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25. 21:54
D+76 070530 wed 더블린 작가 박물관, 체스터 비티 도서관, 더블린-마드리드 이..
2009. 1. 25. 21:54 in 2007세계일주/영국,아일랜드
어제 무척 뚱뚱한 호주 친구 한 명이 새로 왔다. 그런데 침대가 내 윗침대인 것이다.
더블린을 떠나는 날이다. 이제 76일만에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간다. 마음이 조금 설레였다.
체크아웃하고 짐 맡기러 갔다. 호스텔마다 여러 다른 종류의 시스템이 있는데 철망 안에 넣고 자물쇠를 잠그는 여기가 제일 안전한 것 같다. 잔지바르에서는 그냥 계단 밑에 던져놓으라고 그래서 누가 훔쳐갔을까봐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더블린 작가 박물관(Dublin Writers Museum) 가는 길, 오늘도 여전히 나를 따라오는 시티 투어 빨간 버스
이 옆 건물은 교회였던가?
제임스 조이스, 예이츠 등 수많은 유명한 작가들을 배출한 더블린, 거들의 친필 원고 등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광산 기술자였던 알프레도 체스터 비티 경이 기증한 2만권이 넘는 장서와 그 외 수집품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입구 모습.
배고파서 맨날 식당부터 찾아가는 나. 미술관 레스토랑은 대개 셀프 서비스기 때문에 주문하기가 쉽고 분위기도 좋다.
동양의 미술품, 이슬람 경전등이 주 전시품이라더니 메뉴도 국제적. 레바논 커리 등이 있었는데 내가 선택한 것은 beef musaka.
돌아보기 시작.
공항에 웬 구두닦이?
아일랜드 항공인 에어 링구스가 원월드 연합의 일원이었는데 이번에 빠졌다고 해서 이베리아 항공을 타고 간다.
영국 내내 갖고 다녀서 꼬깃꼬깃해진 론니 철도 노선 지도.
사다리 올라가는데 어찌나 힘들어보이던지 침대를 바꾸자고 할까 하다 말았다.
밤에 그 친구가 뒤척일 때마다 혹시 침대가 무너질까 걱정하면서 자야했다.
브랜디는 그 여자애를 보고 'Oh my poor friend!' 하고 생각했단다. 바로 나를 가리키는 말.
더블린을 떠나는 날이다. 이제 76일만에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간다. 마음이 조금 설레였다.
입장료 학생할인 6유로. 오디오 가이드 포함.
전시는 그저 그랬다. 스위프트, 사무엘 베케트, 오스카 와일드 외 많은 작가들이 있었는데 영어로 된 설명을 다 읽어야 해서 금방 피곤해졌고 별로 재밌는 것도 없었다. 저 작가들의 이름만 익숙하지 작품을 잘 몰라서 그렇기도 할 것이다.
역시, 나는 영문학도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철수.
걸려있던 그림이 제일 맘에 들었다. 황량한 아일랜드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원래 계획은 작가 박물관만 가는 거였는데 시간이 많이 남아 체스터 비티 도서관(Chester Beatty Library)에 가보기로 했다.
동양의 종교에 관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해서 별 흥미를 못 느꼈는데 공짜라니 말이다.
동양의 미술품, 이슬람 경전등이 주 전시품이라더니 메뉴도 국제적. 레바논 커리 등이 있었는데 내가 선택한 것은 beef musaka.
그리스 음식으로 가지와 감자, 고기를 치즈 얹어서 익힌 것, 향신료를 많이 친 따뜻한 야채가 곁들여져 나온다.
맛있었는데 기름이 너무 많아 나중에는 느끼해졌다. 이래서 꼭 음료를 곁들여야 하는게 아닐까? 11유로.
2층은 수리중이었고 3층에 각종 종교에 관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파피루스에 씌여진 성경, 힌두교, 이슬람교, 불교 등에 대한 설명이 잘 나와있어 한 번 둘러볼 만 했다.
미국에서 광산으로 돈을 벌었다는데 한 사람이 이 많은 것을 다 수집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옥상에 동양식의 정원이라는데 비가 와서 별로.
도서관 앞 풍경. 더블린 성의 일부인 것 같은데 색깔이 참 화려하다.
성과 그 뒤 현대적 건물 모습.
며칠 둘러보지 않았지만 아일랜드의 전반적 분위기가 그런 것 같다.
험난했던 과거, 그 역사적 전통을 간직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나라.
떠나야 할 시간이다. 부사라 터미널에서 공항버스를 탔다.
출국 도장도 안 찍어준다. 같은 EU 국가라 그런 것 같다.
물도 버리고(물론 버리라고 해서) 저녁 시간이라 기대하고 탔는데 이지젯처럼 먹을 걸 판다. 그래도 국영항공인데 너무한 거 아닌가?
나중에 이베리아 정말 많이 타야 하는데 긴 여정일 때도 이러면 어떻하지?(다행히 긴 비행 때는 식사를 주었다.)
쫄쫄 굶고 마드리도 바라헤스 공항 도착. 5년 전에 왔을 때는 이렇게 멋지지 않았는데 번쩍번쩍 하게 새 공항을 지어놓았다.
1년 만에 오빠 상봉, 첫 마디가 "그렇게 상태가 나쁘지 않네"였다.
아프리카 헤매 다니고 말라리아 걸려서 몸도 아팠다고 하니 상태 아주 안 좋은 줄 알았나보다.
오빠 집에 가서 올케 언니가 끓여준 평생 먹은 것 중 제일 맛있는 떡국과 김치를 먹었다.
낯선 곳을 헤매는 것도 재미있지만 그런데서 돌아오니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 우리말로 자유롭게 얘기하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다.
이런 익숙함이 그리웠었다.
이렇게 세계일주 여행의 첫번째 부분이 무사히 끝났다. 다음에는 또 어떤 새로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까?
그 세계에서 난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무얼 느끼게 될까? 새로운 설렘이 찾아올 때까지 잠시 휴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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