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2. 11:00
D+121 070714 하마-알레포 이동, 알레포 모스크
2009. 5. 2. 11:00 in 2007세계일주/요르단,시리아
아침부터 압둘라가 문을 두드린다.
어제 내가 들어오는 걸 보지 못해 걱정했다며 냉장고에서 메론을 꺼내 준다.
지금까지 먹어본 어떤 메론보다 맛있는 메론이었다.
짐을 챙겨 나오며 압둘라를 찾으니 없다. Good-bye, Thank you 를 꼭 전해달라고 했는데 전해질지는 의문. 나말고 많은 사람들이 인사를 전했을테니 말이다.
하마 버스터미널은 중동 버스 터미널 중에 제일 현대적이었다.
책에는 시내까지 걸어갈 수 있다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택시 타고 중심가인 시계탑까지 갔다. 50파운드.
Tourist hotel 이 좋다고 해서 갔는데 싱글룸이 없고 더블룸이 600파운드, 너무 비싸쟎아요. 깎아줘요, 깎아줘요.
털이 북실한 매니저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며 100파운드 준다.
론니에 나온대로 흠 하나 없는(immaculate)한 방, 욕실도 지금까지 중 제일 넓다.
오늘 점심도 펠라펠 샌드위치에 과일 쥬스. 과일을 갈아 주는 쥬스가게가 줄지어 있다.
가까이 있는 국립박물관에 가보았다.
하얀 눈을 박아넣은 석상이 재밌다.
실내는 정리가 잘 안 되어 있고 안내판도 잘 안 되어 있다. 어떤 관리인이 따라다니며 설명해줘서 그나마 나았는데 영어가 잘 안 통한다는 게 문제.
학생할인 10파운드니 정원의 시원한 분수만으로도 아깝지는 않았다.
중동 국가에서 보기 드문 공원
오후 네 시의 아직은 따가운 햇살을 피하고 있는 사람들.
올드 시티의 모스크로 향했다.
다마스커스의 우메이야드 모스크보다 10년 늦게 지어졌다.
입장료는 없고 망토만 걸치면 된다. 관광객도 별로 없고 가족들의 나들이터 같은 소박한 분위기. 이 통통한 꼬마가 사진 찍어달라기에 찍어줬더니 다른 애들도 다 찍어달란다. 얘네들도, 이 애들도, 바닥에 놓고 셀카도 시도하고, 니넨 아까 찍어줬쟎아. 언니 이제 가야돼. 조용한 모스크에 내가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언젠가 너희도 사진기를 가질 수 있는 날이 올거야.
시장(Souq)에 가보았다. 다마스커스 넓은 시장과 다르게 좁은 골목골목이다.
여기 저기 구경하는데 뒤에서 누가 말을 건다. 은제품이 좋은 게 있다고 그냥 와서 보기만 해도 된단다.
보통은 쏘리, 하고 지나가는데 아저씨 영어가 유창해서인지 따라가게 되었다.
하메드, 영문학을 전공했다고 하는데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인지 물어보니, 세익스피어, 테네시 줄줄 댄다.
음, 거짓말은 아닌 것 같군.
-난 셰익스피어 고향에 가서 리어왕을 봤어요.
-정말요? 거기 스트랏...거기요?
-네, 스트랏포드 어폰 에이본이요.
그 지명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은데 정말 영문학을 전공했나보다.
-그런데 왜 은제품을 팔고 있죠?
-이쪽이 영어 선생을 하는 것보다 수입이 훨씬 좋으니까요. 작년에는 차도 샀는걸요. 아, 당신네 나라 차에요.
-당신은 무슬림이죠?
-가족은 그렇지만 나는 atheist에요.
atheist? 무신론자? 음, 그렇군.
-밖에서는 시리아는 위험한 국가인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안 그러네요.
-우리는 anti-america 가 아니에요. 미국인 anti-syria 죠. 시리아는 anti-이스라엘일 뿐이에요.
테러리스트 국가로 낙인 찍힌 건 정부가 나라 밖에서 테러 집단을 도와주고 있다는 것 때문인지 나라안에서는 아니에요.
진짜 도와 주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어요.
언제나 물어보는 질문
-대통령을 좋아해요?
-그럼요. 선거에서 95%가 대통령을 지지했어요.
-95%라니 난 이해할 수가 없어요.
-난 미국식 민주주의를 안 믿어요. 우리는 오직 이 대통령만 알고 다른 사람은 모르기 때문에 그를 지지하죠.
이슬람 여인이 자기 남편 밖에 몰라서 그를 최고로 여기는 것처럼요.
갑자기, 깨달음이 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주의는 서양식 사고방식이 아닐까?
그리스에서 시작한 서양식 민주주의가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 이 사람들이 이 체제에서 만족한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이슬람식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문화, 다른 체제를 내 사고방식의 틀에 끼워넣고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도 대통령 사진이 여기저기 붙어있는 건 너무하지 않아요?
-대통령은 원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좋아서 하는 걸 그냥 내버려 두는 거지요.
서방사회에서 셀리브리티가 하는 역할을 여기서는 대통령이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한참 얘기하고 있는데 핸드폰으로 전화가 온다.
부인이 몸이 안 좋아서 집에 빨리 가봐야 한단다. 부인이 집에만 있어서 자기에게 집착해 별로 좋지 않다고.
무슬림 여자들은 사회활동이 제한되어 있기에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메드는 방금 뽑은 듯 번쩍번쩍 빛나는 아반테를 나에게 보여주고 작별인사를 하고 가버렸다.
오늘 하메드를 만나 시리아에 대해 좀 더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 들어와 보는 건 다르다.
잠시 스쳐지나는 이런 여행으로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좀더 열린 마음을 갖고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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