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4) 스톡홀름 지하철 아트 투어
시청에서 본 브로셔에 지하철역의 미술 작품을 둘러보는 아트 투어가 있다고 나와 있었다.
지하철의 작품이라고? 뭔가 궁금하고 또 무료라기에 한 번 가보기로 했다.
투어는 세 시에 중앙역 안내소에서 출발하는데 일찍 도착하여 주변도 둘러보고 버거킹에서 햄버거 셋트(49크로나 = 7000원)도 먹었다.
도로에서 한 층 내려온 곳에 광장이 있고 주변은 온통 쇼핑몰과 백화점. 저절로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간결하고도 기능적인 디자인의 생활용품이 많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사지는 않았다.
세 시가 가까워 오자 안내소에 투어에 참여하려는 사람이 모여들었다. 열 명 정도의 인원으로 세 시 정각 출발.
이런 투어에 아무도 안 올 줄 알았는데 그래도 알아서 오는 사람이 있구나.
시작은 중앙역 유리벽에 그려진 나무, 신경 안 쓰고 지나가면 알아차릴 수 없는 곳이다.
나뭇잎도 그려져 있다. 자연을 끌어들이기 위한 시도였겠으나 유리창이 지저분해서 효과는 별로 없는 듯.
헤드셋 마이크를 쓴 가이드 따라 가는 중.
자원봉사자인 줄 알았는데 전문적인 투어 가이드라고. 네 명의 가이드가 돌아가면서 이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스톡홀름의 지하철은 1950년대에 건설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런던이나 파리보다는 훨씬 깨끗하고 우리나라 1호선 지하철 모습과 비슷하다.
중앙역의 벽면의 기하학적인 타일 장식.
매일 바쁘게 지하철 타고 출근하다가 어느 날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이런 활기찬 벽면이 눈에 들어오면 신선할 것 같다.
우리나라 지하철은 요사이 온통 광고판이다.
Hotorget 역이었던가? 기둥의 시멘트에 낙서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 여성 인권을 나타내는 그림이라는데 시간이 흘러 닳은 부분이 많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형광등도 일자가 아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누구였을까, 50여년전부터 스웨덴은 자유로운 정신을 가졌던 듯 하다.
감라스탄 역으로 이동, 이 불규칙한 철망도 예술작품의 하나. 예술과 쓰레기는 종이 한 장 차이일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무늬로 꾸며진 벽면.
벽화도 타일 색깔의 구성도 무척 자유롭다.
여기는 Kungstragarden 역. 바닥이 많이 본 듯한 색깔로 꾸며져 있는데...
이태리 국기를 본 따 만들었다고. 이 역을 설계한 사람이 이태리에 꽂혀 있었던 사람이라고.
지하에 남북 표시는 유용할까, 아닐까?
대충 마감된 듯한 천장.
굉장히 뜬금없는 벽의 조각, 로마에 있는 진실의 입을 본따 만들었을까?
이 조각도 신화에서 따 온 것인가?
그리스 로마 건축에서나 만날 것 같은 기둥도 있다.
핵융합을 나타내는 건가?
시청에서도 느꼈듯이 스웨덴은 이태리에 대한 동경 같은 걸 갖고 있는 것 같다.
이 Kungstragarden 역은 종착역이어서 두 개 플랫폼 중 한 쪽에서만 지하철이 출발하는데 그 쪽에서 '띡 - 띡' 하는 소리가 계속 났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라는 가이드의 설명.
네 개의 지하철역을 순례하는 지하철 투어는 여기에서 끝났다. 재밌기도 했지만 뭔가 썰렁한 투어였다고 할까나?
이제 이 여세를 몰아 화요일에 여덟시까지 문을 여는 현대 미술관으로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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