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4. 23:30

D+122 070715 알레포 시타델에 오르다.

알레포의 중심은 시계탑. 예전에 청량리에서 기차 타고 엠티 갈 때 시계탑 앞에서 모였었지.
오늘은 시타델(Citadel)에 올라가보자.
올드 시티 한가운데 위치한 시타델,
해자로 둘러싸여 있고 연결다리가 있다. 여기도 크락 데 슈발리에처럼  십자군 분위기인데...있고 연결
말을 타고 투구를 쓴 기시라도 나올 것 같다.
일반 외국인 요금은 150파운드인데 학생은 10파운드. 시리아처럼 학생 우대를 확실하게 해 주는 나라도 없다.
두 개의 문 사이의 다리를 건너간다.
뜬금없이 기분이 좋아져 간만에 브이 싸인 한 번 해주고.
성벽 위는 폐허, 발굴과 복원작업이 한창이다.

와, 알레포 큰 도시구나.

높은 건물도 없이 그만그만한 높이에 색깔마저 하얀 색깔로 똑같다. 이국적이지만 지루한 도시 풍경.
무너져가는 성벽.
한 때 이 곳을 지켰던 병사들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다.
그늘이 없어서 덥다. 내려가야겠다. 시타델 앞에는 유럽 풍의 야외 까페가 있는데 너무 비싸서 패스~
올드 시티의 수크(Souq)모습. 좁은 골목길이 복잡하게 이어져 있어 길 잃기 딱 좋다.
이 시장은 13세기에 처음 나타났고 오스만 투르크 때 지금의 모습을 이루었다고. 
시장에는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스낵 코너가 있게 마련. 펠라펠을 주문하면 즉석에서 만들어준다.
신선한 야채에 맛있는 소스에 800원으로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식사.
근데 어디로 나가야 되는 거야?
한참 헤메다 엉뚱한 곳으로 나가게 되었는데 길을 물어보니 영어 하는 사람이 없다.
도로 공사를 하고 있던 인부들이 이 사람 저 사람 영어 하는 사람을 찾아줘서 겨우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오후의 간식은 메론, 중동엔 과일이 풍부하고 맛있다.
 메론은 너무 커서 혼자 먹기 어려워 안 사먹고 주로 살구를 많이 먹었는데 오늘은 메론이다.
내 방 발코니에서 본 풍경, 이집트도 그렇고 집집마다 위성 안테나로 세계의 소식을 접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악의 축이라고? 설마...'그러고 있을 것 같다.
바로 길 건너가 스프링플라워(springflower)호텔이다. 문구멍으로 직원들이 여자 여행자들을 엿본다는 악명이 높은 곳.
그래도 이 동네에서 흔치 않은 도미토리가 있기에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간단다.
어, 그런데 저기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다마스커스에서 만났던 펠릭스, 헤이, 펠릭스 불러봤지만 안 들리는 모양.
둘 다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으니 또 어딘가에서 만나겠지.
저녁이 되어 다시 나가본 모스크. 평화로운 여름날 저녁이다. 

시리아의 마지막 밤이다. 웬지 맥주가 한 잔 먹고 싶어서 매니저에게 물어보니 자기가 사다 주겠단다.
차가운 500cc짜리 큰 캔맥주를 사다 주었다. 돈 주어도 안 받는다.
이름은 기억이 안 나고(들었는데 어려워서 기억 못했다) 쿠르드 족이란다.
형제는 13명! 누구는 스페인에 살고 누구는 어디 살고 자기는 여기서 일하고 노래 연습하고 영어 공부하고 한단다.
-노래? 무슨 노래인데?
 -쿠르드 노래지. 나는 옥상에 딸린 방에 사는데 옥상에서 노래를 들려줄 수 있어.
작은 쿠르드 민속 악기(기타를 닮은)를 치며 노래하는데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너무 쿠르드틱했다.
-네 꿈은 뭐야?
-첫째는 쿠르드가 독립국가를 이루는 것이고, 둘째는 유명한 가수가 되는 거고 셋째는 돈을 벌어 불쌍한 사람을 돕는거야.
-쿠르드의 나라?
-응, 쿠르키스탄이라고.
쿠르드족은 터어키 동부와 시리아, 이란, 이라크 등에 흩어져 살고 있는 민족으로 인구가 거의 3천만명인데 한 번도 독립국가를 이룬 적이 없단다.

이 곳에는 왜이리 나라 없는 민족이 많은가? 하마의 압둘라도 나라 없는 팔레스타인이었다. 아니면 왜 한 나라 안에서 여러 민족이 공존하며 살 수 없는가? 종교,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억압하는 사회. 그 밑에 깔려 있는 건 경제적, 정치적인 문제이겠지만.
알레포 밤하늘에 울려퍼지는 쿠르디쉬 노래를 들으며 생각한다. 언젠가 이 땅에도 평화가, 진정한 공존이 오는 날이 있을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