈넉한 풍경도 좋지만 오래 앉아 있을 시간이 없으니 아쉬울 뿐.
한국 대사관 방문,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사관이라는 곳에 들어가보았다. 들어갈 때 카메라를 맡겨야 한다. 안에 별로 찍고 싶은 것도 없더마는...
대사관 건너편에는 국민은행.
프놈펜 시내 여기저기 한국어 간판이 눈에 띄는 게 우리나라 관광객도 많고 기업도 많이 진출해 있는 것 같다.
스님 학교 하교시간.
저녁 먹으러 가기 전 잠깐 시간이 남았다. 그럼 수영장에나 한 번 가볼까?
작은 수영장이지만 수심 2미터까지 되고 물이 따뜻해서 좋았다. 파인애플 쥬스도 하나 시켜 먹으니 출장온 것이 아니라 멋진 휴가를 즐기고 있는 듯한 기분도 살짝 들었다.
그런데 하늘이 문제. 폭풍이 밀려오고 있다.
방에 올라와서 보니 더 장난이 아님. 그래도 비는 몇 방울 떨어지다가 말았다.
나딘에게 로컬 푸드를 먹고 싶다고 하니 '그럼 타이타닉으로 가지요'
타이타닉 비슷한 배 위의 레스토랑을 말하는가 했더니 진짜 타이타닉이라는 레스토랑이다.
지붕은 잘 얹혀져 있지만 벽을 허술한 열대 지방의 레스토랑, 모기도 몇 방 물렸다.
캄보디아에 왔으니 앙코르 맥주.
전통음식이라는 아목(amok)을 시켜보았다. 코코넛 커리를 찐 음식으로 바나나 잎을 그릇으로 사용하는 것이 특이한 점.
세 명이 한 개씩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하나 더 시키고 싶었다. 코코넛이 들어간 음식은 대개 다 맛있다.
호텔에 돌아와 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하루 종일 사람 만나고 다니는 게 쉽지 않다. 내일은 북쭉 바탐방이라는 도시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