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20. 21:20

D+74 070528 mon 더블린 산책

10시 30분 버스를 타고 더블린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한 번 왔었다고 버스 터미널이며 거리가 익숙하다.
예약해 놓고 간 아이작 호스텔.
예약한 건 아니고 이틀 전에 와서 예약할 수 있냐고 했더니 월요일은 언제나 자리가 많다고 해서 그렇게 알고 골웨이 갔던 것이다.
자리가 있다, 물론.
single sex 도미토리 하룻밤에 18유로. 방 모양이 좀 이상하긴 한데 넓고 창문도 있고 좋다. 낮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네.
본격적인 더블린 투어 시작.
내렸다 탔다 할 수 있는 시내 투어 버스. 케이프타운에서 저런 걸 탔었지. 걸어서 돌아다닐 수 있는데는 그냥 걷는게 낫다.
우선 점심을 먹어주시고, 메뉴는 라쟈냐. 언제나처럼 곁들여져 나오는 감자튀김과 샐러드.
아는 만큼 보인다고 어디가나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어디 뭐가 있는지 학생할인은 받을 수 있는지, 문 닫는 날은 언제인지...
오늘은 그냥 발 닿는대로 걸어보자. 더블린의 제일 번화한 거리, 오코넬 거리.
양쪽엔 호텔이며 관공서 같은 큰 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관광객도 많은 서울로 치면 세종로 같은 거리.
길 양 옆 말고도 차도 한 가운데 인도가 또 있다.
이건 아마 제임스 조이스 동상,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이 탑은 뭔지 잘 모르겠다.
어느 뒷골목을 돌아들어갔더니 차이나 타운이 있다.
뭔가 좀 지저분하고 복잡하다. 그런데 왜이리 낯익은 기분이 들지?
저어비스 쇼핑 센터. 키다리 아저씨 이름이 저어비스가 아니었던가?
엄청난 쇼핑인파. Penney's 는 영국의 Primark 가 운영한다는 싼 옷가게.
쇼핑하다 잠시 쉬며 담소를 나누는 아주머니들.
이게 바로 리피 강. 우리나라로 치면 개울. 정말 한강 만한 강은 없는 것 같다.
더블린의 골목 풍경. 정처 없이 걷는다. 지도를 보며 걷기 때문에 내가 어디 있는지는 아는데 딱히 목적도 없고 그저 걸을 뿐이다.
여기도 전차가 다닌다. 저녁이 다가오며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
서점에 들어갔더니 올드 보이, 복수는 나의 것, 비디오가 팔리고 있었다. 둘 다 안 봐서 잘 몰라.
이건 태극기 휘날리며, 역시 안 봐서 몰라. 참 그 동안 바쁘게 살았나보다, 외국에서까지 팔리고 있는 영화를 하나도 본 게 없다.
방에서 제일 맘에 들었던 자리, 창가에 앉아서 일기를 쓰고 있다.
조금 있으니 샌프란시스코에서 왔다는 명랑한 아프리칸 아메리칸 걸이 들어온다.
그리고 일자리를 찾으러 왔는데 일이 잘 안 되어 우울한 이태리 걸도 이 방 멤버.
베티붑을 닮은 브랜디, 바이엘에서 일했고 1년에 6만 7천불씩 벌었는데 지금은 일년 계획으로 여행중.
시칠리아 섬에서 온 알레시아는 영어를 잘 못하고 생각했던 대로 일이 잘 안 풀려 우울한데 의외로 유머감각이 있다.
이태리에서는 도저히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어서 더블린에 왔단다. 골웨이에서 만난 덴마크 여자도 아일랜드에서 일한다고 하고 요즘 아일랜드 경제가 발전하고 있긴 한가보다.
시칠리아 하면 마피아 밖에 떠오르지 않는 나로서는 거기서 왔다는 이 얼굴 하얀 아가씨가 참 신기했다.
브랜디는 열렬한 오바마 지지자로 환경론지인 앨고어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다.
내가 오바마가 잘 생겨서 좋아한다고 했더니 무지 웃는다. 음, 잘생긴 건 사실 아닌가?
외국 애들이랑 얘기해 보면 정치적인 일이나 국제적 사안에 대해 자기 생각이 뚜렷하고 할 말이 참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설사 안다해도 사실은 사실일 뿐 내 주장이 없는 것 같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인가?
좀 더 많은 것에 관심을 가지고 내 생각도 확실히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 여자애 두 명까지 들어와서 방이 북적북적해졌다. 그래도 다들 예의가 있어 조용하고 불도 빨리 꺼서 잘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